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피해자 필요한 치료 맞춤형으로 이뤄져야"

입력
2015.04.10 04:40
구독

폴라 쉬너 美 국립트라우마센터장

"정부의 적극적 도움 필수" 강조

폴라 쉬너 미국 국립트라우마(PTSD)센터장.
폴라 쉬너 미국 국립트라우마(PTSD)센터장.

“여러 사람을 한 가지 틀에 맞춰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의 요구에 맞는 선별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미국 국립트라우마(PTSD)센터장인 폴라 쉬너 박사는 9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에게 남아 있는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선 이들에 대한 개별적인 접근과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9년 설립된 미국 국립트라우마센터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고통받고 있는 재향군인 등을 대상으로 질병 진단 및 치료 연구와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다.

쉬너 박사는 2001년 뉴욕에서 발생한 9ㆍ11 테러 이후 미 정부의 지원을 예로 들면서 “생존자의 요구(the needs of survivors)를 정확히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테러 희생자 유족들 중 많은 수가 뉴욕 대도시 지역 밖에 살았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뉴욕시를 제외한 외부 지역에도 다양한 개인지원 프로그램이 있었다”며 “이들에게 필요한 치료는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틀에만 맞춰 치료하지 말고 개인별 필요에 따라 효과적인 선별과 분류,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쉬너 박사는 “당시 연방 비상 관리기구는 뉴욕주 정신건강부가 주도하는 ‘Project Liberty’라는 위기상담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을 제공했다”며 “이 조치로 2003년 12월 31일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약 120만 명이 상담과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심리 치료를 도울 국립 트라우마센터조차 설립하지 못한 상태다. 복지부가 지난해 트라우마센터(온마음센터)를 안산에 개소했지만 규모나 정부 예산 등을 고려해볼 때 미국과 같은 피해자 맞춤형 지원 치료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김선현 대한트라우마협회 회장은 “정부가 위탁 병원을 선정하는 식으로 온마음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몇 달 새 운영주체가 바뀌는 등 센터 운영에 대한 로드맵이 없다”며 “그러다 보니 전문가들의 인력배치가 원활하지 않아 피해자들의 심리상담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선 피해자의 상태를 장기적으로 분석하고 연구ㆍ학습해야 한다”며 “정부가 예산만 던져줄 것이 아니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전문 시스템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