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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으로 한국 읽기] 우리도 공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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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크로노스는 파괴-신이다. 쓸고 간 자리는 폐허다. 죽음마저 잊힌다. 책임도 사라진다. 울겠지. 봄은 또 오고 별은 늘 있을 테니. 하지만 정화(淨化)할 순 없다. 우리도 공범이니.
“모든 죽음은 사회적이다. 아이가 통학버스에 치어 죽었어도, MT에서 천장이 무너져 죽었어도, 밤 늦은 골목에서 폭행당해 죽었어도, 집에서 모진 학대로 죽었어도. 사회구조와 무관한 죽음이 없고, 사회적 의미를 던지지 않는 죽음이 없으며, 그리하여 사회가 책임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죽음은 없다는 뜻이다. 하물며 세월호에서야. (…) 구속자 154명은 예전 공안몰이 빼면 단일사건으론 최대일 것이다. 남은 건 ‘대통령의 7시간’으로 상징되는 국가시스템의 부실을 드러내 보다 근원적인 책임을 묻고 개선을 강제하는 것이다. (…) 그러나 정작 세월호의 모든 논의과정에서 빠져있는 핵심이 있다. 바로 우리 모두의 ‘나’다. (…) 원칙과 규정대로가 고지식함과 무능으로, 편법과 요령이 융통성과 능력으로, 돈과 이해로 얽은 안면이 사회성과 인간성으로 변치된 사회에서 난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 아마 세월호로 단죄 받은 이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왜 하필 내게만 이런 일이…”하며 억울해할 것이다. 그래서 분노만이 답은 아니다. 오히려 피해당사자 아닌 이들의 맹렬한 분노에 대해선 위험한 상상을 한다. 어쩌면 세월호에 관한 한 알리바이에 안도하는 비겁한 면죄의 심리가 깔려있지 않을까 하는. 나를 뺀 ‘재수없는’ 타자에 대한 질타만으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 세월호를 두고두고 기억하는 방식은 나 자신도 가해의 공범일 수 있다는 부끄러움과 반성이어야 한다. 더뎌도 그게 우리가 안전한 사회로 한발 더 나아가는 정직한 출발점이자 유일한 길일 것이다.”
-세월호를 잊지 않는 방식(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이준희 주필) ☞ 전문 보기
“국화꽃처럼 쌓인 하루하루가 304명의 희생자 수를 이미 훌쩍 넘어섰다. 길고 잔인한 1년이었다. (…) 한 배를 타고 하늘로 떠난 아이들의 부모들은 지상에서 또 단단히, 이렇듯 서로를 결박한 채 한 배를 타고 있다. (…) 모든 고통과 혼란의 원인은 하나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아서이다. 단 하나의 열쇠이자 너무나 당연하며 우선되어야 할 해결책을 정부는 피하고 있다. (…) 1주기란 타이틀에 부담을 느꼈는지 느닷없이 정부는 ‘돈’을 들고 나왔다. 보상금의 성질을 살펴보니 받으면 입을 다물어야 할 조건이 붙은 돈이었다. 정말이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 무엇보다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무엇을 근거로 책정한 보상금인지 나는 묻고 싶다. (…) 살릴 수 있었던 304명의 목숨을 넋놓고 수장시킨 정부가, 1년이 되도록 진상 규명조차 하지 않는 정부가, 겨우 들고 나온 것이 돈이라는 사실에, 아니 정확히는 돈을 간판으로 한 언론플레이란 사실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정부를 향해 묻고 싶다. 당신들 대체 뭐하는 인간들인가?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덮고, 묻고, 잊음으로써 현대사를 건너온 민족이다. 나는 정부의 대처가 이 오랜 습관에서 비롯된 적폐일 거라 생각한다. 그들은 또 이 문제를 덮으려 한다. 묻으려 하고, 적당히 시간이 흐르면 모두가 잊을 거란 걸 알고 있다.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 적당히 덮고, 묻고, 시간을 끄는 정부와 여전히 잊자,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는 국민들의 관계가 지속되는 한 단언컨대 이 땅에 미래는 없다. (…) 70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나는 생각한다. 덮은 자도, 묻은 자도, 또 잊어버린 자들도 다 같은 공범임을… 나는 생각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가. 또 언제까지 덮고, 묻고, 잊으려 애쓸 것인가. (…) 죽은 아이들은 별이 되었다고 우리는 늘 말해왔다. (…) 어떤 고통이 있더라도 다시 하늘을 우러러 저 별들을 헤아려야 할 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정말이지 잊지 않겠다. 세월호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다시… 별 헤는 봄(4월 9일자 경향신문 ‘특별기고’ㆍ소설가 박민규) ☞ 전문 보기
억울한 자살은 타살이다. 사정 역풍이 정권-가해자를 향한다. 강제된 변신, 진정성 있을까.
