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 '중국' 임효준 부메랑 막아라... 홈 텃세도 경계
2025.02.06 16:27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에 걸린 9개의 금메달 가운데 6개 이상 획득을 목표로 내건 한국 대표팀이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과 7일 개막 첫날부터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대결을 펼친다. 린샤오쥔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을 따낸 한국 쇼트트랙의 에이스였다. 현재 남자 대표팀의 박지원(서울시청), 김건우(스포츠토토)와도 대표팀 생활을 함께 했었지만 이제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이 생겼다. 린샤오쥔의 기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2019년 한국 대표팀 시절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동성 후배 성추행 사건에 휘말렸던 린샤오쥔은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 정지를 받자, 중국행을 택했다. 그러나 귀화 후 '한 선수가 국적을 바꿔서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기존 국적으로 출전한 국제대회 이후 3년이 지나야 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에 따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에 출전하지 못했다. 2022~23시즌부터 중국 대표로 성과를 내기 시작한 린샤오쥔은 단거리 500m에 강세를 보였고, 중국 대표팀의 남자 계주와 혼성 계주 주축이다. 중국 대표팀으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종합 국제 대회에 처음 나가는 린샤오쥔은 현재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있다. 대신 최근 중국국제텔레비전(CGTN)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8년 만에 동계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데다 제가 유일하게 메달이 없는 대회라 참가하고 싶었다"며 "특히 단체전인 남자 계주, 혼성 계주 금메달이 욕심난다"고 의욕을 보였다. 린샤오쥔의 존재로 인해 한국 선수단은 내부적으로 남자 500m 동메달, 남자 계주와 혼성 계주 은메달로 예상했다. 한국 쇼트트랙은 린샤오쥔이 안고 있는 홈 이점도 경계해야 한다. 린샤오쥔에 앞서 러시아로 귀화했던 빅토르 안(안현수)은 2014 소치 올림픽 당시 3관왕을 차지했고, 한국 남자 선수들은 '노골드' 수모를 당했다. 3년 전 베이징 올림픽 당시엔 중국의 노골적인 편파 판정에 한국 선수단은 희생양이 됐다. 더구나 이번엔 중국 여자 대표팀에 반칙왕으로 유명한 판커신이 합류해 한국의 금메달 텃밭인 1,000m·1,500m 종목도 안심할 수 없다. 경기장 환경도 다른 대회 장소에 비해 코스의 폭이 좁아 아웃 코스에서 추월을 잘하는 한국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체력이 좋은 한국 선수들은 레이스 후반에 강점을 보이는데, 트랙이 좁으면 앞선 선수가 아웃 코스로 추월하려는 선수를 막아서기 쉽다. 그렇다고 인코스를 무리해서 파고 들기엔 경쟁 선수와 충돌 위험이 크고, 심판의 편파 판정에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린샤오쥔도, 대회 환경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김건우는 "임효준 형과 (선수단 호텔) 식당에서 마주쳐서 짧게 대화했는데, '최선을 다하자'고 서로 격려했다"며 "중국 선수들이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선 조금 과감한 플레이를 하는 경향이 있지만 잘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남자 대표팀 에이스로 아웃코스 추월이 주특기인 박지원은 "모두가 같은 조건일 것"이라며 "현명하게 레이스하고 잘 대처한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자신했다. 대표팀 주장 이정수(서울시청)도 "오히려 기술력이 좋은 한국에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