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안 처리가 결국 법정시한인 2일을 넘겼다. 2002년 이후 2014년과 2020년을 제외하고 번번이 법정시한을 어긴 일이 또 반복됐다. 올해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맞물려 여야 협의가 더욱 난항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8일과 9일 본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때까지 여야가 타협의 묘를 발휘하기 바란다.
이날 김 의장 주재 회동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본회의는 열 수 없지만 예산안 처리가 정기국회(12월 9일까지)를 넘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를 열어놓고 합의하자며 2일과 5일 본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결국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이 쟁점이었다. 이후 김 의장은 입장문을 통해 “민생경제를 살리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를 챙기고, 안보와 국민안전을 강화하려면 내년도 예산안의 조속한 처리가 최우선 과제”라며 9일을 시한으로 못박았다. 해임건의안보다는 예산안 처리를 우선시한 것으로, 합당한 중재다.
남은 기간 동안 여야는 민생을 염두에 두고 협상하기 바란다. 그동안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심사과정에서 ‘윤석열표 예산’ ‘이재명표 예산’을 놓고 대립해 왔고 아직 115건이 미합의·보류 상태다. 야당은 윤 정부의 대통령실 이전·경찰국 설치·공공분양주택 예산 등을 삭감했고, 여당은 민주당의 공공임대주택·지역화폐 예산 등 증액 요구를 반대하고 있다. 취약계층과 민생을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은 지키되 나머지는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로 타협하고 조정해야 할 것이다.
예산안 처리 후에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국회의 과제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이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여당은 국정조사를 거부할 생각을 하지 말고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실시’ 합의를 지켜야 한다. 1일 여당 위원들이 불참한 국정조사 특위에서 유족들이 눈물을 쏟으며 진상 규명을 요구한 것을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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