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장범 KBS 사장 후보 임명 효력정지 가처분 기각

방통위 '2인 체제' 적법성 또다시 쟁점
MBC 사건과 정반대 결론 내린 법원
재판부 "다툼 여지... 무효 단정 어려워"
야권 이사진 "매우 유감스럽다" 반발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뉴스1

박장범 KBS 신임 사장 후보자의 임명 효력을 멈춰달라며 야권 성향 KBS 이사들이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부장 김우현)는 이날 KBS 야권 추천 이사진이 KBS를 상대로 낸 박 후보자 임명제청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대통령이 '2인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 추천 의결을 거쳐 여권 성향의 KBS 이사 7명을 임명한 처분의 적법성 여부였다. 앞서 KBS 이사회는 지난달 23일 당시 '뉴스9' 앵커였던 박 후보자를 신임 사장 후보로 선임한 바 있다. 그러나 친야 이사진은 애초 위원 5인으로 구성돼야 할 방통위가 2인 위원으로 KBS 이사진 7명을 추천한 것은 위법하며, 이에 따라 이들이 박 후보자를 임명 제청한 것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통령이 KBS 이사 7인을 임명한 처분을 무효라고 보기 어렵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이사회 결의 역시 무효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신청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방통위법에는 의사정족수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이라는 의결정족수에 관한 규정만 있다"며 "재적위원의 의미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2인 체제 방통위의 추천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KBS 이사들을 임명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하자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앞서 법원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 집행정지를 받아들인 것과 정반대의 결론이다. 서울행정법원은 2인 체제의 방통위가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이 "방통위법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봤는데, 남부지법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방문진법은 방송법과 달리 방통위에 이사의 임명권이 있다고 정한다"며 "대통령의 이사 임명처분이 위법한지가 문제되는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야권 성향 이사진은 입장문을 통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국회 청문회에서 대통령실의 사장 사전 낙점 의혹이 구체적으로 제기된 만큼 이 의혹의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사장 임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