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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커제발(發) 한·중 바둑계 갈등 사태, 봉합 수순 돌입

입력
2025.02.06 17:59
수정
2025.02.06 18:07

중국 측, 사석 관리 위반 ‘반칙패’ 폐지에 화답
‘LG배 기왕전’서 사석 관리 위반 규정 논란
향후 이어질 세계 대회 원만한 진행 기대

지난달 2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우승상금 3억 원, 3번기·3판2선승제) 결승 3국에서 커제(맨 왼쪽) 9단이 기원 관계자들에게 대국 규정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바둑TV 유튜브 캡처

지난달 2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우승상금 3억 원, 3번기·3판2선승제) 결승 3국에서 커제(맨 왼쪽) 9단이 기원 관계자들에게 대국 규정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바둑TV 유튜브 캡처

최근 중국 커제(28) 9단의 세계 메이저 기전 결승 판정 불복으로 빚어졌던 한·중 바둑계 갈등이 봉합될 전망이다. 판정 불복 논란과 관련, 한국기원 측의 해당 규정 폐지 방침 소식에 중국 측도 화답의 메시지를 전해오면서다.

6일 한국기원에 따르면 중국위기(圍棋)협회는 이날 기원 측에 “규정 개정 결정을 내린 한국기원에 감사한다”라며 “한국 주최의 세계대회가 원활하게 진행되길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세계 공통 바둑 규칙을 제정하자는 한국기원의 의견에 깊이 공감하고, 한·중·일 3국이 국제 규칙위원회와 국제중재위원회를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한국기원은 따낸 돌(사석) 관리 규정 위반과 연관, 경고 누적에 따른 반칙패를 없애고 징계 수위 등 세부사항은 추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방침은 이달 말 앞둔 한·중·일 국가대항전인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과 ‘제2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 등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양국 바둑계의 이번 충돌은 지난달 동갑내기인 커제 9단과 한국의 변상일 9단이 가졌던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우승상금 3억 원) 결승(3번기·3판2선승제)에서 불거졌다. 1국을 승리했던 커제 9단이 결승 2, 3국에서 잇따라 사석 관리 규정 위반 실수를 범한 가운데 변 9단에게 우승컵까지 헌납한 것. 한국 바둑 경기 규정 제4장 벌칙 제18조 경고 조항에 명시된 ‘사석을 (정해진 바둑) 통의 뚜껑에 보관하지 않는 경우’와 제19조 반칙 조항에 제시된 ‘경고가 2회 누적된 경우’에 해당되면서다. 사석 계가 방식의 한국 바둑 문화에서 비롯된 이 규정은 지난해 11월부터 한국기원 주관의 모든 경기에 적용되고 있다. 대국 도중에도 선수들에겐 필수인 정확한 수시 계가를 위해 상대방의 사석도 서로 잘 보이는 위치에 놓아야 한단 취지에서다. 한국기원 측에선 해당 규정 내용을 이번 ‘LG배 기왕전’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에게 사전 공유했다. 계가 상황에서도 사석이 불필요한 중국 바둑 경기 방식과는 사뭇 다른 규정이어서다. 평소 사석 위치엔 무신경해왔던 커제 9단이 이번 LG배 기왕전 결승 2, 3국에서 잇따라 동일한 실수를 반복했던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판정 결과를 거부한 커제 9단은 ‘LG배 기왕전’ 시상식에도 빠지면서 강경하게 맞섰다.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했던 중국바둑협회 측 역시 “이번 ‘LG배 기왕전’ 결승전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당초 예정됐던 한국 내 세계 기전 불참까지 통보하면서 대립했다.

이에 한국기원은 ‘이번 논란이 지속될 경우, 한·중 양국 바둑계 모두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 아래, 지난 3일 가진 운영위원회에서 문제의 ‘사석 관리 규정 위반’과 관련된 반칙패 폐지를 결정하고 타협 모드에 돌입했다. 한국기원의 이런 움직임에 중국 측이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치면서 연초부터 파생됐던 양국의 불협화음도 잦아들 조짐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기원의 ‘반칙패’ 폐지 조치에 중국 측에서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향후 이어질 세계 기전도 원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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