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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진상규명 촉구

입력
2015.04.08 15:08

작가 15명 추모 소설집 펴내

세월호 참사 추모 소설집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예옥)는 어느새 기억 속에서 흐릿해진 당시의 참상을 되살리고, 여전히 요원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소설가 15인이 의기 투합했다. 지난해 겨울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의 주도로 시작된 소설집 발간 기획은 심상대, 노경실, 전성태, 이평재, 이명랑, 한차현, 김신, 손현주, 권영임, 한숙현, 방민호, 신주희, 박사랑, 김산아, 김은 등이 참여하며 올 봄 결실을 맺었다.

심상대의 ‘슬비야, 비가 온다’는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떠나 보낸 은규와 재중의 이야기다. 참사가 있고 300일 가량 지났을 즈음 안산 단원고 인근 공원에 죽은 아이들의 영혼이 출몰한다는 풍문이 떠돈다. 은규와 재중은 혹시 친구를 만날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공원을 찾는다. 전성태의 ‘가족 버스’는 어머니 장례 앞에 선 ‘나’를 포착한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나’에게 딸 지민은 친구들과 함께 팽목항에 가겠다고 말한다. 대학 입학 후 가라는 ‘나’의 말에 지민의 대꾸는 ‘지금, 우리’를 향한다. “눈 가려서 우리를 보호하려고 하지마. 지금 참으라고 하면 다음이 돼도 참고 살 거야. 참고, 참고, 참는 그런 어른이 되고 말 거야.”

이명랑 ‘이제 막 내 옆으로 온 아이에게’는 ‘그 배’에 탔던 한 아이의 시점에서, 김신 ‘윈드 벨, 기억의 문을 열면’은 수학여행을 떠난 자식을 기다리는 엄마의 입장에서, 김은 ‘회색 무덤’은 깊은 바다에 가라앉은 배의 시선으로 참사를 재구성한다.

공동후기에서 작가들은 “바야흐로 잊게 하려는 힘과 잊지 않으려는 힘이 맞부딪치는 계절”이라며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증언할 것이다. 남길 것이다. 이것이 우리 글 쓰는 사람들의 소명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소설집에 참여한 작가들은 이 달 안으로 세월호 1주기 추모 낭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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