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트럼프' 미국 대선 선택의 날… 아무도 승자 모른다

2024.11.05 04:30

새 대통령을 선택하는 2024 미국 대선의 현장 투표가 5일(현지시간) 실시된다. 민주·공화 양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승자가 될지는 안갯속이다. 이렇게 격차가 초박빙인 접전은 처음이라는 게 역대 미국 대선을 관찰해 온 선거 전문가들 이구동성이다. 4일 오전 9시 기준 사전투표에 참여한 미국 유권자는 7,804만 명에 이른다. 2020년 대선 당시 총 투표자 수(약 1억5,800만 명)의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 이번 대선 등록 유권자(약 2억500만 명)의 38% 정도가 사전투표를 마친 것이다. 미국 대선은 50개 주(州)와 수도 워싱턴 등에 배정된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270명)을 확보하면 승리하는 방식이다. 승부처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중서부 공업지대) 3개 주와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애리조나·네바다 등 ‘선벨트’(일조량 많은 남부) 4개 주다. 러스트벨트는 오랫동안 ‘블루월’(민주당 강세 지역)의 일부였다. 해리스의 경우 이들만 석권하면 과반이다. 선벨트만으로 과반에 도달할 수 없는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에 사활을 걸고 있다. 7개 경합주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19명)이 걸린 펜실베이니아 지지율은 현재 동률이나 마찬가지다. 뜨거운 사전투표 열기만큼 선거 판세는 초박빙이다. 대선 승부를 사실상 결정지을 7개 격전지 중 4곳에서 해리스가 근소한 우위를 점했다는 분석이 3일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 여론조사 결과다. 드물게 2016년 트럼프 당선을 맞힌 영국 여론조사업체 포컬데이터도 이날 해리스 쪽으로 승기가 기울었다는 예상을 내놨다. 해리스 측은 고무된 상태다. 백인이 많이 사는 공화당 텃밭 중서부 아이오와주에서 여성의 지지 덕에 해리스가 트럼프를 3%포인트 앞서는 이변이 지역지 디모인레지스터가 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일어났다. 공략 대상으로 삼은 펜실베이니아 교외 온건 보수 여성의 결집을 해리스가 기대할 수 있게 하는 결과다. 하지만 2016년과 2020년 대선 때도 여론조사에서 뒤졌던 트럼프가 실제 개표 결과에선 득표율 상승을 이룬 적이 있다. 이번에도 숨은 트럼프 지지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미국 대선은 누가 승자가 되든 첫 기록을 양산하게 된다. 해리스는 인도· 자메이카계 흑인 여성이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州)에서 검사로 이력을 쌓다가 연방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지지층 확대를 위해 중도로 방향을 틀었지만 진보색이 강하다는 평가다. 60세(1964년생)로 비교적 젊다. 당선될 경우 첫 여성, 첫 남아시아계 미국 대통령이자 두 번째 흑인 대통령이 된다. 재집권을 노리는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 출신 78세(1946년생) 백인 남성이다. 민주당 텃밭인 동부 뉴욕이 고향이지만 보수 성향 농촌 거주 저학력 백인 남성 유권자를 핵심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다. 이번에 이기면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자 첫 임기 뒤 낙선했다가 재선에 성공하는 사상 두 번째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된다. 배경만큼 공약도 대조적이다. 해리스의 대표 의제는 임신중지(낙태)권 등 재생산권(출산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 수호다. 서민과 중산층에 기회를 주고 트럼프의 파괴 위협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트럼프는 높은 물가 같은 경제난과 불법 이민 급증 등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무능으로 집요하게 부각하고 있다. 2016년 대선 때처럼 선거 이튿날 당장 승자 윤곽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사전투표가 급증하며 우편투표도 많아졌는데 개봉, 분류, 서명 확인 등에 시간이 걸려 집계를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접전으로 표 차이가 적을 경우 재검표가 필요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우편투표가 늘었던 2020년 대선 당시에는 바이든 승리 선언까지 나흘이 걸렸다. 이번에도 빨라야 2, 3일 뒤에나 누가 이길지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심지어 승패를 판가름 할 최종 개표 집계 완료까지 13일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막판 마음 정한 유권자들, 해리스로 기울지만... 끝까지 모른다

