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 돼선 안돼" 분열 선동한 尹, "안 가는 게 비겁" 옥중 접견 독려한 與

2025.02.07 18:00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국민의힘 의원들과 접견해 "우리는 모래알이 돼서는 안 된다"며 보수층을 향해 '끝까지 싸우자'고 독려했다. 불법 계엄을 저지르고 탄핵 심판을 자초한 대통령이 여전히 반성보다는 분열을 조장하며 '국민 갈라치기'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같은 분열 메시지를 실시간 중계하며 윤 대통령 대변자를 자처하고 있다. 당내에선 "보수의 가치를 배신한 사람을 계속 왕처럼 떠받드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윤상현·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윤 대통령을 접견한 뒤 기자들을 만나 '옥중 메시지'를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나 좌파는 강력하게 카르텔을 형성하고 집요하게 싸우지 않나"라며 "지금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위기다. 강력한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보수 지지층이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 좌파와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 비상계엄을 자초해 사회적·경제적 충격을 안긴 것에 대한 사과나 반성의 전언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 출석하길 잘했다"며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등의 12·3 불법계엄 관련 진술이 곡해돼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쏟아냈다고 한다. 탄핵 심판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이어가고 있는 핵심 증인들의 진술 신빙성을 흔들어 놓기 위해 '내란·탄핵 공작 프레임' 여론전에 옥중 메시지를 활용하고 나선 셈이다. 윤 대통령이 현역 의원을 접견한 것은 두 번째다. 앞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등이 3일 윤 대통령을 접견한 바 있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통해 '자신을 중심으로 뭉쳐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 동정론을 자극하며 '보수 결집'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옥중 접견의 첫 테이프를 끊었던 여당 지도부도 윤 대통령과 "인위적 거리두기는 반대한다"며 앞장서 엄호에 나서는 모양새다. 권영세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가 돼 있을 뿐이지 우리 당 대통령 아니겠나"라며 "당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면회를 하는 게 당연하다. 오히려 안 가는 것이 비겁하다"고 했다. 윤 의원도 이날 "개인적 의리뿐 아니라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으로서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포문을 열었는데, 일조하는 게 기본적인 도리라는 심정으로 왔다"고 했다. 당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윤석열계인 김상욱 의원은 전날 YTN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바로 가기 위해서는 보수의 가치를 배신한 분을 계속 왕처럼 받들며 그분이 무엇을 지시하는지 입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다음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합리적인 시민들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여당 인사들의 윤 대통령 접견 정치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은) 의원들 접견을 다음 주 초까지 하고 그다음부터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30~40명 정도가 저에게 말을 했고, 월요일에도 의원들이 갈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 우원식 국회의장 접견…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 시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과 관련해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이 직접 APEC 참석 의사를 긍정적으로 시사한 경우는 처음이다. 시 주석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는 “한국인들이 잘 해결할 지혜와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7일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한 호텔에서 제9회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방문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APEC 정상회의에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것은 관례”라며 “관련 부처와 함께 참석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되면 2014년 7월 이후 11년 만이다. 이번 회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한반도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중 최고위급 인사들이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 비상계엄 상황도 화제에 올랐다. 우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 등으로 인한 정치·사회적 혼란을 두고 "한국의 현 상황이 불안정하지 않고 위기를 반드시 극복할 것”이라고 했다. 대외신인도 하락을 막기 위해 '한국이 현 정국을 잘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시 주석은 "중국의 한국 정책은 안정적이고 변화가 없다”면서 “한국 국민들이 내정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이 있다고 믿으며 올해 한국의 모든 일들이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우 의장은 “한국에서는 중국의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문화콘텐츠를 자유롭게 누리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한국 관련 문화콘텐츠를 찾기 어렵다”면서 “문화 개방을 통해서 청년들이 서로 소통하고 우호감정 갖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했다. 시 주석은 “문화교류는 양국교류의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으로 문제가 불거지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답했다. 시 주석이 ‘한한령’(限韓令·한류수입금지)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문화 교류에 비교적 긍정적 반응을 내 놓은 것이어서 한한령 해제에 진전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중국은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발하며 2016년부터 한국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의 수입을 제한 중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중국 정부의 한국민에 대한 사증(비자) 면제 이후 한국 관광객이 중국을 많이 방문하고 있다”면서 “중국인들도 한국을 더 많이 찾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이번 접견을 두고 시 주석이 우 의장을 상당히 예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 접견은 당초 15분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42분 가량 이뤄졌다. 시 주석은 통상 접견단을 만날 때 자신이 중앙에 앉고 좌우에 접견단과 중국 측 인사들을 앉게 하는데, 이날은 시 주석과 우 의장이 나란히 앉았다. 미·중 갈등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을 배려하며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중국은 개방과 포용 정책을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한중 간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압박에 한국의 참여를 견제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우 의장은 중국 내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송환 사업 진전을 요청했고, 시 주석은 "한국 측의 구체적인 요구가 있으면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했다.

