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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0일' 윤석열, '미래 비전'보단 '반문재인'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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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사표를 던진 지 8일로 열흘째. 윤 전 총장의 그간 행보는 선명한 '반(反) 문재인'으로 요약된다.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강성 인사들을 주로 만나 탈원전을 비롯한 현 정권의 정책을 때렸다. '반문재인 연대'의 구심이 되겠다는 것이 그의 포석이다. 그러나 현 정권의 과거 실정을 비판하느라 '윤석열의 비전과 미래'는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윤 전 총장은 8일 서울 종로구 한 한정식집에서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과 만찬 회동을 했다.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정치권 인사와 공개 '식사 회동'을 한 건 원희룡 제주지사,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이어 네 번째다.
여권 인사였던 김 전 장관은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합류한 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저격해 왔다. 올해 4월 범여권 의원 73명이 발의한 '민주유공자예우법'에 반발해 본인과 배우자의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 증서를 반납한 게 대표적이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경기지사 경쟁자였던 이재명 현 지사를 겨냥해 '여배우 스캔들'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의 '식사 정치'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반문재인'이다. 보수 야권 인사는 물론, 김 전 장관처럼 진보 진영에서 등 돌린 인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참여연대 출신으로 '조국 흑서'를 집필한 김경율 회계사를 자택에 초대해 환담했고, 민주당 출신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에게도 만남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면서 "문재인 정부 정책은 사기"라고 비판했던 함운경씨와의 만남도 조율 중이다.
'윤석열표' 비전은 '반문' 행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그는 8일 서울 강남구를 찾아 스타트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경제 행보를 시작했다. 하지만 "스타트업 기업가들에게 좋은 신발을 신겨드리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불필요한 모래주머니가 있다면 제거해드려야 한다. 과감한 규제혁신이 필요하다"며 규제 완화를 원론적으로 강조하는 데 그쳤다. 지난 5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을 찾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에너지 정책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탄탄한 비전을 내놓지 않으면 '윤석열 바람'이 꺼질 수 있다고 보수진영에선 걱정한다. 한 야권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현재 야권 1위 대선주자인데, 지금까지는 '공정, 상식, 반문' 외에 어떤 콘텐츠가 준비돼 있는지 드러난 게 없다"면서 "비전이 있는데 아직 꺼내놓지 않은 건지, 비전 자체가 없는 건지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도 비공개 회동한 사실이 알려졌다. 정권 교체와 입당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측은 "정치 현안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며 "조만간 공개 회동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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