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돕지 못할망정… 장애인 등치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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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재산 몰래 가로채고
차량 명의 도용, 지원금 못 타
“연 끊길까봐 문제제기 못 해”
뇌병변장애인 구동회(42)씨는 지난해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나와 자립하기 위해 기초생활보장수급을 신청하려다 구청에서 황당한 답을 들었다. 구씨에게 상속포기 재산 6,000만원이 있어 수급 대상이 아니라는 것. 담당 직원은 “한 달에 80만원씩 상속포기 재산이 모두 소진된 6년 뒤부터 기초생활수급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상속포기를 한 경우에도 해당 금액이 기타재산으로 산정돼 일정기간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건 불가능하다.
문제는 구씨가 가족에게 상속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없는 건 물론, 6,000만원의 존재조차 몰랐다는 사실이다. 알고 보니 2011년 사망한 구씨 아버지에겐 경기 용인시 등에 부동산 재산이 있었고, 이는 모두 2016년 구씨 형에게 소유권이 이전돼 있었다. 구씨는 그제야 2016년 어머니가 시설에 찾아와 구씨 인감을 받아간 사실을 기억해냈다. 가족이 구씨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임의로 상속에서 배제한 것이다. 구씨는 지난달 형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장애인들이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가족에게 재산권을 뺏겨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가족 안에서 장애를 이유로 재산권 행사의 자유를 제한ㆍ박탈ㆍ구속하거나 권리 등의 행사로부터 배제해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지만, 장애인 차별은 가족 내에서조차 존재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뇌병변장애인 황모(48)씨도 최근 비슷한 경험을 했다. 4명의 형제가 공동명의로 부모 재산을 상속하는데, 형제들은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황씨를 공동명의자에서 제외했다. “나중에 경제적으로 지원해주겠다”는 약속도 거짓말. 황씨는 지금껏 형제들로부터 아무런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복지 혜택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40대 장애인 A씨는 아버지가 A씨 명의로 차량을 등록하는 바람에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하지 못했다. 장애인차량으로 등록하면 받을 수 있는 면세 혜택을 노린 것인데, 이로 인해 A씨 재산이 부풀려졌기 때문이다. A씨는 아버지에게 “사문서 위조로 고발 조치하겠다”는 말을 하고 나서야 명의를 되돌릴 수 있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가족 내에서 장애인이 재산을 뺏기는 일은 흔하지만, 가족과 명절이라도 같이 보내고 싶은 마음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가족 안에서의 차별이 사라져야 사회전반의 차별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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