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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용산서 '총궐기'하는 동안... 환자는 응급실 앞 '무한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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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닌가요….”
초등생 딸과 부산에서 올라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소아안과를 찾은 50대 주부 A씨는 두 차례 연속 진료 취소 통보를 받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병원은 16일 잡힌 딸의 눈병 치료를 직전에 취소하고, 그다음 주초에 일정을 다시 잡자고 했다. 그러나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뒤 돌아온 답변은 ‘인력이 없어 진료가 불가하다’는 또 한 번의 취소 통보였다. A씨는 “아이가 왼쪽 눈을 아예 뜨지 못해 안약을 넣으며 버티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에 가보라 해서 온 건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전공의 파업 사흘째인 22일 의사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 정부의 일방적 의대 증원 방침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정부의 엄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 장외투쟁을 강행한 것이다. 퇴로 없는 의정 간 대치 속에 불똥은 애꿎은 환자들에게 튀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날 오후 7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2차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집회 측 추산 300명이 모였다. 이들은 15일 첫 집회에서처럼 정부의 독단적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규탄하고, 대규모 의대 증원을 거세게 반대했다.
서울시의사회장을 맡고 있는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조직강화위원장은 "정부가 아무리 강하게 압박해도 대한민국 의료 정상화를 위해 투쟁의 선봉에서 어떠한 희생도 감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도 "전공의의 빈 자리를 교수들이 대신하고 있지만 오래 못 버틸 것"이라며 "정부와 대통령이 증원을 철회해 전공의들을 환자 곁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정부도 연일 강경 대응책을 꺼내고 있다. 전날 보건복지부는 박 회장과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에게 ‘의사면허 자격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행동 주동자나 배후세력을 구속수사하겠다는 ‘원칙’도 공언한 상태다.
타협 가능성은 안 보이고 양측 입장이 평행선만 달리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아픈 아내의 기침이 멎지 않아 오전 2시 30분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김모(65)씨는 10시간을 기약 없이 기다렸다. 김씨는 “병원 측에선 (의사) 선생님이 오셔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며 지연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담당의가 언제 나타날지 몰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밤을 지새운 탓에 그의 눈은 잔뜩 충혈돼 있었다.
올해 1월 뇌경색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고 고려대구로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주모(25)씨의 할머니도 전날 병원 측으로부터 “인력이 부족해 요양병원으로 전원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주씨는 “워낙 고령이고, 상태가 조금만 나빠져도 바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올 텐데 무책임하단 생각이 들었다”며 “환자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게 의료진의 존재 이유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 점검 결과, 21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소속 전공의의 74.4%인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8,024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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