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서 일하다 불구덩이로"...산불에 희생된 진화대원·공무원 비극의 이면

2025.03.25 04:30

"사무실에서 일하던 차림 그대로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경남 산청군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된 창녕군 소속 산불재난예방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숨진 것과 관련해 전문 인력이 아닌 예방진화대원과 지방직 공무원을 무리하게 투입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고온건조한 날씨에 강풍으로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상황에 적절한 보호장구와 안전대책 없이 사고로 몰았다는 것이다. 24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3시쯤 산청군 시천면 산불 현장에 투입된 예방진화대원 3명과 창녕군 소속 공무원 1명이 사망했다. 진화 작업 중 불어온 역풍에 고립되면서 변을 당했다. 당시 현장은 불티가 강하게 타오르고 바람 방향이 수시로 바뀌면서 불길이 크게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희생된 예방진화대원들은 지자체 소속으로 6~7개월 단위로 한시적으로 근무한다. 대형 산불 진화에 특화된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큰불을 잡기 전 초동 진화나 불이 꺼진 후 잔불을 진화하는 게 보통이다. 산림청은 지난 1월 발표한 '2025년도 전국 산불방지 종합대책'에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잔불·뒷불 감시 등을 예방진화대나 공무원 진화대에 부여한다"고 명시했다. 산불 특성상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순식간에 크게 번질 수 있는 만큼 안전이 확보된 상황에서 작업에 투입돼야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산불진화관리와 안전' 매뉴얼에도 △적극적으로 진화하되 안전을 최우선으로 △탈출로를 확보하고 △위험지역에는 감시자를 급파한다 등의 규정이 들어 있다. 주불이 잡혔다고 해서 무턱대고 진화대원과 공무원을 산속으로 들여보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예방진화대원 대부분이 돌발상황에 즉각 대처하기 힘든 고령자라는 점도 문제다. 이번에 사망한 예방진화대원 3명도 모두 60대다. 업무 특성상 산불예방기간(11월~5월)에 집중적으로 근무하고, 일당도 최저임금 기준 8만240원에 불과해 청년 인력 충원이 쉽지 않다. 이렇게 모집된 인원들에게 지급하는 장비도 방어선 구축과 잔불 정리에 필요한 갈퀴와 등짐펌프, 방화복 정도로 열악하다. 산불진화전문인력으로 구분되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에는 '월 4만 원'의 위험수당도 지급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위험수당 지급을 위한 산림청의 2억900만 원 증액 요청을 거부하고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불 등 각종 재해 현장에 투입되는 지방직 공무원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익명 커뮤니티 등에서는 "공무원은 불사조냐" "산불 나면 산림청에, 선거 때는 선관위에 시달린다" "물통 하나 들고 들어가라면 가야 하는 것" 등 성토가 쏟아진다. 산림보호법 시행령 배치 기준에 따르면 산불경보 '경계'일 때 소속 공무원 또는 직원 6분의 1 이상을 배치·대기, '심각'의 경우 4분의 1 이상을 배치·대기해야 하지만 지방 행정 업무를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인 구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북 지역 한 공무원은 "각종 재난 상황 발생 시 공무원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실무와 병행하다 보니 피로가 쌓이고, 담당자 부재로 인한 민원도 끊임없이 발생한다"며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크다"고 말했다.

