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실종자 유실 막고 위험 낮은 방안 고심에도… 안전성 불확실

입력
2015.04.10 18:55

첫 단계는 해수면 향한 우측 벽에 91개 구멍 뚫고 와이어로 지지

이후 해저면서 3m 들어 올린 채 3km 인근 수심ㆍ조류 낮은 곳 이동

실종자 수색 마친 뒤 항구로

10일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태스크포스’(이하 기술검토TF)가 고심 끝내 내놓은 결과는 현재 수심 44m에 왼쪽으로 누워있는 선체를 들어 주변 안전지대로 옮긴 뒤 통째로 인양하는 방식이었다. 올 초부터 교수 연구원 해운업계 등 각계 민간전문가와 정부관계자 총 29명으로 구성된 기술검토 TF에서 4개월 간 현장조사와 분석을 진행한 만큼 정부는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해역조건과 선체 상태를 감안하면 작업의 안전성과 성공 가능성에 대해 매우 신중한 모습이다.

인양의 첫 단계는 해저 44m 바닥에 깔린 선체 왼쪽과 달리 해수면을 향하고 있는 오른쪽 벽에 89개의 구멍을 뚫는 것이다. 크레인에서 내려온 와이어를 해당 구멍으로 통과시킨 후 선체 안쪽 철판에 고정시켜 총 1만200톤(수중 8,400톤)으로 추정되는 무게를 지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체인과 와이어가 설치되는 총 93개의 인양점 가운데 체인을 거는 선수와 선미 바닥쪽 구조물 2곳(인양점 4개)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크레인은 1만톤급과 8,000톤급 두 대를 동원하며 간섭을 최소화 하기 위해 나란히 배치한 뒤 하나로 연결한다.

이후 크레인은 선체를 해저면에서 3m가량 들어올린 채 동일 간격을 유지하며 3㎞ 인근에 자리한 동거차도 부근으로 이동한다. 수심이 30m로 낮고 조류 역시 사고 해역의 절반 수준(1㎧내외)으로 떨어지는 등 수중작업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규열 기술검토TF 팀장은 “해역조건이 나쁜 현 지점에서 들어올리다 문제가 생길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해당 위치에서 1차 실종자 수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검토TF가 인양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선체를 바로 세우는 방안을 마지막까지 고려했으나 누워있는 그대로 인양하기로 한 것도 실종자 시신 유실 등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수색이 완료된 뒤엔 선체를 수심 20여m까지 들어올리고 플로팅독에 탑재시켜 인근 항구로 이동한다. 정부는 ▦해상크레인만 이용해 들어올리는 방법 ▦해상크레인과 잭킹바지를 이용해 선체를 바로 세워 드는 방법 ▦에어백 등 부력재를 선내에 넣는 방법 ▦잠수 바지선을 이용하는 방법 등도 고려했지만 상대적으로 작업기간이 길고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돼 배제했다.

정부는 기술검토 과정에 국내외 전문가 등을 참여시켜 가장 위험도가 낮은 방안을 내놓은 만큼 실제 업체들의 인양 시 적잖은 기반이 될 거라고 자신한다. 그러나 민간 전문가들은 이번 인양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작업인 만큼 안정성을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한순홍 카이스트 교수는 “선체의 무게중심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만큼, 작은 기술적 결함이나 조류 변화로 선체가 찢기거나 크레인이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TF관계자는 “무게 중심을 선미쪽 54.96m 지점으로 놓고 모든 인양계획을 짰지만, 사실 정확한 위치는 아무도 모른다”고 전했다.

기술검토TF 구성원이 인양 및 구난경력이 없는 사람들로 이뤄진 만큼 실제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특히 선체 오른쪽에 구멍을 뚫어 89개의 와이어를 안쪽벽에 고정하는 작업이 가장 고난이도다. 국내 한 인양업체 관계자는 “잠수작업이 많아져 작업시작이 길어질 뿐더러 와이어를 선체 내부에 걸려면 잠수사들이 들어가야만 하는데 과연 하려고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구난 전문가는 “두 개의 크레인에서 나온 체인과 와이어들을 93개 지점에 설치할 경우 길이가 동일하지 않아 힘이 불균형하게 걸릴 수 있는 만큼, 이를 보정할 기술적인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