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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독립성 내세운 윤석열 공약… 무소불위 검찰과 한 끗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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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재직 당시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고 선언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의 자체 예산 확보'를 사법분야 핵심 공약으로 내놨다. 법무부로부터 수사와 예산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 조직으로 검찰을 탈바꿈시키겠다는 약속이다.
윤 후보 공약을 두고 검찰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법조계 의견도 있지만, 검찰을 통제 불가능한 조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14일 사법개혁 공약 발표에서 △검찰청법(8조)상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선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총장에게 기획재정부에 대한 검찰 예산요구(편성)권 부여 등으로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후보는 특히 수사지휘권 폐지를 두고 "장관은 정치인이고, 구체적 수사지휘는 악용이 더 많아 (수사 개입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총장 시절인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대립할 때도 "검찰총장이 (수사지휘를 받는) 장관의 부하라면, 검찰의 수사와 소추가 정치인 지휘를 받는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추미애 전 장관과 박범계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3건을 악용 사례로 들었다.
수사지휘권은 1949년 검찰청법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도입됐다. 검찰총장은 장관의 수사 개입을 막아 검찰의 독립성을 지키고, 장관은 검찰 조직의 잘못된 수사를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서 70년 넘게 역할을 해왔다.
법조계와 학계에선 윤 후보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제법 있다. 지휘권 조항이 정치 권력의 부당 개입 루트로 남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정치적 목적으로 수사에 관여하려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장관의 지휘권을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5년 천정배 장관의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 지휘 등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할 때마다 적절성 논란이 일었다. 지휘권 행사 사례가 지금까지 4건에 그치는 등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이란 점도 폐지론 주장에 힘을 싣는 요소다.
하지만 최소한의 통제장치로서 지휘권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수부 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로서 '통제'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차장검사도 "권력을 쥐면 누구나 검찰을 움직이고 싶어한다"며 "장관 지휘권이 사라지면 청와대에서 곧바로 일선청에 접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지휘권 남용을 막을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현실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장관의 지휘권 발동 요건과 내용, 행사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한함으로써 부당 개입 땐 정치적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검찰이 독자적으로 예산권을 편성할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윤 후보의 공약 역시 논란거리다. 현재는 법무부에서 검찰 의견을 반영해 예산을 편성하지만, 윤 후보 공약대로라면 검찰총장이 법무부를 거치지 않고 기획재정부에 직접 필요한 예산을 요구할 수 있다.
검찰이 예산 편성권을 갖게 돼도 법적 문제는 없다. 경찰청과 국세청 등 정부의 17개 외청 가운데 독립된 예산권이 없는 곳은 검찰밖에 없다는 점도 윤 후보 공약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윤 후보의 공약을 찬성하는 측에선 국회가 2019년 법무부로터 예산권을 떼내 검찰에 주려고 시도했던 점을 지적한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야당 시절인 2013년 법무부로부터 검찰 예산 독립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의 예산 독립을 부정적으로 보는 법조계 시각도 만만치 않다. 검찰총장이 직접 국회를 상대할 경우 정치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 있고, 검찰이 예산을 따내려고 의원들과 부적절하게 물밑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윤 후보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무소불위'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인사권밖에 남지 않게 된다. 윤 후보 공약에선 예측 가능한 검찰 인사와 정치적 중립을 지켜낼 검찰총장 임명 절차 개선과 관련한 대목은 보이지 않았다. 윤 후보 측은 "집권하면 토론과 의견 수렴을 거쳐 개선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우선권 폐지도 공언했다. 검찰이나 경찰이 고위공직자범죄를 인지하면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고, 공수처의 중복 수사 우선권을 명시한 공수처법 24조를 '독소조항'이라며 폐지를 주장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사건을 이첩받고도 뭉개면 권력비리 척결과 사정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며 윤 후보 인식에 대체로 공감을 표했다. 다만 수사 우선권이 폐지될 경우 소규모 인력으로 구성된 공수처의 기능은 더욱 약해져 고사할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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