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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다녀온 뒤, '식사 거부'하는 냥이… 마음 돌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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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올해로 11세 된 코숏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입니다. 최근 날이 갑자기 추워지면서 고양이도 기침과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급히 병원으로 가 치료를 받았는데, 그 이후로 고양이의 행동이 조금 이상해졌습니다. 그날 주사를 맞았거든요. 주사에 저항을 하면서 실금도 하기에 좀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은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고양이의 행동이 부쩍 이상해 보입니다. 멍하게 창밖을 보고 있거나 바닥을 계속 바라보고 있어요. 밥도 잘 먹으려 하지 않아요. 거의 죽지 않을 만큼만 먹는 정도? 사료 그릇을 수북이 채워둬도 좀처럼 줄지 않아서 다시 사료통에 넣어둔 것도 몇 번째예요. 생각을 되짚어보니 과거에 원래 가던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채혈을 했었는데, 보건사 선생님이 처음 보는 고양이라 그런지 혈관을 못 잡아서 아이가 조금 힘들어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주삿바늘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던 걸까요? 병원에 또 가자니 아이가 또 걱정되고, 이걸 어쩌면 좋을까요?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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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녕하세요. 반려동물의 행동문제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치료하는 ‘하이 반려동물 행동 클리닉’의 원장 이우장 수의사입니다. 이번에는 11세의 노령묘가 건강상 이유로 병원에 다녀온 뒤 행동 변화가 생겨서 보호자께서 걱정이 많으신 것 같네요.
우선 현재 상태를 보면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는 등 치료도 받았지만 집에 와서는 여전히 밥도 잘 먹지 않아 건강상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다른 행동 변화도 있지만, 일단 원래 하지 않던 행동을 나이가 들어서 갑자기 하는 경우,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식욕부진과 같이 건강상 문제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다시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 나이가 들어서 갑자기 생기는 행동변화에는 의료적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질병이 아직 완치가 안 되었을 수도 있고, 새로운 질병이 발생했을 수도 있습니다. 병원을 방문해서 의료적인 원인이 하나도 없을 만큼 건강하다는 확인을 받으면, 마음 편하게 스트레스나 불안도를 낮추기 위한 환경 개선 등 행동학적 접근을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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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고양이가 병원을 너무 싫어했기 때문에 보호자님이 병원 방문을 꺼리는 점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약 30%의 고양이 보호자들이 평소 고양이가 병원 방문을 덜 스트레스받아 한다면 병원에 더 자주 갔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고양이 입장에서는 위협을 느끼게 되면 도망가려고 하거나, 얼어 있거나, 자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런 고양이를 동물병원에서 만지거나 검사하려고 하면 병원 내 스태프와 보호자 모두에게 위험이 될 수 있죠. 자연스레 검사 시간은 더 걸리고 강압적인 보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게다가 부정적인 경험을 하게 된 고양이는 다음 병원 방문 때 더욱 협조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사연의 고양이처럼 병원에서 실금을 할 정도로 고양이가 병원에 대한 두려움이 크거나 트라우마 등의 부정적인 경험이 있었다면, 정신적 괴로움과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이 병행되는 것이 권장됩니다. 우선 수의사 처방을 받아 집에서 미리 내원 전 항불안제를 복용하고, 이동장에 대한 적응 및 긍정적인 연관성을 지어주는 것, 병원 내에서는 대기 공간 분리 및 대기 시간 최소화, 그리고 가능할 때는 최소한의 보정을 통한 로우스트레스(Low-Stress) 방식의 핸들링과 최애 간식을 활용하는 등의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지금부터는 어떻게 노력을 하면 될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일단 고양이는 환경 변화에 취약한 동물이기에 만약 보호자가 느끼기에 고양이가 이동할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이동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평소 건강할 때부터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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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장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으로는 먼저 평소에 이동장을 주로 고양이가 지내는 방과 같은 휴식공간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동장 안에는 푹신한 담요나 보호자의 냄새가 나는 옷과 고양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넣어주고 초기에는 이동장 주변에서 장난감 놀이와 간식 보상과 같이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을 주기적으로 제공하여 이동장에 대한 경계심을 낮춰봅니다. 스트레스를 추가적으로 낮추기 위해 페로몬 스프레이 등을 이동장 안에 미리 뿌린 뒤에 상호작용을 시키는 것도 좋습니다.
경계심이 현저히 줄었다고 느껴질 때는, 평소 고양이가 식사하는 밥그릇을 점진적으로 이동장 근처로 옮겨 봅니다. 고양이가 편하게 먹는다면 계속해서 조금씩 이동장 가까이로 밥그릇을 옮기다가 결국엔 이동장 안쪽까지 옮겨 봅니다. 만약 이 과정을 하면서 고양이가 경계를 하면서 먹거나 허겁지겁 먹는 등 불편한 신호를 보인다면, 위 과정이 너무 빨리 진행되었다는 단서이기에 이전 단계에서부터 다시 천천히 진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하더라도 고양이가 병원에서만 높은 불안 행동을 보였다면, 항불안제가 처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시각적 자극에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 있기에, 이동장에 들어가서 이동할 때는 이동장을 긴 수건이나 담요 등으로 덮어주어 외부 시야를 차단하는 것이 도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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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는 분리된 대기 공간에서 최대한 다른 동물과 마주치지 않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검진 과정 중에 간식을 먹어도 된다면, 최애 간식을 소량씩 급여해 볼 수 있지만, 스트레스나 불안도가 높으면 잘 먹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진료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뒤에도 자기만의 공간에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대부분 고양이는 집과 같이 편안한 환경에 다시 돌아오면 몇 시간 이내로 다시 잘 적응하는 편입니다. 만약 평소에도 고양이가 스트레스에 취약하여 병원에 다녀온 뒤에 행동변화가 있었다면, 이를 낮추기 위한 보조제나 페로몬 요법 등을 일정 기간 동안 병행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만약 건강상 이유가 배제되었는데도, 불안 또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행동들이 며칠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수의사의 진단 하에 행동치료 또는 항불안제가 추가로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연에서는 노령묘의 갑작스러운 건강 이슈와 병원 방문 이후 생긴 행동 변화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오늘 다룬 내용이 사연자님께 도움이 되어 부디 고양이가 건강을 회복하고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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