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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이 갇혔던 옥탑방은 '무허가 건축물'...포항 아동학대 시설 '불법 투성이'

입력
2020.06.24 11:21
수정
2020.06.24 11:43

건축물 대장에 3층 없어...포항시, 뒤늦게 철거 계고
법인 이사에 가족 금지 규정에도 딸ㆍ사돈 선임

경북 포항의 아동보호시설에서 학대받은 아동이 장기간 감금됐던 건물 3층 옥탑방(붉은색 사각형 표시)이 불법으로 증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의 아동보호시설에서 학대받은 아동이 장기간 감금됐던 건물 3층 옥탑방(붉은색 사각형 표시)이 불법으로 증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아동학대 의혹을 받는 경북 포항의 한 아동보호시설에서 아이가 감금됐던 옥탑방이 불법 증축된 건축물로 확인됐다. 또 아동보호시설을 소유한 사회복지법인에는 출연자의 자녀 등 특수관계인이 이사가 될 수 없는데도 전 시설장의 딸과 사돈이 이사로 선임된 것으로 밝혀졌다. 

24일 이 아동보호시설의 건축물 대장에 따르면 지역아동센터로 이용되는 1층(151.54㎡)과  아동보호시설 공간인 2층(96.36㎡)만 표시돼 있다. 10살 아이가 장기간 홀로 감금됐던 3층 옥탑방은 없었다. 포항시 관계자는 "3층은 행정기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증축된 것"이라고 말했다. 

무허가로 지어진 3층 면적은 75㎡다. 아이는 3층 안에서도 볕이 잘 들어오지 않는 독방에 감금됐다. 불법 건축물은 소방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화재 등 각종 사고에 취약하다.

포항시는 뒤늦게 불법 증축된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 22일 처음으로 건물 소유주인 사회복지법인에 '즉시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보냈다. 1차 계고기간은 30일까지로, 기간 내 이행하지 않으면 2차로 추가 계고장이 나간다. 이마저 따르지 않을 경우 형사고발 또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면적 등을 감안한 이행강제금은 900만원 수준이다. 철거할 때까지 매년 한 차례 부과된다. 

경북 포항의 아동보호시설에서 옥탑방에 장기간 갇혀 지낸 아이가 유리창 너머로 시설 종사자를 바라보고 있다. 독자 제공

경북 포항의 아동보호시설에서 옥탑방에 장기간 갇혀 지낸 아이가 유리창 너머로 시설 종사자를 바라보고 있다. 독자 제공

포항시 도시안전국 관계자는 “아동학대 소식을 접하고 현장을 확인하던 중 허가 받지 않고 증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가용 행정력을 동원해 강력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당 아동보호시설을 소유한 사회복지법인 이사진 선임에도 문제가 확인됐다. 해당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사 7명 가운데 1명은 정부 보조금 6,300만원을 횡령해 자격이 정지된 전 시설장 A씨의  딸이다. 또 다른 1명은 딸의 시어머니로 확인됐다. A씨는 작년 9월 보조금 횡령으로 형사 입건돼 기소되자 첫 재판 후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이후 A씨의 동거남이  대표이사로, A씨 딸과 사돈(딸의 시모)이 각각 이사로 선임됐다.   

사회복지사업법(제18조제3항)에 따르면 사회복지법인 이사회 구성 시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현원의 5분의 1일 초과할 수 없다. 사회복지법인 사유화 방지 및 공익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특별한 관계에는 출연자의 친생자는 물론 친생자의 배우자와 직계비속까지 포함된다.


경북 포항의 아동보호시설에서 학대받은 아동이 장기간 감금됐던 건물 3층 옥탑방(붉은색 사각형 표시)이 불법으로 증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의 아동보호시설에서 학대받은 아동이 장기간 감금됐던 건물 3층 옥탑방(붉은색 사각형 표시)이 불법으로 증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포항시는 아동보호시설에서 아동 학대가 이뤄진 것과 함께 여러 위법 사항이 확인됨에 따라 경북도에 해당 사회복지법인의 허가를 취소해줄 것을 요청했다.

포항시 복지국 관계자는 “법인 허가 취소는 경북도 권한이라 관련 규정에 따라 취소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라며 “이사진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아동학대 사실이 드러난 만큼 경북도가 심의해 처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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