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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갚을게" 목숨 구걸에도… GDP 3% 횡령한 베트남 재벌 '사형' 확정

입력
2024.12.03 16:54
수정
2024.12.04 00:0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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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사상 최대 규모' 횡령 사기범
"심각한 결과 초래, 감경 이유 없어"
재산 4분의 3 반환 시 종신형 감형
"자산 동결, 부동산 현금화 어려워"

쯔엉미란 반팃팟홀딩스 회장이 3일 베트남 호찌민시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재판에서 재판부의 항소 기각 이유를 듣고 있다. 호찌민=EPA 연합뉴스

쯔엉미란 반팃팟홀딩스 회장이 3일 베트남 호찌민시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재판에서 재판부의 항소 기각 이유를 듣고 있다. 호찌민=EPA 연합뉴스

베트남 법원이 국내총생산(GDP)의 3%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횡령했다 사형을 선고 받은 부동산 재벌의 항소를 기각했다. 자신이 빼돌린 자금을 갚겠다며 ‘목숨 구걸’에 나섰지만, 사법 당국은 범죄 규모가 전례없이 큰 데다 감형 자격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고 사형 선고를 확정했다.

항소심 재판부 “범죄 감경 근거 없다”

3일 VN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호찌민시 고등법원은 이날 열린 쯔엉미란(68) 반팃팟홀딩스 회장 항소심 선고에서 “사형을 감형할 근거가 없다”며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사건 규모가 매우 크고 피고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범죄를 많이 저질렀기 때문에 범죄를 감경할 근거가 없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반팃팟홀딩스는 베트남의 부동산 개발업체다. 란 회장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약 10년에 걸쳐 측근과 공모, 산하 계열 은행인 사이공상업은행(SCB)에서 304조 동(약 16조7,2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베트남의 2022년 GDP(4,000억 달러·약 557조 원)의 3%가 살짝 넘는 규모로,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시아 역사상 최대 수준의 횡령 범죄로 기록됐다.

쯔엉미란(왼쪽 두 번째) 반팃팟홀딩스 회장이 3일 베트남 호찌민시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재판에서 재판부의 항소 기각 이유를 듣고 있다. 호찌민=EPA 연합뉴스

쯔엉미란(왼쪽 두 번째) 반팃팟홀딩스 회장이 3일 베트남 호찌민시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재판에서 재판부의 항소 기각 이유를 듣고 있다. 호찌민=EPA 연합뉴스

현지 검찰 조사 결과 그는 SCB 지분의 91.5%를 장악하고 있었으며 페이퍼컴퍼니 1,000곳을 이용해 무려 2,500회에 걸쳐 허위 대출을 신청한 뒤 돈을 빼내는 방식으로 어마어마한 금액을 횡령할 수 있었다. 받아 챙긴 금액으로는 억만장자 부럽지 않은 호화생활을 누렸다. 이 과정에서 국영은행 관계자와 공무원들에게도 막대한 뇌물을 건넸다.

대출 이자까지 고려하면 란 회장의 횡령 피해액은 677조 동(약 37조1,000억 원)에 달한다. 1심 재판부는 수만 명의 시민이 평생 모은 돈을 잃는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고 지난 4월 사형 선고를 내렸다.

재산 4분의 3 반환이 목숨 유지 관건

란 회장은 이후 자신에게 내려진 형량이 과도하다며 즉각 항소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열린 항소 심리에서 “자산을 매각해 빚을 갚을 테니 제발 형량을 줄여달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사건 후과가 전례 없이 큰 데다 피해를 언제 극복할지 알 수 없는 만큼 감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손을 들어준 것이다. 3심제를 운영하는 한국과 달리 베트남은 2심제다. 사실상 사형이 확정된 셈이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호찌민시의 한 건설 현장에 사이공상업은행(SCB) 로고가 나타나 있다. 호찌민=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베트남 호찌민시의 한 건설 현장에 사이공상업은행(SCB) 로고가 나타나 있다. 호찌민=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현지 매체들은 란 회장이 목숨을 유지할 여지가 적게나마 남았다고 본다. 사형 판결이 내려졌더라도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형량이 변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란 회장이 횡령액을 변제할 수 있는지다. 베트남 형법상 횡령 ·뇌물 수수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재산의 4분의 3 이상을 국가에 반환하고 당국 조사에 충분히 협조하면 사형을 종신형으로 낮출 수 있다.

베트남 국영 신문 라오동은 란 회장의 경우 최소 280조 동(약 15조4,000억 원)을 반환할 경우 법원이 참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가 백방으로 돈을 구하고 있지만 필요한 금액을 모으는 게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BBC방송은 “베트남 당국은 사기와 연관된 (란 회장의) 다양한 자산을 파악했고 이를 동결했다”며 “변호인단이 돈을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보유) 부동산 자산 등을 현금화하는 게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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