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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조정, 월말 분수령… “원점 재검토 없다” 배수진 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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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의과대학 신입생 정원 조정 마감이 임박하면서 의정 갈등이 마지막 분기점을 맞고 있다. 각 대학들이 정부 지침에 따라 의대 증원 규모를 50~100% 범위에서 결정하면 의대 증원은 확정적 국면으로 들어서게 된다. 정부는 2,000명에서 물러섰지만 의사들이 요구하는 ‘원점 재검토’나 ‘1년 유예’에 대해선 선을 그으며 정책 추진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의사들은 교수 집단 사직과 집단 소송으로 정부를 압박하면서 의정 대치는 또 한번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각 대학들은 내년도 의대 신입생 정원을 놓고 숙고에 들어갔다. 정부가 거점 국립대 총장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내년에 한해 증원 규모를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도 내부 반발이 잦아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학내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대학들이 막판까지 정원 조정안을 쥐고 눈치 싸움을 벌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기존 정원이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들은 최대한 많이 뽑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정원은 형식적으로 대학별 입시요강이 발표되는 다음 달 말 확정되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학들이 대입전형시행계획 변경안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하는 이달 말 마무리된다.
의사들은 여전히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증원 규모 최대 1,000명 감축’에서 더는 양보할 수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료계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원점 재논의나 1년 유예를 주장하기보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통일된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강조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이어진 브리핑에서 “의대 모집인원 자율 조정은 전공의와 학생들이 병원과 학교로 돌아올 수 있게 하려는 정부의 고뇌에 찬 결단”이라며 “정부와의 대화에 임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도 예정대로 이번 주 출범한다.
의대 증원을 저지하려는 의사계 실력행사의 위력을 가를 최대 변수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가능 여부다. 교수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사직을 결의하거나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사직서를 일괄 취합했는데 이달 25일이면 한 달이 돼 민법상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육당국이 각 대학에 문의한 결과 현재까지 사직 예정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 차관은 “형식적 요건과 사전 절차가 갖춰져야 사직이 수리되는데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의료현장에서도 교수 이탈 움직임은 아직 뚜렷하게 포착되진 않는다. 진료와 강의를 함께하는 전임 교원들은 대학에, 진료만 하는 임상 교수들은 병원에 각각 사직서를 내야 하는데, 대학뿐 아니라 병원으로 제출된 사직서도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5대 상급종합병원(빅5 병원) 한 관계자는 “25일 전후로 외래 진료와 수술 일정을 조정하거나 취소하겠다는 요청은 없었다”며 “병원 경영진도 특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다른 병원 관계자도 “사직 절차가 진행된 사례는 없다”며 “사직 효력 여부에 대해선 법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병원은 진료 축소에 나섰다. 충남대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은 의료진 소진을 이유로 26일부터 금요일 외래 진료를 쉬기로 했다. 단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응급·중증환자 진료와 수술은 계속한다. 향후 다른 병원들이 동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 지역 대학병원 한 교수는 “교수들이 교육 여건 문제를 지적해도 듣지 않던 대학 총장과 정부가 이제 와 말을 바꾸면서 증원을 줄인 데 대해 교수들이 더 분노했다”며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속으로는 휘발유 통이 곧 터질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의대생들은 투쟁 장소를 법정으로 옮겼다. 충북대 의대생 168명은 “증원 결정으로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총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상대로 내년 대입전형계획에 의대 증원분을 반영하지 말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번 주에 성균관대, 동국대, 단국대, 인하대, 울산대 등도 같은 취지로 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의대생과 전공의, 교수단체 등이 각각 정부를 상대로 의대 증원 및 배분 결정을 멈춰달라며 법원에 낸 집행정지 신청은 잇따라 각하됐다.
환자들은 불안을 호소하며 의사들에게 조건 없는 복귀를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의사들은 자신에게 모든 것을 의탁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을 두 달이 넘도록 내팽개쳤다”며 “조건 없이 의료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도 “의사들이 요구하는 ‘원점 재검토’는 누가 봐도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억지 주장”이라며 “환자들이 느끼는 위급성과 절박함, 공포는 한계를 벗어났는데도 아직까지 느긋한 정부와 의료계 모습에 분노한다”고 성토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어떤 주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아무리 옳다 한들, 환자의 생명줄을 놓고 떠난 의사들이 내놓는 주장을 국민이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교수들은 부디 의료현장에 남아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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