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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줌마'에 일격 당한 '국민 지갑'

입력
2015.04.0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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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새줌마 퍼포먼스’가 화제입니다. 새줌마는 TV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에서 어떤 요리든 척척 해내는 배우 차승원씨에게 붙은 ‘차줌마’라는 애칭에서 따온 겁니다. 두건 두르고 고무장갑을 낀 차씨가 전남 신안군의 작은 섬 만재도의 작은 집에서 빚어낸 음식들은 정말 놀라운 수준이었습니다. 아궁이에서 식빵과 해산물 피자를 굽고 갓 잡은 생선으로 회전초밥까지 해내니 말 다했지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31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4.29 재보궐 선거 공약 발표회에서 앞치마 등을 착용하고 새줌마(새누리당 아줌마)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31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4.29 재보궐 선거 공약 발표회에서 앞치마 등을 착용하고 새줌마(새누리당 아줌마)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차줌마를 차용한 새누리당의 ‘새줌마 전략’은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신장 181㎝에 92㎏인 건장한 체격의 김 대표가 빨간 앞치마와 빨간 두건,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카메라 앞에서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 모습은 무척 익살스러웠지요. 별명이 ‘무성대장(무대)’일 정도로 천생 ‘부산 싸나이’인 이미지와 차줌마의 모습이 묘하게 어우러졌습니다.

새누리당은 왜 ‘새줌마’를 들고 나온 걸까요? 이 퍼포먼스를 기획한 당의 홍보기획본부장인 정미경 의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정 의원 역시 삼시세끼의 굉장한 팬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차씨가 어떤 상황에서도 요리를 만들어내는 데 감동했다고 하네요. “현실이 어떻든 간에 일단 만들어내잖아요? 그것도 맛있게, 훌륭하게. 우리 정치가 저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동네를 책임지는 ‘새줌마’가 되겠다는 거지요.” 당의 홍보국 직원들과 회의를 하던 중 나온 ‘새줌마’ 아이디어에 정 의원이 무릎을 탁, 친 건 당연했고요. 슬로건은 ‘새줌마, 우리 동네를 부탁해’로 정했습니다. 재ㆍ보선에 출마한 네 지역의 후보들이 모두 남자였던 것도 새줌마 전략에는 잘 맞았습니다.

새줌마 퍼포먼스의 인기를 바라보는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속은 편할 리 없습니다. 이미 ‘무대’가 젝스키스의 전 멤버 장수원씨의 로봇연기를 흉내 낸 온라인 CF에 한 방 맞은 터라 그 충격은 더 한 듯싶습니다.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우리는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이벤트에 너무 약하다. 새누리당의 새줌마를 보고 적군이지만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네요.

사실 ‘서민 살림’을 강하게 내세운 건 새정치연합입니다. 문재인 대표가 요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경제’니까요. 하지만 선거에서는 포장도 역시 중요한 듯싶습니다. “국민지갑을 지켜드리겠다”는 문 대표의 말보다는, “새줌마, 우리 동네를 부탁해”를 곁들인 새줌마 퍼포먼스의 반응이 더 크게 나오니 말입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재·보선의 구도를 보면, 정책도 인물도 큰 차이가 없다”며 “결국은 당과 정책, 인물을 어떻게 잘 포장해서 국민 마음에 확 와 닿게 할 것이냐 하는 이벤트 싸움”이라고 말합니다. 새누리당의 새줌마 전략이 표로 이어질 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요.

아참, 새줌마 퍼포먼스를 공개했던 지난달 31일 공약발표회 현장에서 ‘무대’는 정미경 의원이 두건까지 씌우려 하자 “이것까지 둘러야 하는 기가?”라고 했다네요. 이에 대처한 정 의원의 답은 이랬다고 합니다. “이것이 새줌마 (패션)의 완성입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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