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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하마스 핑계를 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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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실에 음식을 넣지 마세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의 냉장고에 이런 주의 문구가 붙어 있다. 이유가 쓰여 있지 않아도 모두가 조심한다. 냉동실에 아기 시신이 있기 때문이다. 영안실에 더는 자리가 없어 가자지구 아동의 시신은 병원 냉동실에, 냉동탑차에 안치된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2014년 여름, 이스라엘의 침공 당시에도 아기들의 시신은 하얀 수의에 감싸여 아이스크림 냉동고에 안치돼야 했다.
10년 전과 달라진 점은 침공의 규모다. 당시 51일간 2,200여 명이 살해됐는데 현재 150일간 3만여 명이 살해됐다. 아동 사망자는 1만3,000여 명에 달한다. 압도적으로 사망자 수가 증가한 원인 중 하나로 인공지능(AI)이 꼽힌다. AI가 자동으로 표적을 생성한 덕에 전례 없는 속도의 폭격이 가능해졌다. 유엔 팔레스타인 특별보고관은 "금세기 어떤 전쟁도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자행하는 절멸 캠페인에 근접조차 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집단학살, 즉 한 민족집단의 파괴는 민간인을 상대로 한 군사 작전을 의미한다. 사망자 중 아동이 많다는 것은 집단학살의 주요 특징이다. 1월 말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이 지금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방지하라는 임시조치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명령 후 한 달간 이스라엘은 주민 3,000여 명을 살해했고, 인도적 구호품 반입을 차단해 아동 17명이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집단학살 재판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의도 입증이다. 현대의 학살자들은 고의로 집단학살을 자행한다고 실토하지 않기 때문이다. 홀로코스트 전문가들은 학살 초기부터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의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가자지구에 무고한 민간인은 없다"며 이들의 "씨를 말리러 왔다"고 노래하며 춤추는 이스라엘 병사들의 영상은 집단학살을 명령하는 이스라엘 정치가들의 발언과 함께 ICJ에 증거로 제출됐다.
이스라엘은 병원이, 유엔 학교가 군사기지로 사용된다는 자료를 ICJ에 제출했지만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의 '포렌식 아키텍처'는 자료 일부가 조작됐음을 밝혀냈다. 가장 권위 있는 국제사법기관의 명령을 노골적으로 어기고, 조작한 자료를 서슴없이 제출하는 데서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대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19세기 말부터 유럽의 일부 유대인들은 유대인만을 위한 국가를 세우겠다며 팔레스타인에 모여들었다. 이스라엘은 이들이 인종청소를 통해 원래 팔레스타인 땅의 78%를 차지하며 1948년에 세운 국가다. 이스라엘은 1967년 남은 22%도 군사점령했다. 하마스는 20년 뒤인 1987년에야 결성됐고, 1994년 이스라엘 테러범이 이슬람 사원에서 신도들을 학살한 후 무장 투쟁으로 노선을 선회했다.
이스라엘은 가자 학살을 자위권의 행사라 주장하지만 2004년 ICJ는 이스라엘에 자국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주민을 상대로는 자위권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 무엇도 지난해 10월 7일에 시작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탓하기를 멈추고 국제법에 따라 군사점령부터 끝내야 한다.
*필자는 한국 시민단체인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로, 국제연대의 특성상 본명 대신 활동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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