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요 '저 평등의 땅에' 작사·작곡 류형수씨 별세…향년 58세

2025.02.04 20:57

'저 평등의 땅에', '선언 1, 2' 등 민중가요를 만든 작곡가 겸 컴퓨터 프로그래머 류형수 전 셀인셀즈 기술이사가 별세했다. 향년 58세. 4일 가요계에 따르면 고인은 전날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고인은 1967년 9월1일 대구에서 태어났다. 대구 덕원고를 졸업하고, 1985년 서울대 전기공학과에 입학해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와 민중문화운동연합 노래패 '새벽'에서 활동했다. 1988년 6·10 민주화 항쟁 1주기를 맞아 '새벽'이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개최한 공연 '저 평등의 땅에'를 주도했다. 서울대에서 제적당한 후 한양대 작곡과에 입학했으나 졸업하지는 않았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게임 '용쟁화투'와 초창기 안드로이드폰에 아이폰과 같은 터치감을 제공한 앱 '하이퍼터치'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와 AI에 관심을 쏟았고, 바이오벤처 셀인셀즈의 기술이사로 일하기도 했다. 고인은 '저 평등의 땅에', '선언 1, 2', '철의 기지', '너를 위하여' 등을 작사·작곡했다. '저 평등의 땅에'는 1988년 '새벽' 12집의 가수 윤선애와 1989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 2집의 권진원 목소리로 널리 알려졌다. 유족으로 부인 전미정 씨와 아들 광민·경필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보라매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 6일 오전 8시30분, 장지 서울시립승화원-청아공원.

퇴근길 교통사고로 떠난 30세 방사선사... 6명에게 새 생명 선물

퇴근길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방사선사가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서 6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12월 20일 원광대병원에서 조석원(30)씨가 심장, 간장(분할), 폐장, 좌우 신장을 기증했다고 6일 밝혔다. 조씨는 장기 기증 1주일 전 원광대병원에서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보행자 교통사고를 당했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자 가족의 기증 동의를 거쳐 그의 장기는 6명의 환자에게 전해졌다. 전북 군산시에서 1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난 조씨는 어린 시절부터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자신의 생활을 책임진 성실한 청년이었다고 한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다 자신이 원하던 해당 게임 시장이 없어지자 방사선사로 진로를 바꿨다. 조씨의 누나 은빈씨는 "석원아. 더 재밌고 즐겁게 지내다 갔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일찍 철이 들어 고생만 하고 간 것 같아 안타까워.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일 하고 갔으니 하늘나라에서 멋있었던 그 웃음 지으며 행복하게 잘 지내. 너무 사랑하고 보고 싶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조씨의 동료 박광호씨는 "웃음이 많고 늘 주변을 먼저 생각하던 정이 많던 석원아. 우리는 네가 이곳에 없는 게 아니라 긴 여행을 떠난 것으로 생각할게.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고 추모했다.

보이스피싱 막아 80대 노인 전 재산 지켜준 제천농협 직원

한 농협 직원의 기지로 80대 노인이 수천만 원대 보이스피싱 피해를 면했다. 충북 제천경찰서는 농민 A(80)씨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제천농협 신백지점 직원 박옥수(47)씨에게 감사장과 공로자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제천농협 신백지점을 찾은 A씨는 "좋은 땅이 나와 서둘러 사야 한다"며 현금 5,000만 원을 인출했다. 고령의 노인이 큰돈을 찾는 게 걱정된 박씨는 "계좌이체를 하는 게 안전하다"고 권유했지만 A씨는 횡설수설하며 듣지 않았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던 박씨는 업무를 잠시 동료 직원에게 맡긴 뒤 A씨 집으로 향했다. A씨는 집에서도 누군가와 계속 통화 중이었다. A씨 휴대폰에는 국제전화로 보이는 발신 번호가 여러 건 찍혀 있었다. 박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보이스피싱으로 확인됐다. A씨는 박씨와 함께 농협으로 돌아가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넘어갈 뻔한 현금을 다시 입금하고 귀가했다. 김태경 제천경찰서장은 "보이스피싱 일당이 노인 집에 찾아가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인출한 현금을 가로채려 했다"며 "농협 직원의 기지와 빠른 대처 덕분에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은둔의 경영자' AI 전쟁의 최전선으로...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이사회 돌아온다

한국의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네이버의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이사회에 복귀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지 7년 만이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IT 업계의 기술·서비스 경쟁이 세계를 무대로 더 치열하게 펼쳐지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돌파구를 찾고자 해외 진출 경험으로 잔뼈가 굵은 이 GIO가 힘을 보탤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5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이사회는 이번 주 중 이 GIO의 사내이사 복귀 안건을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에 올리는 방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그는 복귀와 함께 이사회 의장도 다시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GIO는 2017년 3월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고 2018년에는 이사직도 연임하지 않은 채 글로벌 투자 및 사업에 집중해 왔다. 네이버 관계자는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이 GIO의 경영 일선 복귀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한때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던 그의 외부 공개 행보가 2024년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에 열린 'AI 서울 정상회의' 정상 세션에 모습을 드러낸 이 GIO는 '소버린(주권) AI'의 필요성을 힘줘 말했다. 6월에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함께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만났고, 네이버웹툰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나스닥 상장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9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글로벌 AI 서밋'에 참석해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과 만남을 이어갔다. 업계에선 이 GIO가 이사로 복귀하면서 최근 거대 기술기업(빅테크)과의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듣는 네이버가 AI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동안 전략적 목표로 제시했던 '소버린 AI'와 AI 응용 서비스로 본격적으로 수익을 올리려는 '온 서비스 AI' 전략 등이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다. 이 GIO가 AI를 넘어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 또한 가다듬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네이버는 2022년 선포한 '글로벌 3.0' 전략을 바탕으로 개인간거래(C2C) 플랫폼 포시마크를 사들이고 웹툰 사업의 북미 확장을 본격화하는 등 새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검색 분야에선 AI를 무기로 내세운 미국 빅테크, 커머스에선 중국 커머스 기업들의 공세로 치열한 경쟁에 맞닥뜨렸다. 지난해 '라인야후 사태' 등으로 IT 분야 경쟁이 시장을 넘어 국가 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상황도 경험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안에서도 이 창업자의 적극적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라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추격자 입장에서도 네이버와 라인을 키워내고 해외 투자 경험도 풍부한 그의 복귀가 네이버에 큰 힘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한편 네이버는 7일 2024년 4분기(10∼12월) 및 연간 실적을 공개한다. 증권가의 전망은 낙관적이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네이버의 연간 매출은 10조6,510억 원, 영업이익은 1조9,674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3월 임기가 끝나는 최 대표 역시 주총에서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