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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이력은 지워주면서, 독립영웅에 이념 딱지 붙이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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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등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 철거를 강행할 태세다. 친여권 인사들조차 “매카시즘”이라며 강한 우려를 쏟아낸다. 그 자리에 친일반민족행위자와 전쟁영웅이란 평가가 교차하는 백선엽 장군 흉상이 들어설 수 있다고 한다.
국방부는 그제 기자단에 보낸 문자에서 “소련 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이 있는 분을 육사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홍 장군을 비롯해 김좌진∙이범석 장군 등 5인 흉상은 2018년 3∙1절 99주년을 맞아 육사 충무관 중앙현관 앞에 설치됐다. 그런데 5년 만에 당시 시대적 상황을 무시한 채 홍 장군이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전력을 흉상 철거 이유로 공식화한 것이다. 흉상 이전지로 검토된다는 독립기념관은 정작 "전시는 어렵고 수장고 보관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반발이 크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럴 거면 박정희 대통령이 1963년에 홍범도 장군에 추서한 건국훈장을 폐지하라”고 일침을 놓았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6∙25 전쟁을 일으킨 북한군 출신도, 그 전쟁에 가담한 중공군 출신도 아닌데 왜 이제 논란이 되느냐”고 한탄했다. 홍 장군은 무장독립운동의 상징인 봉오동전투(1920)를 이끌고 청산리전투(1920)에도 참여했으며 말년을 극장 경비원으로 쓸쓸히 지냈다. 적어도 미국과 영국마저 일본에 우호적이던 1920년대 독립운동은 이념의 잣대가 아닌 행동으로 평가해야 마땅하다.
‘좌파 경력은 어떤 이유로도 안 되고 친일은 된다’는 이중성은 더욱 개탄스럽다. 흉상 건립이 검토되는 백선엽 장군은 6·25 당시 다부동전투에서 북한군을 격멸한 전과가 크지만 일제의 간도특설대 복무사실이 드러나 이명박 정부가 친일행위자로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국가보훈부는 지난달 국립대전현충원 홈페이지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기록을 지웠다.
광주시가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 군가, 북한 조선인민군행진곡을 작곡한 정율성을 기념하기 위한 공원 조성을 밀어붙이는 것 또한 용납하기 어렵다. "중국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강기정 시장의 주장은 지나치게 군색하다. 적의 사기 진작을 위해 앞장서 온 인물을 우리가 기념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독립운동마저 이념 갈등 소재로 끌어들이는 반역사적 행보를 모두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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