11·5 미국 대선을 이틀 앞두고 공개된 미국 주요 언론사들의 마지막 여론조사는 경합주(州) 7곳 모두에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뒷심을 공통적으로 확인시켰다. 선거 직전에야 누구에게 표를 줄지 결정한 유권자들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해리스를 선호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트럼프 쪽으로 기운 듯했던 판세는 다시 미궁에 빠졌다. 선거 기간 내내 초박빙 구도를 이어 온 해리스와 트럼프는 최종 여론조사에서도 누구 하나 압도적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 3일(현지시간) 미 NBC 방송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전국 단위 지지율은 49%로 같았다. ABC 방송과 입소스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가 49%의 지지를 받아 트럼프(46%)를 3%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둘의 격차는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오차범위(±2%포인트) 내였다. 사실상 선거 결과를 결정할 7개 경합주 역시 초접전 양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조사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는 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위스콘신·조지아 등 4곳에서, 트럼프는 애리조나에서 오차범위 내 우위를 보였다.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은 동률이었다. NYT는 "평균적으로 해리스는 이전 조사들에 비해 나은 결과를 얻었다"고 평했다. 그 이유로는 막판 표심을 정한 유권자들이 해리스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점을 들었다. NYT가 '최근 며칠 내' 지지 후보를 결정했다고 답한 이들의 답변을 분석했더니 해리스 지지율이 55%로, 트럼프(44%)를 월등히 앞섰다. 트럼프가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경제' 이슈에 대한 유권자들의 민감도가 약해지고 있고, 여성들이 임신중지(낙태)권을 고리로 해리스에게 강하게 결집하고 있는 것이 트럼프에게 불안 요소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경제 문제 해결에 있어서 줄곧 해리스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유권자들은 경제를 여전히 최우선 이슈로 꼽았음에도 그 비율(지난달 25일 전국조사 27%→24%)은 낮아졌다. 반면 낙태를 중요 이슈로 꼽은 비율(15%→18%)은 더 높아졌다"고 NYT는 전했다. 이 같은 흐름은 선거 막판 재생산권(스스로 출산을 결정할 권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해리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여성 유권자들은 재생산권 사수를 외치는 해리스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특히 20대 이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해리스와 트럼프 지지율 격차가 40%포인트(69% 대 29%)까지 벌어진 것으로 NYT 조사에서 나왔다. 해리스 입장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투표장에 많이 나갈수록 긍정적인 결과를 받아볼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맞서 트럼프는 자신의 핵심 지지층으로 꼽히는 젊은 남성들에게 집중적인 구애를 펴고 있다. 투표에 소극적인 젊은 남성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향할 경우 트럼프가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하버드대 정치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확실히 투표할 것"이라고 말한 18~29세 남성들 사이에서는 해리스의 지지율이 트럼프를 55% 대 38%로 앞서는 반면, 투표할 가능성이 작다고 답한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는 반대로 트럼프 지지율이 해리스를 앞섰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통상 평균보다 낮은 젊은 남성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트럼프 승리에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며 "두 후보가 자신이 목표로 하는 유권자층에서 득표율을 단 몇 퍼센트만 더 끌어올려도 선거 결과를 결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 대선 첫 개표 딕스빌노치도 해리스·트럼프 3 대 3 동률… 초접전 판세 확인

5일(현지시간) 2024 미국 대선 투표가 시작되자마자 첫 번째로 투·개표를 완료한 뉴햄프셔주(州) 딕스빌노치에서 민주·공화 양당 대선 후보가 3 대 3 동률을 기록했다. 초박빙 판세인 이번 대선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0시 실시된 딕스빌노치 대선 투표 및 개표 결과 총 투표수 6표 중 3표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가져갔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3표를 얻었다. 이날 투표로 딕스빌노치는 64년 동안 미국 대선에서 가장 먼저 투·개표하는 전통을 이어갔다. 대부분 주는 투표일 오전 5~8시에 투표를 시작해 오후 7~9시에 마감하지만, 딕스빌노치는 항상 0시에 투·개표를 마감해 왔다. 게다가 딕스빌노치 선거 승자가 최종 대선 당선자와 대부분 일치하는 경향이 있어 6명 규모 작은 마을의 투표 결과는 항상 미국 언론의 관심을 받아 왔다. 딕스빌노치는 2000~2020년 6차례 대선에서 최종 승자를 4번 맞혔다. 특히 가장 최근 대선인 2020년에는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5표 중 5표를 모두 얻어 당시에도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누르고 승리했다. 올해 딕스빌노치마저 '해리스·트럼프 3 대 3' 동률로 나오면서 초접전 양상인 미 대선 판세를 정확히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재 해리스와 트럼프는 7개 경합주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이어가는 등 대선 승자를 예측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폭탄 900개 투하' 러시아 침공 이래 최대 공세... 북한군 참전 기름 붓나

동부 격전지에서 고전 중인 우크라이나가 개전 약 3년 만에 가장 강력한 수준의 러시아 공격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주일 새 점령지를 200㎢ 이상 넓힌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군 진격에 속수무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지원을 호소한 것이다.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전장에 투입된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확전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키이우인디펜던트 등 우크라이나 언론들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은 전날 텔레그램에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본격화한 이후 가장 강력한 러시아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다"고 썼다. 이어 "특정 지역의 전력을 계속 보강할 필요가 있다"며 최전선 방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러시아는 10월 마지막 주 동부 지역에서 영토 200㎢를 점령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주말에만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쿠라히우카와 동부 물류 요충지인 비슈네베를 점령했다는 게 러시아 주장이다. 최근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군이 8월 초부터 석 달간 장악한 영토 면적이 1,146㎢라고 보도했다. 서울 면적(약 605㎢)의 두 배에 해당한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본토에 러시아가 폭탄과 미사일을 쏟아부은 결과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주에만 러시아군이 폭탄 900발 이상과 자폭형 샤헤드 무인기(드론) 500여 대, 미사일 30여 기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사회 기반 시설 등을 공격했다고 3일 밝혔다. 이날도 우크라이나 전역에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이 50여 차례 가해졌다고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국제사회로부터 충분한 (군사) 지원을 받았다면 러시아가 공격에 나서지 못했을 것"이라며 서방의 지원을 거듭 호소했다. 러시아를 돕기 위한 북한군의 전투 참여가 임박했다는 소식과 함께,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장 배치 가능성을 우려 중"이라며 "(북한군 움직임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매우 위험한 확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분쟁의 국제화를 피하기 위해 모든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은 아예 "첫 북한군 병력이 쿠르스크에서 이미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은 러시아가 연해주에서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북한군 7,000명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HUR은 "러시아가 북한군에 60㎜ 박격포와 피닉스 대전차유도미사일(ATGM), 야간투시경 등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특파원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