"인원이란 말 써 본 적 없다"는 尹... 과거 '인원' 여러 차례 언급

윤석열 대통령이 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6차 변론에서 "'인원'이라는 말을 써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이날은 물론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인원' 표현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육군 특전사령관의 증언을 반박하면서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4일 0시 30분쯤 윤 대통령이 비화폰(보안용 휴대폰)으로 전화해 "아직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제가) '인원'이라 얘기했다고 하는데 저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놔두고, 또 '의원'이면 '의원'이지 '인원'이란 말은 써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 역시 이날 변론이 종료된 후 기자들을 만나 "사람에게 '인원'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지 않나"라며 "군인들만 쓸 수 있는 용어인데 (곽 전 사령관이) 대통령에게 '인원'이라고 들었다고 하는 것은 그 말 전체에 대한 신빙성이 붕괴되는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 후부터 온라인상에는 윤 대통령이 '인원'이란 말을 자주 쓴다는 주장과 근거가 다수 올라왔다. 윤 대통령은 해당 발언 후 1분 만에 '인원'을 언급하는 등 이날만 해도 세 차례 '인원'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김현태 707 특수임무단장의 진술 내용을 언급하며 "당시에 (병력이) 국회 본관을 거점으로 확보해서 불필요한 '인원'을 통제한다는 목적으로 들어갔는데 소화기 분사를 받고 북측 문쪽으로 밀려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안에는 약 15명, 20명이 안 되는 '인원'이 들어갔고, 밖에도 혼잡할 뿐 아니라 (국회) 7층 건물 안에도 굉장히 많은 '인원'이 있다는 것을 (곽 전 사령관은)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과거 '인원' 용어를 사용했던 윤 대통령의 발언들도 조명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직접 신문하며 "특전사 요원들이 장관님 보시기에 본관 건물 바깥에 주로 마당에 있었습니까. 아니면 본관 건물 안으로 그 많은 '인원'이 다 들어갔습니까"라고 물었다. 앞서 2023년 5월 2일 용산어린이정원 개방 관련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도 "(기자 분들이) 너무 많으면 대화하기도 어려우니까 조금씩 나눠 가지고 자리를 한번 (마련해보겠다), '인원'이 적어야 김치찌개도 끊이고 하지 않겠어요? 몇백 그릇을 끓이면 맛이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누리꾼들은 "'인원'이란 말이 이미 입에 붙어있다" "'요원' 얘기하더니 이제는 '인원' 타령인가"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며 윤 대통령 주장의 신빙성을 낮게 봤다.

고민정 "명비어천가 '입틀막'에 민주당, 오래전 망하는 길로"

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민정 의원이 이재명 대표의 일극체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억압하는 당내 분위기에 대해 "민주당이 오래전부터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며 우려했다. 고 의원은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난 몇 년간 이 대표가 국회에 가장 큰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며 "그에 대해 때로는 풍자할 수 있고, 때로는 비판할 수도 있어야 하는 게 민주주의 사회의 당연한 순서인데, 비판의 말을 하기만 하면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비이재명계를 일컫는 멸칭)'이라는 멸시와 조롱을 하는 현상들이 끊이지 않고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고 의원은 지금 민주당을 지배하는 정서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 주도했던 시절의 국민의힘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고 의원은 "윤 대통령 옆에 있는 사람들이 '윤비어천가'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굉장히 우려했고, 결국 이런 지경까지 왔다"며 "이 대표가 윤 대통령만큼 폭압적이거나 폭력적이진 않아서 다행이지만, 그 현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 의원은 "'명비어천가'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면 그것을 다 잘라버리고 손가락질한다면 어떻게 비판을 할 수 있겠나"라며 "그 '입틀막(입을 틀어막는다)'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당 안에서도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비명계 대권 주자들의 쓴소리를 "망하는 길"이라고 깎아내린 유시민 작가의 지적이 '입틀막'의 대표 사례로 지목됐다. 유 작가는 지난 5일 유튜브 방송에서 이 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날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게 단일대오를 주문하며 이렇게 일침을 가했다. 그러자 고 의원은 "대한민국이 이렇게 증오와 혐오의 사회로 치닫고 있는 것에 대해서 유 작가님은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며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하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하고, 후배 세대의 모습들을 독려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