'계엄' 법적 판단 안 한 한덕수 선고… '尹 예고편'은 없었다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기각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 자체에 대해선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의 핵심 쟁점에 대해 헌법재판관들의 의중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다만 각론을 두고 재판관들 의견이 갈린 점을 보면,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도 치열한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헌재는 이날 한 총리 탄핵소추 사유인 '비상계엄 가담 혹은 묵인·방조'와 관련해 "한 총리가 계엄을 적극적으로 돕거나 계엄 해제를 막으려 한 증거가 없다"며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탄핵소추안 의결 정족수 문제를 이유로 각하 의견을 내면서 본안 판단을 하지 않은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을 제외하면, 6명의 재판관은 모두 이 판단에 동의했다. 한 총리 선고를 앞두고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의 예고편이 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계엄이 위헌·위법하다는 걸 알면서도 돕거나 묵인·방조했다'는 게 한 총리 탄핵소추 사유였기 때문이다. 헌재가 한 총리 사건에서 계엄의 위법성 여부를 지적했다면, 윤 대통령 사건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헌재는 계엄에 대한 법적 판단은 빼고 '한 총리가 계엄을 돕거나 묵인·방조했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만 판단했다. 계엄의 불법성 여부 등 구체적 판단은 윤 대통령 선고 때까지 남겨둔 셈이다. 한 총리 결정문에 단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계엄을 돕거나 방조한 증거가 없다"고 강조한 것은 사실상 '계엄이 위헌·위법하다'는 판단을 전제로 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계엄에 문제가 없었다면 '총리는 적법한 계엄 절차에 따랐을 뿐'이라고 기재했을 수도 있지만, 결정문에서 이 같은 논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 사건 선고 전에 불필요한 논란이 생기는 걸 방지하기 위해 구체적 언급을 피했을 뿐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총리 탄핵안이 기각됐지만, 의견은 재판관별로 극명하게 갈렸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정형식 재판관과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 재판관은 인용 의견을 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명한 김복형 재판관은 모든 탄핵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 4명은 '재판관 미임명'과 관련해 파면할 정도는 아니지만 '위헌' 의견을 냈다. 한 총리 결정문을 보면, 윤 대통령 선고 때도 별개·보충의견이 여럿 나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쟁점별로 재판관들 간 치열한 다툼이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윤 대통령 측과 여권에서 제기한 '내란죄 철회' 논란의 경우 한 총리 사건에선 별도로 지적되지 않았다. 다만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이 탄핵소추의 절차적 요건을 엄격히 따졌기 때문에, 윤 대통령 사건에서도 여러 절차적 논란을 세세히 살펴보고 판단을 내릴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86세대 꿀 빨고 청년은 독박?···전문가들 "청년에 긍정적인 측면도 봐야"

