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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감옥' 자처한 엘살바도르… "국적 상관없이 범죄자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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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 루비오(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3일 엘살바도르 코아페테케에서 대화하고 있다. 코아페테케=EPA 연합뉴스
엘살바도르 정부가 미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추방되는 불법 이민자 등을 국적에 상관없이 자국 수용 시설에 대신 수감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 대상에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범죄자도 포함된다. 사실상 '미국의 감옥'을 자처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안이 실제로 이행될 경우, 자국민 추방을 금지하는 미국 국내법이나 이주민 권리를 규정한 국제법에 저촉될 소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중앙아메리카를 순방 중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을 면담한 뒤, "엘살바도르가 세계에서 전례가 없는 특별한 이주 협정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 구금돼 있는 불법 이민자들을 언급하며 "우리가 감옥에 보내면 그들(엘살바도르)이 감옥에 넣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비오 장관은 부켈레 대통령이 미국 시민권자와 합법 거주자를 포함, 미국 내 교도소에 수감 중인 '위험한 범죄자'들을 엘살바도르 감옥에 수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국제 갱단 MS-13, 트렌 데 아라과 등의 조직원도 그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미국에 교도소 시스템 아웃소싱(위탁 처리) 기회를 제공했다"며 "(미국 시민권자를 포함해)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만을 우리의 거대 교도소(CECOT·테러감금센터)에 수감하는 대신 비용을 받겠다고 제안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미국에는 낮은 수수료지만, 우리 입장에선 교도소 시스템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과 엘살바도르 간 '거래'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루비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미국은 이번 제안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부켈레 대통령의 SNS 글을 인용하며 자신의 X에 "좋은 생각(Great Idea)"이라고 썼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운영하는 거대 교도소 '테러감금센터(CECOT)'의 모습. 중무장한 경찰관들이 벌거벗은 수감자들을 통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켈레 대통령의 제안을 두고 '미국법상 금지된 자국민 추방'이라고 지적했다. 레티 볼프 UC버클리대 교수는 미 CNN방송에 "미국 시민을 추방하려면 시민권을 박탈해야 하는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불법 이민자를 제3국으로 보내는 방안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음네샤 겔만 에머슨대 교수는 CNN에 "법적 근거도 없고, 이주자 권리에 관한 여러 국제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2019년 우파 성향 부켈레 대통령 집권 이후 엘살바도르는 엄벌주의에 기반한 법 집행으로 범죄율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도 다수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엘살바도르의 감옥 환경도 가혹하다. 당장 미국 국무부가 운영하는 여행정보 홈페이지는 "엘살바도르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은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받을 만큼 과밀 수용돼 있고 많은 시설에서 위생, 식수, 환기, 온도 등 상황도 열악하다"고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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