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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마저 '소수인종 채용 우대' 폐기... 실리콘밸리 'DEI 후퇴'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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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구글 베이뷰 캠퍼스. 다양성을 의미하는 무지갯빛의 구글 로고가 사옥 앞에 설치돼 있다. 마운틴뷰=AFP 연합뉴스
미국의 빅테크 구글이 채용 시 소수자를 우대하던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기로 했다. 이른바 '워크(woke·진보적 가치와 정체성을 강요하는 행위라는 비난성 용어)'를 거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조에 맞춰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축소하는 기업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구글마저 이런 행렬에 동참한 것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피오나 치코니 구글 최고인사책임자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더 이상 인력 구성의 다양성을 개선하기 위한 채용 목표를 설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대규모 인종차별 반대 시위 'BLM(Black Lives Matter·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를 촉발시킨 2020년 5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그해 "2025년까지 '과소대표 집단(underrepresented groups)' 출신 임원 비중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흑인이나 라틴계, 여성 등 소수 집단의 고위직 비율을 늘리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목표가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바꾼 셈이다.
WSJ는 이날 공개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연례 보고서에서도 "DEI를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일부로 만들고, 우리가 서비스하는 이용자들을 반영하는 인력 양성에 전념하고 있다"는 문구가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해당 문구는 2021~2024년 매년 보고서에 포함돼 있었다.
아울러 구글은 내부 팀과 프로젝트 이름에서 DEI 관련 단어를 제거하는 작업을 이미 시작했고, 2014년부터 매년 발표해 온 다양성 보고서의 계속 발행 여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DEI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재평가의 일환"이라고 짚었다. 사실상 DEI 정책 전체를 뜯어고치고 있다는 얘기다.
구글은 DEI 채용 목표 폐기에 대해 "연방 계약업체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DEI 정책 반대 행정명령을 준수해야 한다"는 명분을 댔다. 그러나 해당 행정명령은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고, 개별 기업의 정책 설정에 정부가 개입하겠다고 나선들 위헌적 요소가 강해 실현되기 어렵다. 구글이 트럼프 대통령 기조에 자발적으로 발맞춘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4일 중국 베이징 구글 사무실 앞에 다양성을 의미하는 무지갯빛 구글 로고가 설치돼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지난해 6월 대학의 소수 인종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의 위헌 결정 이후, 미국 기업들 사이에선 DEI 정책 축소 움직임이 일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DEI 정책 손질'은 작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부터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지난달 다양성 정책을 감독하는 팀을 해체했고, 아마존도 지난해 12월 웹사이트에서 "DEI는 비즈니스에 이롭다"는 문구를 삭제하며 일부 다양성 정책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기존 DEI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기업은 애플이 유일하다.
DEI 정책의 대표주자 격이었던 구글의 후퇴는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소수 인종 등이 과소대표되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편향성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구글의 작년 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직원 중 흑인은 5.7%, 라틴계는 7.5%에 불과했다.
그나마 구글이 DEI 채용 목표를 처음 밝혔던 4년 전, 각각 3.7%와 5.9%였던 것보다는 개선된 결과다. 구글의 한 직원은 워싱턴포스트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들이 세계 인구의 다양성을 직원 구성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회사가 외부 압력에 굴복한 모습을 보게 돼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모든 것(DEI 목표의 설정·폐기 과정)은 자본주의 논리일 뿐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증명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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