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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치기 정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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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여권 주류진영의 ‘이준석 몰아내기’는 이 대표 특유의 ‘갈라치기 정치’가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많다. 대내외적인 전방위 투쟁 방식이 허점을 제공해 지금의 처지에 몰렸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대선과정에서 줄곧 2030세대와 60대 이상이 연합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4050세대를 압박하면 윤석열 후보가 승리한다는 ‘세대포위론’을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페미니즘’ 정책에 2030 남성이 강한 반감을 갖고 있으니 이 부분을 공략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젠더 갈라치기’는 초반의 성공 조짐에도 불구하고 성별 혐오를 조장했다는 당내 비판이 쏟아졌다. 이재명 후보와의 표차가 0.73%포인트에 불과했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실제 20대 여성표가 대선 막판 이재명 후보 쪽으로 결집한 흔적은 뚜렷했다. 이 대표는 이후에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향해 “시민을 볼모로 잡는다”며 공격성 발언을 퍼부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르는 혐오정치란 비판이 추가됐다.
이 대표를 향한 직접적 불신은 대선국면이 한창이던 와중에 선거운동을 보이콧하며 두 번이나 가출해 내부적으로 전선을 그은 측면이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노출한 윤 대통령의 문자메시지에 ‘내부총질’이 등장하는가 하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 대표를 비판할 땐 하나같이 ‘내부를 향해 총부리를 든다’는 키워드를 반복하고 있다.
이준석 정치가 성공하지 못한 증거로 어쩌면 뚜렷한 ‘팬덤’(fandom)을 형성하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그 반열에 오르려면 시대정신을 이끌 수 있느냐일 것이다. 갈등을 부추기고 대립을 촉발시켜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 건 정쟁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정치사에 최초로 팬덤을 가진 인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납치와 살해위기, 연금, 감옥생활, 사형선고와 망명 등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을 겪으며 민주진영과 호남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1980년 초 ‘서울의 봄’으로 불리던 시절 탄생한 ‘연청’(민주연합청년동지회)은 재야인사 김대중의 전위대 역할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1991년 3당 합당을 거부하고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부산에서 낙선을 반복한 ‘바보 노무현’에겐 순수한 마음의 열혈지지층이 몰렸다. ‘노사모’는 자유로운 조건에서 대중적으로 탄생한 첫 정치팬덤일 것이다. 그러나 팬덤은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 어느 한쪽을 악으로 규정하기 쉽다. 노무현 정부시절 ‘국민 편가르기 정치’라는 보수세력의 공격이 처음으로 시작됐다.
강고한 지지층이 사회갈등 요소로 등장한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 때다. ‘대깨문’이 생겨나고 진영 내 배신자들을 응징하는 문자폭탄이 등장했다. 인터넷, SNS시대 이후 나타난 최근 현상이다. 과거 김대중과 노무현의 열성층은 조직적인 적대감을 드러내진 않았다. 세계적으로도 경제위기를 기반으로 극좌·극우 포퓰리즘이 일상화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냉소주의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더 이상 국민통합이나 화합형 지도자를 기대하기 힘든 환경이 된 것이다. 지지층만 소통하고 정치보복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팬덤은 대중정치인에겐 핵심요건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거침없이 추락하는 것도 팬덤이 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이달 말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 유력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은 가장 공격적인 강성지지층을 보유했다. 그러나 ‘문파’(문 전 대통령 지지층)를 능가하는 배타적 지지행태를 과감히 억제하지 못하는 한 이 의원이 정치발전에 기여하긴 힘들다. 수사당국이 각종 ‘사법리스크’를 현실화할 경우 이 의원은 팬덤에 기댄 반응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국민에게 ‘정치탄압’으로 비쳐질지, 아니면 그 반대가 될지가 이 의원과 민주당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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