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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선 가난한 집 아들에게만 무상급식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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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이 의무교육에 포함된다는 것
선거 거치며 국민적 동의 끝나… 예산 순위에서도 우선해야
우리 교육 아직도 산업화시대 수준
경쟁교육이 협동협력교육 되려면 고용과정서 학벌 줄세우기 없애야"
“국방이나 교육을 헌법에서 국민의 의무로 정한 것은 ‘공공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군대 가면 가난한 집 아들에게만 무상으로 밥 줍니까.”
경기도 교육감을 지낸 김상곤(66) 혁신더하기연구소 이사장은 22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 “보편적 무상급식은 이미 국민적 동의를 거친 의무교육의 일환”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경남도의회가 지난 19일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그 예산으로 서민 자녀 교육지원 사업을 벌이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의하고 홍준표 지사가 찬성하는 이 조례에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상곤 전 교육감은 2009년 선거에서 ‘초중고 단계적 무상급식’ 공약을 내걸고 당선해 이를 확산시킨 주인공이다. ‘무상급식’은 당시 교육감뿐 아니라 지방선거 전체 판세에 영향을 끼친 중요한 이슈였다. 그러고 5년이나 지나 ‘무상급식’ 논란이 재연되는 것을 보면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김 전 교육감에게서 무상급식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우리 교육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들었다.
-수년 전 이슈였던 무상급식 논쟁이 다시 불거진 느낌이다.
“우리 경제는 국민의 노력과 땀으로 짧은 기간 급속히 성장했다. 하지만 국민은 국민다운 대접을 못 받은 상태였다. 복지 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절반 수준이었다. 그래서 보편적 복지를 교육에 도입ㆍ확대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고 무상급식 공약을 내걸었고 경기교육감이 된 뒤 이를 추진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보편적 복지는 야권의 공약이 돼 국민적인 동의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를 거부하자 주민투표까지 거쳐 서울시민 동의도 얻은 것이다. 이어진 대선ㆍ총선에서 더 이상 논쟁이 없었다. 보편적 복지 자체는 당연한 것이었고 그것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 것 하는 논의가 중심이었다. 논쟁은 이미 국민적 동의로 끝났는데 홍 지사가 다시 촉발한 것이다.”
-‘이건희 손자에게 공짜점심 왜 주나’는 논리에 고개 끄덕이는 사람이 여전히 있다.
“헌법에 4대 의무가 있다. 국방, 교육, 납세, 근로다. 국방 교육 모두 공공성을 중시하는 것이다. 부자 아들이 군대 가면 돈 받고 밥 주나, 돈 받고 군복 주고 총 주나. 중학교까지 의무교육 실시한지 오래인데 교육과 관련해서는 학부모가 부담하라는 것은 사회발전에 끼치는 교육의 역할에 비교해서도 뒤떨어진 것이다.
‘학교에 공부하러 가지 밥 먹으러 가나’는 홍 지사의 발언은 구시대적인 것이다. 학교에서는 지적인 것 못지 않게 감성ㆍ인성을 기르는 게 중요한 목표다. 학부모들에게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물어보면 다들 인성교육을 말한다. 급식까지 포함해 모든 것을 교육으로 북돋워 줘야 한다. 밥상 없이 책상 없다.”
-재원이 부족하다는 현실도 생각해야 하지 않나.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강하게 얘기했고, 그 예산에 대해서는 재원 개발, 세출 조정에, 필요하면 증세를 고려할 수 있다는 얘기도 했다. 그 동안 국가예산이 어떻게 쓰였나. 4대강 사업, 방산 비리, 해외자원 개발 이런 게 제대로 됐더라면 부족할 것도 없다.
복지를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잘못된 정책인 부자 감세, 법인세 감면 등을 되돌리고, 필요하다면 국민의 의견을 들어 목적세로 복지세 신설 등이 올바른 방법이다.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일환이므로 필수여야 하고 예산 순위에서도 우선해야 한다.”
-무상급식은 왜 중요한가.
“아이들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건강하고 친구들과 선생님과 어울리면서 감성과 사회성을 키워나가야 한다. 무상급식은 자유, 평등, 박애정신을 길러주며 낙인효과를 예방하는 중요한 효과가 있다. 지금 어른들은 급식 때 겪은 아픔이 많다. 경기도에서 무상급식 처음 시작할 때 이에 동의하면서 많은 분들이 글을 보내왔다. 도시락을 제대로 싸오지 못해 점심 시간 수돗가에서 주린 배를 채웠던 경험, 도시락 안 싸온 걸 알고 친구, 선생님이 나눠주는 밥 먹는게 너무 미안해서 배 아프다고 밖에 나가 돌아다니다 점심시간 끝나고 교실로 돌아온 기억 같은 것들이다.
