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UAE 방문 중 발언이 논란이다. 바로 다음 날인 16일(현지시간) 이란 외교부는 자국과 UAE의 관계에 대한 몰이해이자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언사라며 우리 정부에 해명을 요구했다. 국내 야권도 "위험천만한 발언이자 외교 결례"라고 비판했다.
외교부는 17일 윤 대통령 발언이 현지에 파병된 한국 부대 장병 앞에서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라는 격려 차원의 말씀"이라고 해명했다. 또 "이란과의 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는 변함없다"며 이란에 정부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맥락상 북한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볼 여지도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UAE의 적은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으로, 두 나라(북한과 이란)는 여러 가지 군사적 협력을 하고 있다"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 발언은 실언이란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당장 대이란 외교에 악재다. 한국 입장에서 이란은 1962년 이래 오랜 수교국이자 복잡다단한 중동지역 외교의 핵심 포스트다. 더구나 지금은 미국 정부의 이란 제재에 우리가 동참하면서 소원해진 양국 관계를 풀어야 할 민감한 시점이다. 재작년 이란이 한국 화물선 억류로 보복했던 원유 수입대금 동결 문제가 대표적 현안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란 지적도 있다. UAE가 이란을 안보상 최대 위협으로 여기는 건 맞지만, 양국은 예나 지금이나 경제 교류가 활발한 실리적 관계다. 또 최근 중동에선 미국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 변화와 맞물려 역내 갈등 해소 외교가 활발하다. UAE 역시 지난해 이란에 6년 만에 대사를 다시 파견하며 관계 회복에 나선 터라 이번 일이 곤혹스러울 수도 있다.
대통령의 말실수가 UAE 투자 300억 달러(약 37조 원) 유치라는 성과를 가리지 않도록 외교당국은 이란 등을 상대로 신속히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아울러 정상외교에서 실언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통령 보좌에 각별히 신경 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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