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홍명보호·신태용호...'0승' 북한은 조기 탈락 위기

2024.11.20 17:00

홍명보호와 신태용호의 희비가 엇갈렸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6차전까지 결과가 나온 가운데 홍명보호는 B조 최하위 팔레스타인에 연이어 비기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반면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사상 처음으로 '중동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압해 88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에 가까워졌다. 북한은 6경기를 치르는 동안 '0승'에 묶여 조기 탈락 위기에 놓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9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의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3차 예선 팔레스타인과 6차전에서 전반 선제골을 내주고 손흥민(토트넘)의 동점골에 힘입어 1-1로 비겼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우리 진영에서 백패스를 하다 팔레스타인 공격수들에게 공을 뺏기면서 실점했다. 손흥민은 동점골로 만회한 뒤 후반까지 상대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다시 맞붙은 상대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전술의 실패라는 비판도 따른다. 한국은 6경기 무패(4승 2무·승점 14)로 B조 1위를 유지했으나 2위 이라크(승점 11)의 맹추격을 받게 됐다. 팔레스타인에 승리했다면 승점 5점까지 벌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오만과 요르단, 이라크, 쿠웨이트를 물리친 4연승 행진이 힘을 잃게 된 것이다. 내년 3월 홈에서 열리는 오만, 요르단과 7, 8차전을 전승해야 하는 부담만 커졌다. 홍 감독은 경기 후 "득점 루트가 다양해진 건 다행이지만 결정력을 끌어올리는 게 과제"라는 말을 또 반복했다. 승리가 없어 '경질설'까지 나돌던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은 기사회생했다. 신태용호는 3차 예선에서 첫 승리가 간절했는데, 마르셀리노 페르디난의 멀티골로 중동의 강호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를 2-0로 완파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 인도네시아가 59위 사우디를 꺾은 대이변을 만들었고,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 경질 이후 선임된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이끈 사우디는 첫 승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승리로 C조 중위권에 껑충 뛰어올랐다. 조 1위 일본(승점 16)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2위 호주(승점 7)에 이어 3위(승점 6)에 자리했다. 호주와 승점 차도 1점에 불과해 월드컵 본선 진출의 희망을 쐈다. 사우디는 승점 3으로 인도네시아와 같지만 다득점에서 인도네시아에 밀려 4위에 그쳤다. 신 감독은 최근 중국과 일본에 연이어 패해 최근 경질설까지 돌았으나, 이를 잠재우며 1938년 이후 88년 만에 월드컵 본선을 향해 돌진할 예정이다. 북한은 조기 탈락 위기에 놓였다. 우즈베키스탄과 A조 6차전을 치른 북한은 0-1로 뒤지던 후반 40분 페널티킥을 얻어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키커로 나선 정일관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에 막히면서 동점골이 무산됐다. 심지어 당시 핸드볼 파울로 우즈베키스탄 수비수 우마르 에시무라도프는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수적 우위 속에도 북한은 득점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2무 4패(승점 2)로 단 1승도 없이 조 최하위로 떨어지면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14년 만의 본선 진출 도전에 먹구름이 끼었다. A조는 이란(승점 16)이 선두를 지켰고, 우즈베키스탄이 2위(승점 13), 아랍에미리트(UEA)가 3위(승점 10), 카타르가 4위(승점 7)에 자리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UAE는 아시안컵 2연패를 자랑하는 카타르를 상대로 5-0 완파, 2연승을 달렸다. 한편 3차 예선은 6개 팀씩 3개 조로 나눠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진다. 조 1, 2위는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고 3, 4위는 4차 예선을 치른다.