무상급식 하기 전에는 제한된 급식비로 제공하다 보니 급식의 질도 낮았다. 무상급식 이후 친환경 유기농 재료를 이용한 체계적인 급식으로 질이 높아졌다. 사전 계약을 통해 식재료를 공급 받으니 농민들도 혜택을 본다.”
-박 대통령은 선행학습 문제를 강조했고 이를 고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얼마나 개선됐다고 보나.
“혁신은 말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의지만 있어서도 안 된다. 실천을 해야 한다. 내가 교육감을 하다가 정치로 길을 바꾼 것도 더 큰 교육혁신을 위한 사회적인 합의와 힘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선행학습 금지를 강하게 말했다. 그래서 공교육정상화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법은 선행학습을 학교에서 못하게 하는 것이지 사교육인 학원에까지 개입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선행학습을 할 수밖에 없는 ‘대학입시 무한경쟁’이라는 교육 환경을 바꾸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법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느끼지 못하게 된다.”
-우리 교육은 무엇이 문제인가.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교육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생산주의적 국가주의적 교육 그대로다. 학벌주의 서열주의 이런 문화가 사회에 고착돼 있고 그러다 보니 입시 중심의 무한경쟁 교육, 교육의 양극화, 획일적인 교육행정이 빚어진다. 지식정보화사회로 세상이 바뀌었고, 세계와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한다면서도 그를 뒷받침하는 교육이 안 되고 있다.
그래서 교육감 때 ‘혁신교육’을 제시한 것이다.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경쟁교육에서 협동협력교육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그리고 성적중심 교육에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성장교육을 해야 하고, 지시ㆍ지배ㆍ통치 교육에서 자율과 자치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책임을 학생, 교사 개인에게 묻는 게 아니라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이 다같이 져야 한다.
무슨 독창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선진국 교육이 그렇게 변해 왔다. 소득 3만달러를 바라보는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 협동협력 창의적인 시스템이 필요하고 공동체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보편적인 복지 기반도 갖춰야 한다. 경기도에서 그 모형을 만들기 위해 처음 지정한 13개 혁신학교가 지금은 356개로 늘었다. 미래지향적인 모형을 만드는 학교도 나오고 있다. 그런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또 다른 축은, 초중등 교육은 대학입시에 종속된 건데 대학체제와 입시를 바꿔야 한다. 입시가 줄세우기가 아니어야 한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왠지 현실성 없이 느껴진다.
“초중등 교육이 바뀌면서 아이들의 의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그것이 대학생활에 반영되는 면도 있다. 경기도에서는 2011년부터 학생인권조례를 실시했다. 아이들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 인격체고 인권이 있고 존중 받아야 한다는 그런 생각들이 대학으로 이어져 학교에 인권지원센터가 만들어지고 있다. 성추행 등 학생을 억압해온 문제 교수들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분위기 변화의 일면으로 볼 수 있다. 초중등 학교에서 주입식ㆍ강의식 수업이 아니라 토의 토론 수업을 통해 사고력 발표력 길러 대학에서 발휘하는 것도 눈에 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학시스템이 바뀌려면 학벌주의 서열주의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학벌주의 해소를 고민해야 하고, 고용과정에서 학벌 중심의 줄세우기를 타파해야 한다. 합리적인 최선의 선택이 다수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개선, 정의에 입각한 발전과 변화ㆍ혁신이 필요하다.”
-요즘 무슨 일을 하나.
“지난해 ‘혁신더하기연구소’를 만들었다. 경영학 교수로 25년 이상 있었고 그 연장선에서 교육감을 했기 때문에 경제와 교육 혁신을 종합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고 6개월을 준비해 25일 오후 2시 반 프레스센터에서 창립심포지엄을 연다. ‘헌법 가치 구현과 대한민국 혁신’이 주제다.
연구소 시작한 뒤 헌법에 대해 관심을 갖고 헌법을 읽고 그 가치에 대해 토론을 벌여왔다. 제헌헌법이 가진 사회적인 가치, 개정헌법이 보여준 가치, 그리고 지금 87년헌법에 담긴 가치가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헌법 전문을 보면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정부의 구조, 대한민국의 사상적인 기반 등이 명시돼 있다. 그리고 헌법 조문 속에는 우리 국민이 누려야 할 권리 의무와 각 분야의 기본 틀거리가 제시돼 있다. 그 가치를 우리 삶의 개선과 혁신으로 연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칼라밍’(www.columning.kr)이라는 인터넷 사이트 열어 이런 문제의식을 담은 전문가들의 글을 올리고 있다. 경제 사회 교육 분야별로 문제를 점검하고 연구기관의 역할뿐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는 노력도 하려 한다. 좀더 준비해서 각 지역별로 주민들과 소통하는 모임도 마련할 생각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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