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반격능력 보유'를 명분으로 방위력 강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패전 이후 평화헌법에 근거한 전수방위(공격받을 때만 방어력 행사) 원칙을 지켜온 일본이 방위전략 대전환을 꾀하는 것으로, 연말까지 '안보 3문서'를 개정해 무기 확충과 국방예산 증액 계획을 확정하는 것이 당면 목표다. 과거 패권국이자 경제대국인 일본의 재무장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안보 위험을 키울 수 있어 우려된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적의 공격 지점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갖춘다는 목표로 국산 10여 종을 개발하면서 미국제 토마호크 미사일을 우선 배치할 계획이다. 이대로라면 현재 200㎞ 수준인 미사일 사거리가 수년 내 최대 3,000㎞로 늘어나 한반도 전역은 물론 중국 영토까지 닿게 된다. 정찰용 소형 위성 50기를 내후년부터 띄우고, 2035년까지 극초음속 전투기를 보유한다는 내용도 안보 문서에 포함된다. 방위비는 50% 이상 늘려 내년부터 5년간 총 40조 엔(385조 원) 이상을 책정할 방침이다.
거침없는 군비 증강 움직임은 일본의 우경화 흐름과 맞물려 있다. 때마침 미중 경쟁 격화, 북한 핵·미사일 개발, 우크라이나 사태로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자 일본 정부가 안보현실론, 특히 중국의 위협을 부각해 동아시아 안보 지형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소원했던 한국과도 북한 미사일 도발을 계기로 실시간 미사일 정보 공유에 합의하는 실익을 챙겼다.
일본이 북한과 중국을 독자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우리는 원치 않게 무력 분쟁에 휘말리거나 대일 안보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적의 공격 착수'에 한해 반격할 거라면서도 구체적 기준을 내놓지 않아 선제공격 우려를 남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머리 위로 (북한) 미사일이 날아가는데 방치할 수 없지 않나"라며 일본 방위비 증액을 옹호한 것은 그래서 한가해 보인다. 한일 간 외교안보 협력은 필요하지만 일본의 재무장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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