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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 자부하고 퇴장한 文, 더 뼈아픈 반성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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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9일 저녁 청와대 직원들과 시민들의 배웅을 받으며 청와대를 떠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속에서 치러진 대선 직후 인수위원회도 없이 즉시 취임했던 문 전 대통령이 5년의 임기를 마무리하고 퇴장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가진 퇴임 연설에서 정부 출범의 배경이었던 촛불집회를 회고하면서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한 촛불광장의 열망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응했는지 숙연한 마음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와 일본의 수출 규제 등의 위기를 극복한 점을 부각시키며 “대한민국은 위기 속에서 더욱 강해졌고 더 큰 도약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성공에 자부심을 가져 달라는 데 방점을 찍으며 문재인 정부의 위기 극복 성과를 우회적으로 자부한 셈이다.
어느 정부나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 문재인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문 전 대통령이 40%대의 역대 가장 높은 지지율로 임기를 마치는 동시에 5년 만에 정권 교체를 당한 게 단적인 명암이다. 한쪽에선 콘크리트 지지를 유지한 반면 다른 한편에선 냉혹한 심판을 받아 공과에 대한 평가가 역대 가장 선명하게 갈린 것이다. 이는 한국 정치의 갈등과 대립이 더 심화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퇴임 연설에서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성공의 길로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고 했지만 문 전 대통령 스스로 재임 기간 이 같은 통합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성공에 누구나 자부심을 가져야겠지만, 부동산 정책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로 인한 서민과 청년 세대의 좌절에 대한 반성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아쉽기 그지없다. 문 정부의 공과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역사의 몫이지만, 정부 출범 당시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해 더 뼈아픈 반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퇴임 이후의 삶도 이런 성찰에서 비롯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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