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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부는 세월호 진실 앞에서 떨고 있나

입력
2015.04.07 13:32

‘4ㆍ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은 진통 끝에 지난해 11월 초 통과되었다. 국민은 특별법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 그와 같은 원인을 제공한 법령, 제도 등에 대한 개혁ㆍ대책의 수립,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구조구난 작업과 정부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 등의 중차대한 과제를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특별위원회(이하 ‘특위’)에 부여하였다.

그렇지만 특별법에 담긴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한 국민의 엄명은 세월호와 함께 수장(水葬)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와 여당이 특별법 취지에 반하는 조치를 일사불란하게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위의 예산을 대폭 축소하는 한편, 파견공무원을 통해 특위를 실질적으로 행정부에 예속시키는 것도 모자라 특위를 아예 무력화하는 위헌적인 특별법시행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특위의 업무 범위마저 정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의 분석으로 축소시켜 특위의 진상조사 권한을 형해화한 것이다. 이러한 시행령안이 특별법의 위임 범위를 넘었음은 물론이다. 꼬리가 머리와 몸통을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올 3월초 겨우 구성된 특위는 조사 활동을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원인 규명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세월호와 쌍둥이 배로 알려진 오하나마호가 민간업체에 헐값으로 매도된 뒤 다시 인도로 팔려가게 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부가 이처럼 무리해서까지 특위의 진상규명활동을 방해하려고 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다. 특위의 위원장을 비롯한 다수의 위원들은 자신들의 과제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다. 진상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확보된 것이다. 이것은 실로 환영할 일이지 특위를 마비시켜야 할 구실일 수는 없다.

더욱이 그간 검찰과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정부와 여당이 특위를 껄끄럽게 생각해야 할 사정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검찰은 대대적 수사를 통해 세월호 선사의 무리한 증축ㆍ과적ㆍ운항 미숙이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 원인이며 해경ㆍ해수부 등 상급기관의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한편, 참사 원인에 대한 시민들의 의혹 제기를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거나 무책임한 유언비어로 규정했다. 최근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 사생활과 관련한 일본 외신 보도 역시 근거가 없는 것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실질적 주범으로 유병언을 지목하고 그의 재산을 보ㆍ배상의 재원으로 확보하기 위해 유병언 특별법까지 만들었다.

정부와 검찰의 이와 같은 일련의 발표와 조치들이 참사의 진상에 입각하고 있는 것이라면 관련 정부 부처와 청와대에게는 정치적 책임만이 남는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서도 이미 눈물의 대국민 사과를 한 데 이어 구조실패의 책임을 물어 61년 역사의 해경을 해체하기까지 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이 특위의 정상적 출범을 방해하는 처사는 정부와 검찰의 참사 원인에 대한 발표의 진실성과 온전성의 결함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의 옹졸함은 참사의 진정한 원인과 관련한 시민사회의 주장들이 무책임한 의혹 제기 이상의 것일 수 있다는 심증을 굳게 할 뿐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발표를 불신하고 세월호 참사의 참된 원인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하는 이들을 좌파로 몰고 진상 규명 활동을 세금 낭비로 규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실 앞에 좌ㆍ우가 있을 수 없고, 진실의 가치를 간단히 금원으로 환산할 수도 없다. 거짓으로 참된 안전대책을 만들 수 없고, 유족에게 진실만한 해원(解寃)도 없다. 어떤 세계적 문호는 ‘거짓은 노예와 왕의 종교요 진실은 자유로운 인간의 신(神)’이라고 갈파했다.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통해 보장되는 개인의 자유이기도 하다. 투명성과 진실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나라가 건강하게 발전할 리도 없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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