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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귀 기울인 박 대통령

입력
2015.04.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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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으로 가능 결론 나면 여론 수렴해 적극적 검토"

참사 1년 앞두고 전향적 입장

인양 찬성 압도적 여론 존중, 국론 분열ㆍ경제 발목 조기 차단

향후 유연한 국정 운영 의지도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르를 주재했다. 박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르를 주재했다. 박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세월호 선체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결론이 나면 실종자 가족ㆍ전문가들의 의견과 여론을 수렴해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결론이 나면’, ‘여론을 수렴해’ 같은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박 대통령의 보수적 화법을 감안할 때 인양 추진 가능성을 활짝 열어 놓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선체 인양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여야 대표와의 청와대 3자 회동에서는 세월호 인양 문제에 대해 “작년에 세월호 범정부사고대책본부를 해체할 때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잘하기로 했으니 논의를 지켜보면서 하면 된다”고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인양 적극 검토’ 언급은 정부 방침에 비해 선체 인양 쪽으로 한 발짝 나간 입장이다. 정부는 ‘선체처리 기술검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선체 인양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고, TF가 4월 말쯤 최종보고서를 내면 공론화를 거쳐 인양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일정을 짰다.

박 대통령이 전향적 입장을 밝힌 것은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선체 인양을 요구하는 여론이 점증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본보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체 인양 찬성 여론은 77.2%로 압도적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는 다수의 국민이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한계 등 현실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인양을 바라는 것을 존중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다만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제시한 ‘여론 수렴’이 여론조사를 통해 인양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세월호 논란을 필요 이상으로 키워서는 안 된다는 의지도 깔려 있다. 최근 세월호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삭발 농성을 벌이는 등 정부의 후속대책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그 동안 아픈 가슴을 안고 사신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며 피해자 가족을 위로한 것도 논란 확산을 막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앞으로 한결 유연하게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여권 내부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가 여론과 동떨어진 대응으로 1년 가까이 세월호 이슈에 끌려 다니느라 국정을 무능력 상태로 빠뜨렸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논란을 차단하고 집권 3년차 성과 내기에 집중하기 위해 국민 정서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 직후 새누리당 내에서도 공개적인 선체 인양 주장이 확산되면서 선체 인양이 실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청와대는 참사 1주기인 16일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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