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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알바' 했던 '불혹의 클러버' 박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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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끌어 올려!” 흥겨운 전자 음악(EDM)이 대형 스피커를 뚫고 나올 듯 울려 퍼지자 한 사내가 지인들의 흥을 돋운다. 입에 생수를 넣은 뒤 허공에 내뿜으며 음악을 즐기는 걸 보니, 놀 줄 아는 사내다. 처음 본 여인과 웃으며 춤을 추는 모습이 전자 음악 페스티벌 문화에 익숙한 눈치다. 주인공은 지천명을 앞둔 방송인 박수홍(46). 모범생 같은 이미지로 ‘MC계의 신사’로 불렸던 연예인의 반전이다.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 방송 이후 그에겐 ‘클러버 수홍’이란 별명이 생겼다. 박수홍이 청년들이 즐겨 찾는 클럽에 가서 노는 모습이 대중들의 눈에 신기해 보여서다. “안 그래도 (유)재석이가 ‘불혹의 클러버’라며 휴대폰 문자를 보냈더라고요.” 박수홍은 “요즘 전국 각지의 클럽에서 와 달라고 연락이 와 난감하다”며 웃었다. ‘늦바람’으로 화제가 된 박수홍을 MBC 라디오 ‘최유라, 박수홍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생방송 직후인 11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우유와 신문 배달하며” 그가 ‘한 눈’ 팔지 않은 이유
박수홍은 ‘제2의 유재석’으로 통했다. 연예 활동 25년 동안 한 번도 구설에 오른 적이 없을 뿐 더러, 방탕한 모습을 보여준 적도 없다. 스타가 된 뒤 스캔들 한 번 안 냈고, 방송에서 집을 공개한 것도 ‘미운 우리 새끼’가 처음이다. 그만큼 사생활 관리에 신경을 써왔다. 박수홍도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모습으로 살았다”고 인정했다. “사람들의 호감을 먹고 사는 연예인으로의 숙명이자 책임감이 컸기 때문”이다.
1991년 데뷔 후 깔끔한 외모와 말솜씨로 인기를 누려 온 그가 ‘한 눈’을 팔기 어려운 속사정이 있다. 박수홍은 “20대 후반까지 가족의 빚을 갚았다”고 했다. 박수홍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학창시절 지하실 단칸방에서 살았다. “중학생 때부터 우유, 신문 배달 등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였다. “데뷔 한 뒤 한동안은 이성을 안 만나려고 했죠. 데이트 할 때 메뉴판을 보며 돈 걱정을 하는 제 모습이 싫었거든요.”
박수홍은 30대 이후 여유를 찾았다. “일(방송)과 삶의 분리가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이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생활 신조도 “남 눈치 보지 말자”로 바뀌었다. “진지하게 만났던 여자친구가 헤어지면서 ‘오빠, 나랑 만날 때 길거리에서 손 한 번 잡아 준 적 있어?’라고 했는데 충격이었죠.”
토크쇼에서 빛을 봤던 박수홍은 2000년대 후반 리얼 버라이어티로 예능의 판도가 바뀌면서 서서히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슬럼프 얘기를 꺼내자 “잊혀져 가는 것을 슬퍼한 적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스스로의 만족도에 집중하니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자존심을 내려 놓게 돼 편해졌다고. “많은 사람이 곁에 있어야 행복한 게 아니거든요. 날 이해해주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가 중요하지.”
가수 꿈꿨던 ‘흥부자’… ”편견 깨고 싶어”
박수홍이 클럽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건 “3~4년 전”이다. 계기를 묻자 “젊음이 느껴지고 살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라고 했다. “음악과 술 그리고 이성을 함께 건전하게 즐길 수 있지 않냐”란 농담도 덧붙였다. 박수홍의 입에서 유흥과 관련한 말을 듣게 되다니. 낯설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날 오해하고 있다”며 웃었다.
박수홍은 “원래 흥이 많다”고 했다. 군악대 출신으로 꿈도 “가수”였다. 1990년 개그맨 시험을 볼 때 피아노를 치면서 개그를 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다. “미디(작곡 컴퓨터 프로그램)도 다룰 줄 안다”는 자랑도 했다.
박수홍의 지인들에 물어보니 방송에서 비쳐졌던 그의 순박하기 만한 모습은 일부일 뿐이다. 짓궂고 ‘상남자’ 같은 면도 많다. 20년 가까이 박수홍을 지켜 본 방송인 박경림은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저씨(박수홍)가 내 결혼식 신혼 여행 때 따라와 얼마나 귀찮게 굴었는지 모른다”며 웃었다. ‘연애 숙맥’일 것 같지만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스타일이라는 폭로도 했다. 박수홍은 “한 때 동성애자란 얘기까지 돌았다”고 웃으며 “편견을 깨고 싶어 ‘미운 우리 새끼’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손에 쥔 모습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흥부자’ 박수홍의 새로운 관심사는 ‘디제잉’(Djing)이다. DJ로 활동하고 있는, 클론 멤버 구준엽의 회사를 찾아가 배울 생각이다.
박수홍이 유흥에 눈을 뜰수록 한숨만 늘어가는 건 그의 어머니다. 어머니는 생후 550개월(!) 된 아들이 추석에 노총각들을 집으로 불러 노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박수홍이 요즘 제일 자주 듣는 잔소리 중 하나가 바로 “빨리 마음 잡아라”다. 박수홍은 “주위에 있는 ‘독거노인’을 도와야 한다”며 너스레를 떤다.
“아파트 주민 분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다들 ‘어머니 걱정 그만 시켜라’고 하세요. 결혼 생각이 없는 게 아녜요. 제가 좋아하는 분이 결혼을 꿈꾸면 바로 할 거예요. 전 ‘화려한 싱글’을 꿈꾸지만요. 살 집 등 결혼 준비도 다 됐고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소개팅이 안 들어오네요. 사람들 시선에 갇혀 살지 않을 준비가 됐는데 말이죠, 하하하”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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