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아동ㆍ청소년 인권유린이 이뤄진 선감학원 사건에 대해 20일 “국가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결론 내렸다. 국가기구 차원의 진상규명과 국가 책임 인정은 1982년 선감학원이 폐쇄된 이후 40년 만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이날 피해자 치유ㆍ지원사업, 추모비 설치 등을 약속했다. 너무나 뒤늦은 진실규명과 사과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 육지와 떨어진 선감도에 설립된 시설로 해방 뒤 경기도가 인수해 40년 동안 부랑아 강제수용시설로 운용했다. 이후 ‘부랑아 단속’이라는 명목으로 영문도 모른 채 이곳에 끌려온 8~18세의 아동ㆍ청소년들은 강제수용, 강제노역에 시달렸으며 무차별적 구타와 성폭행 등을 당했다. 수용된 아동ㆍ청소년의 숫자는 5,000명에 이른다. 선감학원에서 자행됐던 인권유린의 참상은 피해자단체, 시민단체 등의 노력에 의해 조금씩 세상에 알려졌지만 묻혔던 국가폭력의 진상이 온전히 드러났다고 볼 수는 없다. 이번 2기 진실화해위 조사에서도 사망자 5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특히 열악한 시설에서 병사하거나 섬을 탈출하다가 익사해 암매장된 희생자 유해발굴은 시급한 과제다. 진실화해위는 지난달 암매장지 봉분 5기를 시범발굴해 치아 68개와 유품인 단추 6개를 찾아냈다. 암매장지에 140~150개의 봉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뼈 조직이 약한 아동 유해의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유해 발굴과 피해자 특정은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들의 해원(解寃)을 위해서라도 이른 시일 내에 암매장지 봉분에 대한 전면 발굴조사가 필요하다.
40년 만에 국가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된 선감학원 사건은 초법적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의 진실규명에는 시효가 없다는 교훈을 준다. 정부 차원의 책임 있는 사과와 내실 있는 피해 회복 조치를 기대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