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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 직접 손본 윤 대통령...'반지성주의' 넣고 '통합'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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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A4 용지 10쪽 분량의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에서 가장 도드라진 단어는 ‘자유’와 ‘반(反)지성주의’다. 실무진이 25분 분량으로 작성해 보고한 취임사 초안을 윤 대통령이 직접 16분 분량으로 수정하면서 자유를 보다 부각하고 반지성주의 표현을 넣었다. 향후 5년간 국정운영 철학이 두 단어에 압축돼 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린다”고 강조했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반지성주의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반지성주의는 취임사에서 두 차례 등장해 빈도는 낮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소신이 가장 함축적으로 녹아 있는 표현이다. 이 개념은 반공 광풍 '매카시즘'이 미국사회를 휩쓸던 1950년대 정립됐다. 맹목적 신념을 비판하는 용도로 주로 쓰인다. 당초 실무진이 작성한 취임사 초안에 “민주주의는 자유와 지성에 의해 성립한다”고 돼 있던 문구를 윤 대통령이 반지성주의를 새로 넣어 고쳤다고 한다. ‘지난 5년간 정치적 양극화와 대립이 심화된 데엔 맹목적으로 특정 이념을 추종하는 정치문화가 놓여 있다’는 윤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해석에 따라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자유다. 35차례다. 반면 대통령 취임사의 단골 소재인 ‘통합’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두 단어의 극명한 대비에서도 윤 당선인의 속마음이 드러난다.
자유는 윤 대통령의 일생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그는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도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쓴 ‘선택할 자유’를 꼽는다. 때문에 초안에는 자유와 함께 ‘공정’과 ‘상식’도 주요 키워드로 담겼지만, 윤 대통령의 첨삭을 거쳐 “자유는 보편적 가치”라는 내용이 취임사 전면에 부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심지어 경제성장과 평화를 말할 때도 자유를 언급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최대 숙제 '통합'이 빠진 것도 이례적이다. 민주주의 위기를 강조하면서도 해법인 통합과 협치는 아예 배제된 셈이다. 이와 관련, 취임사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취임사 준비 과정에서 실무진에 ‘자유와 공정이 없는 통합은 무의미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말했다. 어떤 원칙도 세우지 않은 채 부패에 눈감는 방식의 통합은 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 관계자는 “그간 정치권에서 통용되던 통합 대신 사회적 갈등 해결에 적극 나서겠단 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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