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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 쓴 기사를 돕는 초능력 소녀… 알고 보니 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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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를 닮은 비행물체가 도시를 날아다닌다. 사람들은 스마트폰 같은 첨단기기를 활용한다. 하지만 기사단이 존재한다. 여왕이 있기도 하다. 사람들의 삶은 SF영화에나 나올 만하면서도 중세의 시대상을 닮았다. 애니메이션 ‘니모나’는 알 수 없는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발리스터(목소리 연기 리즈 아미드)는 기사다. 1,000년 동안 이어져 온 기사단에서 최초로 평민 출신이다. 사람들은 발리스터에게 의구심을 감추지 않는다. 1,000년 전 거대 괴물로부터 왕국을 지킨 여성 영웅 글로레스의 후손 같은 고귀한 핏줄만이 기사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왕은 다르다. 신분이 아닌 능력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발리스터는 자신의 용맹함과 무예를 떨치고 싶다. 정식으로 기사 작위를 받는 날이 그에게는 동료 누구보다 남다르게 의미 있다. 하지만 인생 최고의 날이 최악의 날로 돌변한다. 무슨 일인지 그의 칼이 자동으로 여왕을 공격한다. 발리스터는 여왕 시해범으로 전락해 쫓긴다.
숨어서 누명을 벗으려는 발리스터에게 소녀 니모나(클로이 머레츠)가 나타난다. 니모나는 무엇으로든 변신할 수 있는 신통력을 지녔다. 그는 조수를 자처하며 발리스터를 도와주겠다고 나선다. 처음에는 의혹 어린 눈으로 봤던 발리스터는 니모나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천군만마처럼 자신을 도와주는 데다 순진한 구석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니모나가 왕국이 그토록 경계하는 거대 괴물이라는 의문이 든다. 발리스터는 니모나를 친구로 대해야 할까, 괴물로 여기고 처단해야 할까.
‘니모나’는 누명을 쓰고 딜레마에 빠지기까지 한 기사를 화면 중심으로 내세웠으나 시종 유쾌하다. 흥겨운 음악이 고막을 자극하고, 섬세한 세공술로 빚어낸 화면이 눈을 즐겁게 한다.
영화의 메시지는 중세와 미래를 섞어놓은 듯한 시공간에 함축돼 있다. 영화 속 왕국 사람들은 첨단 과학문명을 누리나 시간이 다진 인습과 편견에 갇혀있다. 물질은 미래이나 정신은 중세인 셈이다. 영화는 화면 밖으로 꽤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영화 속 왕국 사람들과 얼마나 다르냐고, 우리는 전통이라는 이름의 틀에 갇혀 세상을 편협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괴물이 왕국을 위협한다는 인식이 1,000년 전 생겼다는 설정이 상징적이기도 하다. 기독교 세계가 성지 회복을 명목으로 이슬람 원정에 나섰던 십자군전쟁(1095~1291)을 연상시킨다. 종교가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상대를 악마화하고, 이런 상황을 악용해 권력을 차지하고 강화하는 이들은 유사 이래 곳곳에 있다. 이야기는 가벼우나 주제의식은 제법 무거운 영화다.
‘아이스 에이지’와 ‘리오’ 시리즈 등을 만들며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신흥 명가로 평가받았던 블루스카이에서 기획했던 영화다. 모회사인 20세기폭스가 월트디즈니컴퍼니에 인수되면서 블루스카이는 2021년 문을 닫았고 ‘니모나’는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미국 유명 영화사 안나푸르나 픽처스가 기획을 이어받아 제작에 나서면서 대중과 만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애니메이션의 칸’이라 불리는 안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다음 달 10일 열릴 제96회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3%, 시청자 91%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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