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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 가방 감금 사망' 40대 계모 첫 재판… "살해 의도 없었다"

입력
2020.07.15 12:23
수정
2020.07.15 17:16

대전지법 천안지원서…계모 "죽음에 이르게 할 의도 없었다" 살인혐의 부인

의붓 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계모가 지난 6월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송치되기 위해 천안동남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의붓 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계모가 지난 6월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송치되기 위해 천안동남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충남 천안에서 동거남의 9살 난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7시간 넘게 가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이 첫 재판에서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15일 오전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채대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살인ㆍ상습 아동학대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성모(41) 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다른 혐의는 인정하지만, 살인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아이가 들어가 있는 가방 위에 올라가 뛰거나 뜨거운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가방 위에서 떨어질 정도로 높이 뛰지는 않으며, 뜨거운 바람도 가방 안에 넣은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온 손에 쬐었다"며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는 아니고, 그럴 의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증거(영상녹화)가 있다"며 반박했다.

앞서 피고인 성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겠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성씨는 고개를 숙인 채 진행 과정을 들었으며, 간혹 변호사와 귓속말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재판이 끝난 뒤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 가족들은 재판정 밖으로 나가는 성씨 뒤를 향해 거친 욕을 쏟아내다 법정 경위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성씨는 지난달 1일 정오께 동거남의 아들 A군을 가로 50㎝ 세로 71.5㎝ 폭 29㎝ 크기 여행용 가방에 3시간가량 감금했다가 다시 가로 44㎝ 세로 60㎝ 폭 24㎝의 더 작은 가방에 4시간 가까이 가둬 결국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A군은 가방에 잇따라 갇힌 지 7시간가량 뒤 심정지를 일으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틀 만에 숨을 거뒀다.

다음 재판은 8월 19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지난달 5일 계모에 의해 여행용 가방 속에 갇혔다가 숨진 초등학생이 다녔던 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교사가 묵념을 하고 있다. 이준호 기자

지난달 5일 계모에 의해 여행용 가방 속에 갇혔다가 숨진 초등학생이 다녔던 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교사가 묵념을 하고 있다. 이준호 기자


한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이날 성씨와 관련해 "사건과 별도로 숨진 아동의 동생을 학대한 정황이 있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와 경남여성변호사회 손명숙 회장은 이날 성씨의 첫 재판이 끝난 후 "숨진 아홉살 초등학생의 동생도 학대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발장을 통해 "숨진 아동의 동생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부친과 함께 살게 됐으며, A씨가 나무재질로 된 매를 사용해 숨진 아동과 동생을 수시로 학대했고 욕설과 정서적 학대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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