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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차도에서 나오지 못한 30대, 생전 글에 "한창 반짝일 젊음이 지는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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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로 숨진 희생자가 생전에 세월호·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추모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겼던 글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희생자 조모(32)씨는 지난 15일 아침 침수된 지하차도에 있던 청주 747번 버스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오송의 스타트업 육성 기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조씨는 주말이었지만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출근하던 길이었다. 조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직장 동료가 출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사고 사실을 알게 됐다. 사고 이틀 전인 13일이 생일이었던 조씨는 주말에 가족들과 식사하기로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조씨는 2019년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5년 전 나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가난한 대학생이었다. 나 살기도 힘들었던 그때(라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5년이 지난 오늘 어떻게 된 건지는 대충 드러났지만 많은 아이들이 돌아오지 못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책임져야 할 어른이 자리에 없었다"며 "그렇지만 그때 함께했던 마음만은 오래도록 남아 가야 할 길을 가르쳐주겠지. 애들아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남아 있는 우리가 더 열심히 살게"라고 다짐했다. 댓글을 통해선 "한창 반짝일 젊음이 이렇게 지는 게 슬프다"고도 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했던 글도 있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다음 날 조씨는 "소식을 들으며 오래전 고향 경북 상주에서 있었던 (압사) 사고가 생각났다. 인구가 10만 명이 안 되는 시골 축제에 유명인을 보기 위해 1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모였고, 사고가 났다"고 했다. 이어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도 현장에 있었다"며 "그래서 그런지 이태원 사고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안 좋았는지 모른다. 내가 아는, 또 내가 알지 못하는 모든 분들의 안녕을 빈다"며 간절히 기도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했던 마음 따뜻했던 청년이 비슷한 양상의 참사로 세상을 떠났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조씨의 친구라고 밝힌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오송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친구였다"면서 "갑작스러운 소식에 많이 당황스럽고 아프다. 얼마 전 생일이었던 친구라 더 착잡하고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선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사고 당시 창문을 깨며 승객을 구조하다 숨진 747번 급행버스의 50대 버스기사가 근무하던 A운수 회사 홈페이지 게시판엔 "마지막까지 애쓰신 기사님을 생각하니 먹먹하다. 부디 영면하시길" "본인의 안위보다 승객 한 분이라도 내보내려고 애쓰신 마음에 존경을 표한다"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는 내용의 글이 쏟아졌다.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참사와 관련해 충청북도와 청주시, 흥덕구 등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의 안일하고 부실한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당일인 15일 침수 4시간 전부터 두 차례에 걸쳐 관할 지자체에 미호강의 위험 상황을 알리고 교통통제·주민대피 조처의 필요성을 통보했지만,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 발생 1시간 30분쯤 전인 오전 7시 1분 충북경찰청에 112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이 궁평2지하차도에 도착한 시각은 첫 신고에서 2시간이 지난 오전 9시 1분이었다. 이미 지하차도가 물에 완전히 잠긴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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