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30분 열차 지연, 계단까지 긴 줄... 지하철 파업 첫날 '퇴근 대란'

입력
2022.11.30 21:23
수정
2022.11.30 22:32
구독

출근길과 달리 열차 지연 운행 속출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30일 저녁 서울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승강장이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30일 저녁 서울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승강장이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연합뉴스

30일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첫날, 출근길 불편은 없었지만 퇴근 시간이 되자 우려했던 교통대란이 가시화했다. 대체인력을 투입한 아침(오전 7~9시)과 달리 지하철 운행을 축소한 영향이 컸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지하철 2호선 운행은 내선 33분, 외선은 27분 지연됐다. 3호선은 상행선 25분, 하행선은 28분 운행이 늦어졌다. 1호선과 4호선도 각각 10∼20분, 10∼18분 지연 운행했다. 5∼8호선만 비교적 원활한 운행 흐름을 보였다.

2호선이 특히 문제였다. 강남, 역삼, 영등포구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일부 역에 이용객이 몰리면서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강남∼역삼역 구간에는 한때 열차 배차 간격이 30분 가까이 벌어져 승객들이 승강장뿐 아니라 역내 개찰구와 지상으로 이어지는 계단까지 빼곡히 들어찼다. 3호선은 코레일이 운영하는 열차가 고장 나 혼란을 더했다.

역사 여기저기서 “밀지 말라” “아예 못 움직이는데 어쩌라는 말이냐” 등 고성이 오갔다. 가까스로 객차에 탄 시민들은 밀려나지 않기 위해 손잡이를 꽉 붙잡기도 했다. 열차 안이 수용인원을 초과할 만큼 승객들로 넘쳐나면서 정거장마다 승ㆍ하차를 할 때 비명을 지르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됐다.

‘퇴근길 대란’은 교통공사가 운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근시간에는 대체인력을 투입했으나, 퇴근시간대(오후 6∼8시)는 운행률이 평상시의 85.7% 수준으로 떨어져 열차가 자주 지연됐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서울시는 이 시간 시내버스 집중배차 시간을 30∼60분 연장하고, 인파가 몰리는 역사에 전세버스를 배치하기도 했으나 퇴근길 승객들을 실어 나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열차가 정차할 때 내리고 타는 과정에서 위험한 상황이 생길까 무섭다” “무리하게 타려는 사람들이 많아 숨이 막혔다”는 등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경기 수원시에서 서울역으로 출퇴근하는 오모(27)씨는 “대체 인력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 8일이라는데, 더 길어지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파업 첫날부터 시민 불편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교통공사와 노조의 재교섭이 길어질 경우 퇴근 대란은 매일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김소희 기자

관련 이슈태그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