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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외면한 여야, 예산안 정기국회 처리도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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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에도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실패했다. 예산안 통과의 법정시한(12월 2일)을 지키지 못한 데 이어 정기국회 회기마저 넘긴 건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을 두고 여야 원내지도부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를 거치며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윤석열표, 이재명표 예산을 각각 고집하며 국회의 중요한 책무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양당은 10일부터 시작되는 임시회 기간 기싸움을 연장하며 소모적 정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최대 쟁점은 예산안 감액 규모다. 국민의힘이 마지노선을 2조6,000억 원으로 설정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5년간 삭감 평균액이라며 최소 5조1,000억 원 이상을 주장했다. 정부가 건전재정을 목표로 허리띠를 졸라맨 만큼 감액 규모를 더 키우면 안 된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민주당은 ‘부자감세 폐기’ 등을 내세워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리자는 정부안을 거부했고, 정부안 시행을 2년 유예하는 김 의장의 중재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제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마저 남아 있어 향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까지 빨아들이는 정국의 블랙홀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해임안을 국회법상 72시간 내 처리하려면 11일 오전에는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
양측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실로 개탄스럽다. 거대야당이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고 집권여당은 전략 부재 속 정치적 무능만 드러냈다. 여야는 한발씩 양보해 타협하고 전향적 결과를 국민에게 내놓아야 마땅하다. 경제와 민생이 어려운데 예산안 처리마저 지체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민주당은 초유의 야당단독 수정 예산안을 예고했다가 김 의장에게 거부당하기도 했다. 여당이 유족들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는 한 이 장관 해임안을 이유로 국정조사를 보이콧해선 안 될 것이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떠나 오로지 민생을 염두에 두고 국민의 관점에서 협상에 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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