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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추왓추] 완벽한 폭군이 되고 싶다고?... “북한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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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넷플릭스와 왓챠로 나눠 1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독재자는 편리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멋대로 제거한다. 마음만 먹으면 재산을 크게 불릴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자신 앞에서 고개를 조아린다. 눈치볼 일도 없다. 되기가 어렵지 일단 되면 거칠 게 없다. 하지만 독재자의 지위를 유지하기는 간단치 않은 일이다. 넷플릭스 ‘폭군이 되는 법’은 악랄한 독재자로서 폭정을 펼치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방법을 알려준다. 물론 반어법이다. 폭군이 되는 과정을 통해 폭군의 특징을 드러내고, 경계심을 심는다.
폭군이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주로 언급되는 인물은 아돌프 히틀러, 이오시프 스탈린, 무아마르 가다피, 사담 후세인, 이디 아민, 김일성 일가 3대다. 독재자이자 폭정으로 널리 알려진 이들이다. 악행으로 소문난 이름들이 새롭진 않다. 다큐멘터리는 이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 이들처럼 살 수 있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폭군들은 공공의 적을 만들어 집권한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공박했고 스탈린은 부자와 반혁명분자를 공격 대상으로 점찍었다. 가다피는 부패한 왕정과 외세를, 후세인은 외세를, 아민은 경제권을 장악한 인도계를 사회악으로 몰아세웠다. 대중의 마음을 흔들어 권력을 잡은 후엔 무자비로 권좌를 강화했다. 스탈린은 대규모 숙청으로, 후세인은 자신의 적이 될 만한 정치인에게 반란죄 누명을 씌워, 아민은 비밀경찰을 활용해 정적과 라이벌 부족들을 제거했다.
선전술에 능한 점도 현대 폭군의 공통점이다. 히틀러는 천재적 재능을 지닌 요제프 괴벨스를 선전상에 임명해 대중의 눈과 귀를 유혹했고, 스탈린은 서구 지식인과 언론인을 선전 선동에 동원했다. 가디피는 대수로 사업으로 자신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 애쓰는 역사적 인물로 포장했다. 실정을 가리기 위해 인접국과의 전쟁을 불사한 점도 폭군들의 공통점이다.
다큐멘터리에 언급된 폭군들의 언행은 대략 알고 있는 내용이다. 유대인 수백만 명을 세상에서 지워버린 히틀러의 악행을 모를 사람이 없고, 수백만 명을 아사시키고 대숙청을 단행했던 스탈린의 비인간적 면모 역시 널리 알려져 있다. 다큐멘터리는 좀 더 세세히 그들의 악행과 그 결과를 들여다본다. 20세기를 폭력으로 얼룩지게 한 폭군들의 행태를 낱낱이 살피며 현대사를 새롭게 조명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스탈린은 와병 중이던 블라디미르 레닌을 찾아가 사진을 찍은 후 이를 권력 쟁취해 활용했다. 레닌은 죽기 직전 스탈린의 무자비한 성격에 반감을 가졌고 그를 경계했다. 스탈린은 실제보다 레닌과 더 가까이 앉은 것처럼 조작하는 등 사진을 변조해 뿌렸다. 동료들과 대중이 절대적으로 신임하는 레닌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우간다 독재자 아민은 인기에 영합한 정책을 펼치다 국가 경제를 망쳤다. 국민 대다수의 마음을 사기 위해 인도계를 추방한 후 우간다 경제는 고꾸라졌다. 인도계가 떠난 후 사업체를 운영할 만한 대체 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가 추락하고, 반군이 세를 얻자 아민은 위기 탈출을 위해 이웃나라 탄자니아를 공격했다. 반군 근거지라는 이유였지만 충성심 약한 군인들을 동원한 전쟁은 패배로 귀결됐다. 아민은 자충수로 권좌에서 쫓겨났다.
무자비함이라면 후세인이 으뜸이다. 그는 자신의 권좌를 위협하는 이들이라면 가족도 예외로 두지 않았다. 그의 두 사위는 해외로 망명했다가 후세인의 회유로 이라크에 돌아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폭군들은 권좌를 유지하기 위해 갖은 술수를 썼지만 대부분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히틀러는 패전을 눈앞에 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고, 후세인은 사형당했다. 스탈린은 자연사했다고 하나 사후 격하 운동이 펼쳐졌다. 가다피는 시민군에게 체포돼 살해됐다. 다들 철통 권력을 구축하고, 남다른 비열함과 무자비함과 교활함을 갖췄음에도 말로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다큐멘터리는 가장 성공한 폭군으로 김일성 일가를 꼽는다. 절대 권력을 3대를 이어가며 유지해 폭군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김일성 일가는 여타 폭군들처럼 대중을 홀리고 대중의 눈과 귀를 막고 잔인하게 정적을 제거한 것 이외에도 다른 비결을 지녔다는 것이다. 외부와의 교류를 단절해 국민들의 동요를 아예 차단하고, 핵무기를 개발해 외세의 개입을 막은 점을 영속적 폭군 체제 구축의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히틀러와 스탈린, 가다피, 후세인, 아민 등이 바라 마지 않았을 이상적인 체제를 북한 김씨 왕조는 구축한 셈이다.
현대 세계사에 기록된 폭군들의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형식은 폭군이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경구라 할 수 있다. 악랄한 독재자들의 특징, 그들을 신봉했다가 결국 그들 때문에 비참한 상황에 놓이는 대중의 모습을 포착해낸다. 다큐멘터리 말미 한 정치학자가 폭군은 특이한 사람들이 아니라 누구나 될 수 있다고 경고할 때 뒷목이 서늘해진다. 폭군들의 이상적인 국가가 한반도 북단에 구축됐다는 점은 우리가 처한 안보 현실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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