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협치 복원만이 민주주의를 지킨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극단적 대결만 경험한 9개월
권력구조 개편도 시급하지만
대화·타협시스템 복원이 시급
지난 1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 등이 걸려 있다. 뉴스1
"대화와 타협, 협치의 정치를 하겠다."
국회의원 당선 후 언론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포부이다. 그러나 지난 9개월간 겪은 현실정치의 벽은 너무 높았다. 나름 협치를 위해 야당 의원과 대화도 하고 법안 공동대표발의도 진행했다. 회의장에서도 가능한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비판을 위한 비판은 자제했다. 그러나 국회 상황은 정반대였다. 협치는 사라지고 극단적 대결만이 남았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87년 헌법체제는 군부권위주의 집권 세력과 민주화 세력 간의 대타협으로 시작되었다. 보수 세력은 3당 합당과 문민정부 출범 이후 군부독재 세력이 퇴출되면서, 산업화 세력 기반하에 보수화된 민주화 세력으로 대체되었다. 반면 진보 세력은 민주화 운동의 주도권을 유지하며 재야 변혁 세력과 학생운동 세력이 몇 차례에 걸쳐 제도 정치권 안으로 흡수되어 왔다. 그동안 인적 구성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러한 기조하에서 보수와 진보 세력은 치열하게 경쟁을 하면서도 적절한 타협을 통해 균형을 맞춰왔다.
타협 노력 중 하나가 2012년 제정된 국회선진화법이다. 국회선진화법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데 본회의 날치기 통과를 방지하는 대신, 상임위 등에서 가중다수결 조건으로 법안이 신속하게 통과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가 합의해야 법안 직권상정이 가능해졌다. 상임위원회에서는 이러한 법적 규정을 두지는 않았으나, 상임위원장이 여야 간사 간 협의를 통해 의사일정을 정하는 관행이 존중되어 왔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의 무게 추가 진보 쪽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민주당의 일방독주가 시작되었다. 21대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은 '국회법대로 다수결'을 외치며 타협을 거부하고 국회 운영을 밀어붙였다. 특히 22대에 들어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갇힌 민주당은 거대 의석을 무기로 국회를 방탄의 장으로 만들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29번의 연쇄 탄핵, 23번의 특검법 발의, 38번의 재의요구권 유도, 일방적인 예산 삭감까지 민주당은 폭주를 멈추지 않았다.
최근 민주당은 명태균 특검법을 국회법 제59조에 명시된 숙려기간 20일마저 지키지 않고 발의 하루 만에 법사위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숙려기간 예외사항인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필자가 있는 교육위도 다음 주 전체회의가 열리는데 우리 당 간사가 내용을 모르는 안건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합의는 고사하고 협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지금 국회의 현실이다.
민주당만의 책임은 아니다. 집권여당은 무기력했고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을 거부했다. 극단적 대결정치는 결국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의 입법폭거와 대통령의 계엄선포로 협치의 정치문화는 회복불가할 정도로 파괴되었다. 정치가 실종되면서 헌정질서는 또다시 헌법재판소와 사법부의 결정에 맡겨졌다.
많은 이들이 지금과 같은 극단적 대결정치를 방치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말한다. 공감한다. 그 대안으로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를 몇 년으로 하고 몇 번 할 수 있냐는 것보다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정치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협치의 복원만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와 민주주의 체제를 지킬 수 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