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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군대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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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 월간 공연전산망 편집장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뮤지컬 프로듀서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극장 자체가 적었던 2000년대 초반 프로듀서의 능력은 대형 공공극장 대관 여부로 결정됐다. 2000년대 중반에는 킬러 콘텐츠의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것이, 그리고 2010년대에 들어서면 스타 캐스팅이 프로듀서의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엑소의 찬열, 인피니트의 엘, B.A.P의 정대현. 이 중 한 명을 캐스팅하기도 쉽지 않은데 한 작품에 이들을 모두 캐스팅한 프로듀서가 있다. 이 프로듀서는 HOT 강타와 양동근을, 또 다른 작품에서는 이준기, 주지훈을, 그리고 다음 작품에서는 지현우, 김무열, 슈퍼주니어 이특을, 또 다음 작품에서 지창욱, 강하늘, 인피니티 김성규 등을, 작년 작품에는 샤이니의 온유, 엑소의 시우민, 디오, 워너원의 윤지성을 캐스팅했다. 능력 있는 프로듀서의 주인공은 '군대'다.
2008년 강타와 양동근이 출연한 '마인'을 시작으로 군 입대한 연예인 출신 병사가 출연하는 군대 뮤지컬이 만들어졌다. 2010년에는 흥남철수작전을 배경으로 한 '생명의 항해'가, 2013년엔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전투를 모티프로 한 '프라미스'가, 2018년엔 군대의 뿌리인 '신흥무관학교'가 만들어졌고, 작년에는 6·25 전사자의 유해 발굴을 소재로 한 '귀환'이 제작됐다. 이들 작품은 소재에서도 느껴지듯 군인을 찬양하고 미화하는 프로파간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야기 자체로 젊은 공연 애호가들에게 어필하기는 힘들었지만, 한동안 군 복무로 보지 못할 줄 알았던 스타들을 바로 눈앞에서 본다는 것만으로 모든 단점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군은 올해 또 한 편의 군대 뮤지컬 '메이사의 노래'를 선보였다. '메이사의 노래'는 기존 군대 뮤지컬로부터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유엔 가입 30주년을 기념으로 한 이 작품은 전혀 다른 문화와 이념을 지닌 가상의 카무르가 배경이다. 한국은 내전 중인 카무르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한다. 평화유지군으로 파병된 한국군과 우정을 나누었던 카무르 소년 라만(박찬열 분)은 성장해 한국에 K팝 오디션에 참가하는데, 그의 진짜 목표는 어린 시절 공포와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갖게 해준 한국군 메이사를 찾는 것이다.
이전의 군대 뮤지컬의 중요한 소재는 우리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상흔인 6·25전쟁이었다. 6·25전쟁을 기반으로 전쟁의 아픔이나 군인들의 희생정신을 숭고하게 다루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메이사의 노래'는 소재의 출발부터 달랐다. 승리한 전쟁의 영웅주의나, 패배한 전쟁의 희생정신으로 관객에게 호소하지 않았다. 한국군은 전쟁의 당사자가 아니라 전쟁으로부터의 상처와 아픔을 위로하는 평화유지군으로서 등장한다. 가난과 아픔으로 대변되는 6·25전쟁을 딛고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서 한국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다.
K팝을 비롯한 K컬처는 한국의 위상을 높여준 상징적인 요소이다. 작품은 한국인의 자부심을 한껏 끌어올렸던 K팝을 극의 중심으로 가져왔다. 동시대의 가장 대중적인 문화인 K팝이 소재로 사용되면서 칼 군무가 특징인 K팝 안무를 군대 뮤지컬에서 볼 수 있었다. 엑소의 찬열은 오디션 참가자 라만으로 등장해 자신의 노래인 '으르렁'을 부르기도 했다.
내전이 한창인 사막의 땅에서 '메이사의 노래'가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예술의 치유, 예술의 역할이다. 내전 중인 카무르 아이들에게 음악은, 그리고 춤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카무르인 자하라(홍미금)는 전쟁과 죽음이 상존하는 이때 어린 아이들에게 노래와 춤을 가르치는 한국 평화유지군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러나 카무르의 전쟁 속에서도 카무르의 어린이들이 희망을 갖고 라만이 꿈을 꾸게 해준 것은 춤과 음악이었다. 이러한 메시지가 너무나도 직접적으로 제시되는 면이 없지 않다. 군대 뮤지컬 '메이사의 노래'에서 예술이 또 다른 프로파간다로 작동하고 있지만 이전 군대 뮤지컬에서 서너 걸음 진일보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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