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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뮤지컬이 '오징어 게임' 뒤를 이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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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 월간 공연전산망 편집장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K-드라마로 시작한 한류 열풍은 K-팝을 넘어 영화, 웹툰으로 이어지고 있다. 적어도 대중문화 분야에서 한국은 주변이 아닌 주류로 나아가고 있다. 2010년 이후 일본을 시작으로 중국, 대만 등 해외 진출을 꾸준히 시도한 한국 뮤지컬에도 종종 K-뮤지컬이란 명칭이 붙곤 한다.
최근 한국예술연구소에서는 '지속 가능한 예술한류, 그 가능성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그중 흥미로웠던 발제는 K-디자인 명칭에 관한 것이었다. 발표자는 K-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존립의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한 자기생산적 용어"라고 정의했다.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기를 바라는 기대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K-뮤지컬은 어떨까? 이 또한 뮤지컬 한류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2010년 이후 일본과 중국 시장에 진출하며 꾸준히 한국 뮤지컬의 입지를 강화했지만 진출작의 수도 많지 않고 대부분 중소극장 중심의 작품으로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다. 영화나 드라마, 가요, 웹툰 등 한류로 자리 잡은 장르가 내수시장을 확실히 장악한 후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은 반면, 창작 뮤지컬은 아직 내수시장에서 충분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창작 뮤지컬 작품 수는 70%가 넘지만 시장 점유율은 가까스로 30%를 넘긴 정도이다. 작품 수로는 20%대 수준의 해외(내한공연 및 라이선스) 공연이 한국 뮤지컬 사장의 60%대를 점유하고 있다. 2010년대 초반에 불었던 K-뮤지컬 열풍 역시 뮤지컬에 출연한 K-팝 배우의 인기에 힘입은 바가 크다.
K-뮤지컬은 아직 한류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기에는 힘들지만 그 가능성까지 무시할 수 없다. K-팝의 영향으로 뮤지컬 한류가 가장 활성화되었던 2013년에는 한국 뮤지컬 17편이 일본에서 공연했다. 이 중 16편이 한국 배우들의 투어공연 형식이었다. 일본에서의 투어공연은 2015년 이후 3~4편으로 줄어든 후 근래에는 1~2편 정도 공연되다가 코로나19 이후로는 진행이 어려워졌다. 반면 2013년 1편으로 시작한 한국 뮤지컬의 라이선스 진출은 매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올해에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마타하리' '차미' '스모크' '잭 더 리퍼' '호프'까지 무려 6편이 일본에서 라이선스 형태로 공연되었다. 중국 시장에도 라이선스로 공연되는 한국 작품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12년 2편에 불과했던 중국 진출작이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에는 12편까지 증가했다.
뮤지컬 시장 규모는 일본의 절반도 되지 않지만 한국 뮤지컬의 제작력은 일본보다 훨씬 앞서 있다. K-뮤지컬 한류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그 실체를 제대로 봐야 한다. 우선 지역적으로는 아시아에 한정된 현상이다. 영미권에서 언어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자리를 잡을 확률은 매우 적다. 그러나 낙담할 이유는 없다. 한국과 일본, 중국을 비롯 태동하고 있는 대만과 싱가포르 시장을 합친다면 아시아 뮤지컬 시장이 몇 년 안에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K-뮤지컬 한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특히 대형 창작뮤지컬의 콘텐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창작뮤지컬은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영미 뮤지컬과 경쟁해야 하는데 아직은 중소극장 작품에서만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었을 뿐, 대극장 뮤지컬은 아직 이럴 만한 작품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한국 뮤지컬의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 보완과 한중일 뮤지컬 창작 네트워크 플랫폼 역시 K-뮤지컬 한류를 위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은 뮤지컬을 산업으로 보고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는 진행되기가 어렵다. 현재 뮤지컬을 법적 독립 장르로 만들기 위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이 법안은 뮤지컬을 산업적인 관점에서 독립적인 장르로 파악하고 정책을 지원 결정하자는 법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K-뮤지컬 한류로 다가가기 위한 발걸음이 바빠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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