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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P·P·P를 지켜라"…세계 타이어 1위 미쉐린이 지속 가능 꿈꾸는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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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일(현지시간) 찾은 태국 촌부리주(州) 미쉐린 람차방 PF2 공장은 2020년 가동을 시작한 새 시설답게 쾌적했다. 천연고무 특유의 냄새가 없었다면 타이어 공장임을 단번에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조립 라인은 물론 타이어를 열과 압력으로 단단하게 굳히는 경화 구역의 온도도 바깥만큼 덥지 않았다. 무거운 타이어를 사람이 들었다 내렸다 하는 등 '3D(Dirty·Difficult·Dangerous)작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반자동화 설비가 힘든 일을 마치면 직원들은 주로 검수에 투입됐다. 거대한 조립 장비인 'VMI 맥스' 앞에서 한 여성 직원이 갓 나온 말랑한 생 타이어를 요리조리 돌려보며 홈이 잘 파였는지 모양이 균일한지 등을 데이터와 함께 맨 눈으로 살폈다. 이렇게 수작업으로 잡아내는 불량품은 하루 1% 남짓. 그마저도 85%는 수정·보완을 거쳐 다시 사용된다. 야닉 바드 공장 매니저는 "검수 담당 엔지니어 중 절반이 여성"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모든 공정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며 "100% 자동화는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타이어 1위 기업인 미쉐린은 2021년 '모든 것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겠다(All-Sustainable)'는 비전을 내걸었다. 이를 위한 혁신은 무엇보다 사람(People)과 이익(Profit), 환경(Planet)을 뜻하는 'P·P·P(3P)'의 가치를 두루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굳은 신념이자 원칙이다. 마누엘 파피앙 미쉐린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 사장은 지난달 20일 공장 내 교육 시설인 미쉐린 탤런트 캠퍼스에서 글로벌 취재진과 만나 "3P를 위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것이 우리의 성장 전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중요한 생산 거점인 람차방 공장 곳곳에서도 포용적이고 안전한 일터와 환경 친화적 생산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짙게 묻어났다.
검수를 마친 생 타이어는 머리 위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경화 라인으로 옮겨졌다. 장치에 들어간 타이어는 열과 만나 치익 소리를 내더니 15분 만에 탄탄한 형태를 갖췄다. 경화 작업은 화석연료로 데운 고압의 증기를 파이프를 통해 다량 투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람차방 PF2 공장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기 경화 프레스를 들였다. 실내 온도를 38도에서 30도로 낮추고 소음을 줄여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부수 효과도 있었다. 미쉐린은 2040년까지 람차방 공장의 모든 경화 장치를 100% 전기 장비로 교체할 예정이다.
미쉐린은 자체 환경 평가 지표(i-MEP)를 통해 타이어 제조 과정에서의 물 취수량, 폐기물 발생량, 유기용제 사용량, 에너지 소비량, 탄소 배출량 등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한다. 이를 기준으로 환경 발자국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다. 연간 1,000만 개의 타이어를 생산하는 람차방 공장도 그룹의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라 2050년까지 실질적 탄소 배출을 0으로 맞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붕에 설치된 9.6㎿(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로 필요한 전력을 마련하고 물 재사용과 폐기물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타이어 원재료를 재활용 또는 재생 가능한 소재로 교체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050년에는 100% 지속 가능한 소재로 타이어를 제조하는 것이 그룹의 최대 목표다. 지금도 동남아시아 지역 특성을 살려 모래 대신 쌀겨에서 실리카를 얻고 폐타이어에서 추출한 재생 카본블랙, 해바라기유, 재활용 고철과 폐플라스틱 등을 대체 원료로 투입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미쉐린은 승용 타이어와 레이싱용 타이어의 지속 가능 소재 비율을 각각 45%, 71%까지 끌어올렸다.
친환경 전략은 생산에서 그치지 않는다. 타이어의 전 생애 주기 중 실제 주행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 양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미쉐린은 성능을 유지하면서 마모 한계선까지 타이어 수명을 늘려 교체 주기를 연장하고, 분진 발생을 줄이는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회전저항을 줄여주는 기술도 계속 발전시키는 중이다. 그렇게 되면 주행 시 에너지 손실이 적어져 연료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쉐린이 매년 12억 유로의 연구개발(R&D) 예산을 쏟아 부어 완성시킨 첨단 기술은 모든 타이어 라인업에 적용된다. 특히 전기차(EV)의 경우 에너지 효율성이 좋고 무거운 무게를 잘 견뎌 마모가 적은 타이어를 장착해야 하는데 모든 제품이 이런 조건을 만족한다는 자부심이 크다. 씨릴 로제 기술 및 과학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전기차 타이어에 요구되는 기능은 내연 기관차 타이어에도 중요하다"면서 "고객은 차량이 어떤 엔진을 담고 있는지가 아닌 원하는 쓰임새에 따라 타이어를 고를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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