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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밀레니얼 멘털에 경고등...'둘 중 하나는 번아웃'

입력
2025.01.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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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영연구원 '경고등 켜진 한국 밀레니얼의 정신건강' 보고서
"정신 건강 좋다"는 한국 밀레니얼, 글로벌 평균의 절반
①비효율 장시간 근로 ②연공서열 인사 ③불투명한 성장 비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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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허리’ 역할을 하는 밀레니얼 세대(1981년생~1995년생)의 정신건강이 다른 세대 또는 해외 밀레니얼 세대보다 나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비효율적 장시간 근로와 연공 서열 중심의 인사, 저출생 저성장 시대에서 승진 기회 제한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30일 LG경영연구원은 '경고등 켜진 한국 밀레니얼의 정신건강' 보고서를 통해 "국내 30대에서 40대 초반 밀레니얼 세대의 정신건강에 빨간 불이 켜졌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딜로이트가 전 세계 직장인 2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서베이에서 '정신건강 상태가 좋다'고 응답한 한국 밀레니얼은 29%로 전 세계 밀레니얼 평균 56%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컨설팅기업 모니터가 2020년 국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스트레스로 인한 번아웃을 경험한 30대 비중은 49.6%로 50대(26.5%)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LG경영연구원은 한국 밀레니얼의 정신건강에 경고등이 켜진 배경으로 ①비효율적 근로에 대한 피로감 ②연공서열 중심의 인사 불만 ③저성장시대 승진 기회 제한 ④경제 불안정 등을 꼽았다. 연구원은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이 직장에서 번아웃을 경험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과도한 업무량"이라며 "한국은 2022년 기준 취업자 1인당 연간 근로 시간이 1,901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콜롬비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 다음 장시간 근로 국가"라고 짚었다. 그러나 "연간 2,200시간(2008년)을 밤낮과 주말 없이 일했던 기성세대에게 열심히 일했다는 인정을 받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능력보다 연공 서열에 따른 임금 및 인사 제도도 밀레니얼 번아웃의 배경으로 꼽힌다. 밀레니얼 세대는 공정성에 민감한데 한국의 근속 1년 미만 대비 30년 차 직원의 임금 수준은 세 배로 영국 1.6배, 일본 2.3배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한국경총). 딜로이트의 MZ 서베이에 따르면 한국의 밀레니얼은 직장에서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요인으로 '하는 일에 대한 인정과 보상 미흡'(65%)을 압도적으로 많이 꼽았다. 글로벌 평균(53%)보다 12%포인트 더 높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성장 비전도 밀레니얼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LG경영연구원은 "문제는 대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저성장 시대를 향해가는 국내 기업 대부분이 고급직화, 고령화에 따른 인사 적체라는 공통 이슈에 직면해 젊은 세대에게 조직에서 성장할 기회를 충분히 제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헤드헌팅업체 유니코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100대 기업 임원 승진 비율은 2011년 0.95%에서 2021년 0.76%로 줄었다. 임원 평균 연령도 2012년 51.7세에서 2022년 53.2세로 높아졌다(CEO스코어 500대 기업 미등기 임원 분석).


경제적 불안정도 불만에 기름 부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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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의 정신건강을 나쁘게 하는 요인은 직장에만 있는 게 아니다. 딜로이트 조사에서 한국 밀레니얼의 40%가 삶의 최대 관심사로 생계비를 꼽았는데 앞으로 1년 안에 자신의 재정 상황이 현재보다 좋아질 거라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LG경영연구원은 "부동산 폭등은 밀레니얼에게 '이전 세대에 비해 경제적 안정을 쉽게 이루기 어렵다'는 좌절감을 안겨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4년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0억5,223만 원으로 가구당 월평균 소득 502만 원(통계청 2023년 4분기 가계 동향조사)을 기준으로 한 푼도 쓰지 않고 17년 6개월을 모아야 한다. 연구원 측은 "월 소득의 50%를 저축한다고 해도 무려 35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오는 걸 고려하면 30대 밀레니얼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클지 이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부동산 폭등기에 밀레니얼의 우울증이 늘었는데 LG경영연구원은 "질병관리청이 2019년과 2021년 조사한 우울증 유병률 결과 30대 남성이 전체 성인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컸고 '자살을 구체적으로 계획해보았다'는 응답도 여섯 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짚었다.

연구원은 "정신건강은 신체건강보다 현실에 미치는 파장이 더 크다"며 "정신건강 이슈는 선제적으로 관리, 예방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영국 킹스칼리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체적 질병으로 인한 결근보다 우울 등 정서적 문제로 인해 물리적으로는 회사에 출근했지만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하는 '프리젠티즘 현상'이 유발하는 비용이 훨씬 컸고 한국의 경우 그 차이가 10배 이상으로 분석됐다"고 경고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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