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의 별, 밀라노도 부탁해

14일 막 내린 아시안게임 종합 2위
역대 최다 타이 금메달로 마무리
1년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 전망 밝혀

쇼트트랙 혼성 계주 대표팀이 8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들고 인사하고 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6개를 쓸어 담았다. 하얼빈=뉴스1

태극전사들이 14일 막을 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다 타이인 16개의 금메달을 수확하며 1년 앞으로 다가온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16개, 은메달 15개, 동메달 14개를 획득해 개최국 중국(금 32·은 27·동 26)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일본(금 10·은 12·동 15)이다. 이번에 따낸 금메달 16개는 2017 삿포로 대회 때 기록했던 역대 최다 금메달과 타이다.

대한체육회가 개막 전 각 종목 단체의 전력 분석 등을 토대로 예상했던 성적(금메달 11개)을 뛰어 넘는 기대 이상의 성과다. 무엇보다 내년 올림픽 모의고사를 성공적으로 치러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 올린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여자 쇼트트랙 에이스 최민정(성남시청)은 이번 대회 3관왕에 올라 건재함을 알렸다. 1년 동안 휴식을 가졌는데도 혼성 계주와 여자 500ｍ, 1,000ｍ를 석권했다.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 박지원(서울시청)도 혼성 계주, 남자 1,500ｍ를 제패했다. 여기에 나란히 금메달 2개씩을 목에 건 지난 시즌 여자 세계랭킹 1위 김길리(성남시청)와 남자 쇼트트랙 장성우(화성시청)가 종합국제대회 경험을 쌓은 것도 고무적이다.

스피드스케이팅 2관왕 이나현(왼쪽), 김민선이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스피드스케이팅은 여자 단거리 기대주 이나현(한국체대)의 등장이 반갑다. 그간 '포스트 이상화' 시대를 연 김민선(의정부시청)이 간판 역할을 했지만 이나현은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빠른 스타트로 여자 100ｍ 금메달, 500ｍ 은메달, 여자 팀 스프린트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김민선도 주 종목 500m와 팀 스프린트 우승으로 2관왕에 등극했다. 이제 둘은 밀라노 올림픽에서 '제2의 이상화'를 향해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피겨에선 차준환(고려대)과 김채연(수리고)이 은반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둘은 각자 남녀 싱글에서 톱랭커인 일본 선수들을 2위로 끌어내리고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높은 벽을 넘어선 만큼 자신감도 듬뿍 쌓였다.

설원은 10대의 패기로 빛났다. 2006년생 이채운(경희대 입학 예정)과 2008년생 김건희(시흥매화고)는 각각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하프파이프에서 '금빛 도약'을 했다. 특히 이채운은 2023년 세계선수권대회 스노보드 하이파이프 최연소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기량이 뛰어나 내년 올림픽 금메달 기대주로 평가받는다.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하프파이프 시상대 맨 위에 오른 2005년생 이승훈(서울스키협회)은 아시안게임을 발판 삼아 한국 스키 하프파이프 최초로 올림픽 결선 무대를 꿈꾼다.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스노보드에서 금메달을 딴 김건희(왼쪽)와 이채운. 야부리=연합뉴스

바이애슬론 불모지 한국에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안긴 러시아 출신 귀화 선수 예카테리나 압바꾸모바(전남체육회)의 세 번째 올림픽도 기대를 모은다. 2018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귀화한 압바꾸모바는 첫 올림픽에서 여자 15㎞ 개인전 16위에 올랐고,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선 73위에 그쳤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반등 계기를 마련한 압바꾸모바는 내년 올림픽에서 개인 최고 순위에 도전한다.

또한 아시안게임 대회 금메달 피날레를 장식한 여자 컬링 대표팀 경기도청(스킵 김은지, 서드 김민지, 세컨드 김수지, 리드 설예은, 핍스 설예지)도 내년 올림픽에서 평창 대회 은메달을 따낸 '팀킴' 돌풍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