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수도권 아파트 전수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LH 이권 카르텔’이 얼마나 뿌리 깊고 광범위한지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LH 임원이 퇴직 후 5개월 만에 대표로 자리를 옮긴 S업체는 철근 누락이 밝혀진 아파트 단지 15곳 중 감리 3곳, 설계 1곳을 수주했다.
해당 인사는 이직 당시 취업 심사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유는 ‘LH 상임 이사 이상 취업제한’ 신고 대상 업체 기준이 ‘자본금 10억 원과 거래액 100억 원’ 이상을 동시 충족해야 하는데, S업체가 그 기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LH 감리 수주 1위 업체도 기준에 해당하지 않을 정도로 심사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 이렇게 견제 장치가 허술한 틈을 이용해 LH 퇴직 임원들 이권 개입은 점점 과감해지면서 퇴직자가 출자한 신생 감리업체 G사는 설립 4년 만에 LH에서 160억 원대 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허울뿐인 취업제한 규정을 앞세워 국민을 기만하며 ‘LH 이권 카르텔’을 공고히 지켜왔던 것이다. 철근 누락 15개 단지 공사 참여 업체 중 설계 9개와 감리 11개 업체가 LH 출신 인사들이 근무하는 곳으로 나타났다. 건축업계에서는 문제가 드러난 설계 감리뿐 아니라 구조, 기계, 전기 분야 등 외주업체 전 분야에 LH 출신이 포진해 있다고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LH 사태의 근본 원인인 이권 카르텔을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라고 지시한 이후 LH는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하는 등 긴장하고 있다. LH 사장은 “매년 수백 명씩 퇴직하는데,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이 건설사, 설계사, 감리사뿐”이라고 해명했다. 건설 업계에서 전관예우가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고백한 것이다. 동시에 지나치게 비대해진 LH 자체가 건설업계에 비리와 비효율의 원인임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LH 이권 카르텔을 해체하려면 LH 분리ㆍ해체까지 배제하지 않는 수준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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