18년 만에 성사된 연금개혁을 두고 30·40대 정치인과 차기 대권 주자들이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기성세대 협잡이자 미래세대 약탈”(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부모가 자식의 저금통을 털어 쓰는 격”(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86세대는 꿀을 빨고 청년세대는 독박을 쓴다”(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로 청년세대가 기성세대를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번 연금개혁에서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 방안이 좌절되면서 청년층의 불만을 사고 있는 측면이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청년세대에 불리하지 않으며, 정치인들이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야 합의로 20일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모수(母數)개혁에 초점을 두고 있다. 보험료율(내는 돈)은 현행 9%에서 매년 0.5%포인트씩 8년간 인상돼 2033년 13% 도달 후 유지된다. 2028년 40%를 목표로 매년 0.5%포인트씩 인하됐던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올해 41.5%였으나 내년 43%로 오른다.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다. 인상된 소득대체율은 청년층에 혜택이 더 크게 돌아간다. 소득대체율 43%는 내년 이후 보험료를 내는 기간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50세 직장인이라면 연금 가입 상한 연령인 59세까지 앞으로 남은 10년 동안만 43%가 적용되고, 이전 가입기간은 그 당시 소득대체율에 따라 연금액이 결정된다. 은퇴를 앞둔 59세는 딱 1년만 43%가 적용돼 혜택이 거의 없다. 반면 30세는 30년간, 20세는 40년간 소득대체율 43%가 적용된다. 가입기간이 많이 남아 있는 청년일수록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가 훨씬 크게 나타난다는 뜻이다. 보험료 납부가 끝나 연금 수급을 기다리고 있거나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다만 보험료율은 8년에 걸쳐 천천히 인상되는 반면 소득대체율은 내년 납부하는 보험료부터 바로 적용되기 때문에, 은퇴가 몇 년 남지 않은 장년층이 적은 돈을 내고 그 기간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연금을 받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해도 청년층도 8년간 적은 보험료를 내는 것은 마찬가지인 데다, 장기적으로 보면 내는 돈에 비해 더 많이 받아간다. 월 309만 원(가입자 평균 소득)을 버는 직장인이 내년부터 40년간 보험료를 내고 노후에 25년간 수급한다고 가정할 때 총 보험료는 1억8,762만 원, 총 연금액은 3억1,489만 원으로, 받는 돈이 1억2,000만 원 이상 많다. 물론 연금 도입 초창기에 소득대체율이 70%에 이르렀던 과거 기성세대와 비교하면 현재 청년세대가 상대적 박탈감이나 불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을 감안해, 청년들이 이해할 측면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오히려 연금으로 노후 소득 보장성을 강화해야 청년들이 부모를 책임지는 ‘사적 부양’ 부담이 경감된다는 의견도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보험료 인상 외에 궁극적으로 미래세대 부담을 더는 다른 방안은 없다”며 “불필요한 정쟁화는 제도 안착이나 신뢰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연금 재정 고갈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연금개혁으로 기금 소진 시기가 2056년에서 2071년으로 15년 늦춰졌다. 재정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건 청년세대를 위한 개혁이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부는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약속도 법에 명시했다. 2071년 기금 소진 예측은 기금운영수익률을 5.5%로, 다소 보수적으로 상정했을 때다. 1988년 기금 설치 후 연평균 수익률은 6.82%,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15%였다. 수익률이 올라가면 연금 고갈이 더 늦춰진다. 하지만 지금 연금개혁을 하지 않으면 기금 소진 이후 청년들은 30%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오히려 연금개혁을 안 하는 게 이득이지만 연금 지속가능성 확대에 동참하는 것”이라며 “정치권은 미래세대 부담을 덜어주는 개혁을 두고 청년들이 일방적으로 희생한다고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석 교수는 이어 “모수개혁은 구조개혁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지 그 자체로 완결판이 아니다”라며 “연금개혁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향후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계속 고치고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강동구 대명초 인근 사거리서 싱크홀 발생… 1명 실종·1명 부상

서울 강동구에서 직경 20m 깊이 30m 규모의 대형 싱크홀(땅 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시민 1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고, 또다른 시민 1명을 구조중이다. 24일 강동소방서 등에 따르면 오후 6시 29분쯤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 차선 4개 정도 넓이에 달하는 싱크홀이 생겼다. 이로 인해 오토바이 탑승자 1명이 싱크홀 안쪽으로 떨어지고, 싱크홀 경계에 차량 한 대가 떨어질 뻔하다가 튀어 오르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사고로 다친 차량 운전자 1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싱크홀 속으로 떨어진 나머지 1명은 아직 찾지 못해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차량 사고 경위에 대해 "기아 카니발 차량 한 대가 싱크홀이 생겨나던 지점에 걸리면서 바퀴가 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소방당국은 "싱크홀에 차량 한 대와 오토바이 한 대가 빠졌다"는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강동구는 사고 구간 양방향을 전면 통제하고, 이같은 내용을 시민들에게 안전 안내 문자로 알리며 "교통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우회 도로를 이용해달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추가 피해가 없도록 상황에 총력 대응중이다. 또 인근에서 진행 중인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를 중단 조치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확정적이진 않지만 9호선 연장 공사로 인해 싱크홀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학교인 한영외고는 임시 재량 휴업을 결정했다. 한영외고 측은 이날 오후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공지를 내고 "현재 싱크홀이 계속 커지고 있고, 도로 및 전기 누전 등 다음날까지는 안전이 확보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25일을 학교장 재량 휴업일로 지정한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싱크홀로 인한 인명피해가 없도록 구조와 주변 안전조치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싱크홀 규모가 커지고 있어 구조 과정에서 2차 사고가 우려된다"며 "작업시 안전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