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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찾은 한국 장관 출신 3인방 “‘코리아 패싱’은 없다”

입력
2025.02.07 15:16
수정
2025.02.0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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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구·윤병세·김성한 특파원 간담회
“韓이 美 미움 받아 타깃 된 것 아냐
트럼프 ‘레이더망’ 제외 나쁘지 않아
조선업 유일 협력 대상으로 韓 지목”

윤병세(왼쪽부터) 서울국제법연구원 이사장(전 외교부 장관)과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전 산업자원부 장관), 김성한 고려대 교수(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가 6일 미국 워싱턴 한국국제교류재단(KF) 워싱턴사무소에서 한국 특파원단 대상 간담회를 하고 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윤병세(왼쪽부터) 서울국제법연구원 이사장(전 외교부 장관)과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전 산업자원부 장관), 김성한 고려대 교수(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가 6일 미국 워싱턴 한국국제교류재단(KF) 워싱턴사무소에서 한국 특파원단 대상 간담회를 하고 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미국 조야 분위기를 살펴보려 워싱턴 싱크탱크들을 두루 방문한 한국 장관 출신 인사 3인방이 “한국과 협력하려는 미국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입을 모아 전했다. 현재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가 당장 챙기는 국가군(群)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그게 ‘코리아 패싱’(한국 배제)은 아니라는 것이다.

“협력 약화, 美가 걱정… 상황 미묘”

4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유력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국·한반도 정책 관련 전망·제언을 듣고 의견을 교환 중인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과 윤병세 국제법연구원 이사장,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6일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단 대상 간담회를 갖고 회동 결과를 공유했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덕구(왼쪽) 니어재단 이사장이 6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상대로 미 싱크탱크 관계자들에게 들은 얘기를 전하고 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덕구(왼쪽) 니어재단 이사장이 6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상대로 미 싱크탱크 관계자들에게 들은 얘기를 전하고 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이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 우선순위 대상에 한국이 속하지 않은 것을 한국 홀대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김대중 정부 때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 이사장은 “한국이 미국의 미움을 받아 타깃이 된 상황은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한국은 (12·3 불법 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공백으로) 불안정한 상태이다 보니 그게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한국 정부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였던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당시 외교장관이었던 윤 이사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2주간의 혼란상과 (고관세 압박을 받은) 캐나다·멕시코·중국 등의 사정을 감안할 때 아직 한국 문제가 트럼프의 ‘레이더망’에 들어가 있지 않은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한국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6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윤병세(왼쪽) 전 외교부 장관.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6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윤병세(왼쪽) 전 외교부 장관.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 측 평가는 한국 일각의 우려와 반대라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자국 이익에 긴요한 존재로 본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트럼프 본인이 먼저 얘기한 조선업 협력을 포함해 한국을 빼고 인도·태평양 정책이 가능하겠느냐는 게 트럼프 측 인식”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출신인 김 교수도 “당선 직후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 협력을 언급한 것은 단순 립서비스가 아니다”라며 “상선·군함 할 것 없이 선박이 총체적으로 부족한 처지에 자국을 종합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게 미국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리어 협력 약화를 걱정하는 쪽은 미국일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그는 “만약 조기 대선이 치러졌을 때 한미일 협력에 부정적인 대권 후보가 다음 행정부 수반이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미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北비핵화 의지 판단 곤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미국 전문가들 예상이었다고 한다. 정 이사장은 “(한국에 수입될 때) 미국 제품이 거의 무관세라 미국이 한국에 요구할 만한 게 많지 않다”며 “(트럼프 의제 순위에서) 상당히 뒤로 밀리지 않겠냐는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6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하고 있는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6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하고 있는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이들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비핵화 의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김 교수는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는 의사가 없다는 것을 트럼프가 간파했을 텐데, 그럼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목표를 관철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정치적으로 타결하는 선에서 관리하려 하는지 현재로서는 권위 있고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기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트럼프 행정부의 역할은 ‘피스메이커(평화중재자)’일 수 있다. 윤 이사장은 “트럼프에게는 국내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트러블 스폿(분쟁 지역)이 자꾸 튀어나와 집중력이 분산되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앞으로 트럼프가 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쓸 것이라는 게 미국 싱크탱크들 관측”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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