정몽규 축구협회장, 4선 도전 흔들리나...스포츠윤리센터, 문체부에 정 회장 징계 요구

스포츠윤리센터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며 문화체육관광부에 징계를 요구했다. 최근 문체부로부터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요구된 정 회장으로선 4선 도전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스포츠윤리센터에 따르면 정 회장에 대한 조사 및 심의 결과 업무상 성실의무를 어겼다고 판단, 이달 초 문체부에 징계를 요청하는 조처를 의결했다. 지난 7월 홍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한 신고를 접수받고 조사에 착수한 센터는 정 회장의 행보가 축구협회 공정위원회 징계 사유 중 '직무태만'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센터는 정 회장이 회장으로서 축구협회 임직원이 규정대로 일하는지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이후 김정배 상근부회장이 이사회 없이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에게 전강위원장 권한을 부여한 것은 '규정상 근거가 없는 행정'이라 봤다. 또한 이임생 이사의 행보도 문제 삼았다. 외국인 감독에 이어 홍 감독을 만난 이 이사가 전강위원들에게 면접 내용을 공유하지 않고 홍 감독을 최종 후보로 추천한 점, 홍 감독 면담 내용을 객관적 증빙 자료로 남겨두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이사도 직무태만과 권한남용 혐의로 징계 대상에 올랐다. 센터는 홍 감독에 대해선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홍 감독은 선발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센터가 문체부에 정 회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면, 문체부는 이를 대한체육회를 통해 축구협회로 내려보내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실제 징계 이행률은 50%를 밑도는 게 현실이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90일 이내에 징계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하지만, 징계를 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 수단이 없어서다. 센터 관계자는 "문제를 인식하고 법 개정 작업을 추진 중"이라면서도 "축구협회의 경우 여론을 감안할 때 징계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 회장은 앞서 문체부 특정감사에서도 각종 비위 사실이 드러나 해임까지 가능한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요구되고 있다. 축구협회 측은 감사 결과에 반발해 재심의 요청을 고려 중이라 밝혔지만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고 있다. 재심의는 결과 통보 후 한 달 이내로만 가능하다. 일각에선 정 회장의 4선 도전 접수 기한이 내달 2일까지인 만큼 접수 후 재심의를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결사는 역시 손흥민..."팔레스타인에 박수 보내주고 싶다"

해결사는 역시 '캡틴' 손흥민(토트넘)이었다. 손흥민은 팔레스타인과 올해 마지막 A매치에서 수비 실수로 선제골을 내준 상황 속에 곧바로 동점골을 터뜨리며 홍명보호를 구해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며 투혼을 높이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현지시간) 요르단의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6차전 팔레스타인과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지난 9월 1차전(0-0)에 이어 또 다시 무승부를 기록해 설욕의 기회를 날렸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백패스 실수가 뼈아팠다. 전반 12분 김민재는 우리 진영에서 상대 공격수 2명이 달려들자 골키퍼 조현우(울산HD)에게 백패스했다. 이 과정에서 공을 빼앗은 팔레스타인의 자이드 쿤바르는 페널티박스 밖으로 나온 조현우를 제치고 골망을 흔들었다. 다행히 손흥민이 4분 만에 만회했다. 좌측에서 이명재(울산HD)를 거쳐 이재성(마인츠)이 패스한 공을 그대로 동점골로 연결했다. A매치 51호 골을 완성한 손흥민은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50골)을 넘어 득점 순위 단독 2위로 올라섰다. 1위는 58골의 차범근 전 감독이다. 한국은 전반을 1-1로 마친 뒤 후반 맹공을 퍼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후반 35분 손흥민이 황인범(페예노르트)의 롱패스를 받아 상대의 골문을 갈랐지만 오프사이드로 취소됐다. 결국 더 이상 추가골이 나오지 못한 채 경기가 마무리됐다. 손흥민은 경기 후 중계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가 쉽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팀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며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또 배워야 할 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경기를 (스스로) 어렵게 만든 것 같다. 우리의 실수로 어렵게 간 것 같은데, 실점 후 반등하고자 했을 때 바로 동점골을 넣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의 전쟁 여파로 중립지역인 요르단에서 경기가 열렸다.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탓이다. 양 팀은 경기 전 팔레스타인 전쟁 희생자에 대한 묵념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팔레스타인 선수들을 언급했다. 그는 "상대 팀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하는데도 훌륭하게 준비했고, (준비한) 플랜을 경기장에서 잘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표팀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한 해 고생한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라며 "(올초 카타르) 아시안컵부터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2%나 3%, 많게는 10% 정도 부족한 모습을 보여드린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축구 팬들에게 행복한 한 해, 선수들에게도 특별한 한 해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또한 A매치 51호 골 기록 등에 대해 "한 해 동안 많은 경기를 치르고 함께할 수 있어 정말 큰 영광"이라며 "여러 기록들을 지금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와 행동을 할까 등을 많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해 동안 팬들에게 2~3%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던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을 조금씩 채워나간다면 언젠가 대표팀을 떠날 때 100% 만족하는 자리까지 만들어 놓고 은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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