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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질서 흔드는 '트럼프주의'... 이스라엘·아르헨도 유엔기구 탈퇴

입력
2025.02.06 17:23
수정
2025.02.06 17:3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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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트럼프' 아르헨 대통령, WHO 탈퇴
이스라엘은 UNHRC와 UNRWA서 빠져
트럼프, 국제기구 중심 국제질서 흔들기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본부. AFP 연합뉴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본부.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임 직후부터 국제기구 여러 곳을 탈퇴하자, 일부 국가 정상들이 적극 동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뒤따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을 중심으로 이어져 오던 국제질서를 '트럼프주의'가 뒤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WHO와 심각한 의견 차이가 있다"는 이유를 댔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WHO가 전 세계에 장기간 봉쇄를 요구해 아르헨티나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마누엘 아도르니 대통령 대변인은 "우리는 국제기구가 주권, 더 나아가 우리의 건강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취임식 당일 미국을 WHO에서 탈퇴시키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그대로 따라 한 결정이다. 극우 포퓰리스트인 밀레이 대통령은 '남미의 트럼프'를 자처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정식 초청받은 해외 정상 둘 중 한 명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추진 중이며 다양성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진행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진행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동맹' 이스라엘도 트럼프 행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유엔 인권이사회(UNHRC)에서 탈퇴하고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자금 지원을 끊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이스라엘은 크게 반기며 즉각 UNHRC 탈퇴 행렬에 합류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UNHRC는 그간 중동의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을 억지로 악마화해 왔다"며 "인권을 증진하는 대신 민주주의 국가를 공격하고 반유대주의를 퍼뜨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스라엘이 국제기구에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미국의 국제기구 탈퇴 논리와 흡사하다.

국제기구조차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손절' 해 버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는 1945년 이후 유엔을 중심으로 형성돼 온 국제질서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한테 영향을 받아 다른 나라들도 하나둘씩 국제기구에서 발을 뺄 경우 국제협력을 지탱하는 근간인 상호 신뢰와 규율이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러한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급진적이거나 반미감정을 조장하는 국제기구, 협약 등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성명을 내고 "미국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권과 국제협력을 완전히 노골적으로 무시한다는 의미"라며 "우리 세계는 특히 인권 보호와 같은 공동의 이익을 중심으로 다자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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