“역시 수사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대형비리 수사를 하다 보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말이다. (…)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미화 10만 달러를,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현금 7억 원을 전달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 두 사람이 설사 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두 사안은 정치자금법 위반의 공소시효 5년을 넘긴 데다 사자(死者)는 말이 없다. 그러니 수사를 하더라도 진상이 밝혀질 개연성은 낮다. 문제는 의혹이 꼬리를 물어 한동안 현 정권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이번에야말로 비리의 덩어리를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로 다음 날 경남기업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 대통령의 의지는 수사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부담을 느끼면 무리를 하게 되고 결국 성 씨의 죽음과 메가톤급 폭로로 이어졌다. 자살은 목적 없이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죽음보다 두려운 그 무엇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것일 때가 많다. 성 씨가 자살하기 전날 현직 대통령을 압박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공개 기자회견의 의문도 이제 풀린다. 그의 폭로는 진실일 개연성이 높다. “사기꾼은 자살을 안 한다”고 수사전문가들은 말한다.”
-성완종 메모에 권력 실세들 떤다(동아일보 ‘최영훈의 법과 사람’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8일 국회 연설이 큰 반향(反響)을 불러왔다. (…) 다음 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연설도 화제가 됐다. (…) 유승민 연설에 울림이 따르고 문재인 연설이 화제가 된 건 때를 만났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안에 그런 반성이 고개를 들어야 할 때가 됐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진로(進路)를 놓고 그런 고민을 할 때가 됐다. (…) 앞으로 정치는 유승민 연설과 문재인 연설 사이를 굽이돌며 흘러내려갈 것이다. 정치의 중원(中原), 승리의 열쇠를 쥔 중도세력 확보 경쟁이다. 두 노선은 당 대 당(黨對黨)의 본선에 앞서 당내(黨內) 예선부터 통과해야 한다. 유승민 노선은 당 밖에선 울림을 얻었으나 당내에선 대표성을 의심받고 있다. (…) 문재인 노선의 앞날도 아직은 어둠 속에 있다. 문 대표의 변신이 본심이라면 지지기반인 노무현 세력 일부가 반기(反旗)를 들지 모른다. 당내 지지 기반만 생각하다간 변신의 진정성을 의심해 온 외부의 눈길은 한순간에 싸늘해질 것이다. (…) 전근대적 ‘담화(談話)사정(司正)’에 쫓기던 기업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호주머니에 들어 있던 메모쪽지에 적힌 8명의 이름이 정치 마당을 바닥부터 뒤흔들고 있다. (…) 지진도 태풍도 시간이 흐르면 멈춘다. 그 폐허의 공백(空白)지대 위에서 새누리당은 절박함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집권 가능성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변신 경쟁을 가속화할 것이다.”
-司正 태풍 그친 후의 정치(조선일보 기명 칼럼ㆍ강천석 논설고문) ☞ 전문 보기
원내대표발(發) 역풍까지 여당에 닥쳤다. 정치공학적 판단인지 경제 철학인진 두고 볼 일.
“1995년 작성된 ‘김영삼정부 개혁총서’는 국가 개혁방향을 총망라한 마스터플랜이었다. (…) 12개 개혁분야 모두 파격적이었지만, 가장 뜨거운 감자는 재벌개혁 파트였다. 그룹기획조정실(비서실)의 법적 지위규정, 대기업 퇴출 용인, 오너에 대한 사법적 특혜배제, 소액주주 권한강화…. (…) 총서 시리즈의 제7권이었던 이 파격적 재벌개혁 보고서의 제목은 ‘나누면서 커간다’. 저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소속 유승민 연구위원이었다. 지금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바로 그 유승민 이다. 지난 8일 유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연설문 전문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나누면서 커간다’란 문구였다. (…) 20년 전 카피를 다시 꺼냈을 정도이니, 연설 내용 모두 유 원내대표의 오랜 소신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 원내대표가 개인 생각을 당론인양 포장했다면 정치적 시비거리는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유력 정치인이, 더구나 ‘키운 다음에 나누자(성장우선론)’는 정서가 팽배한 보수정당 안에서 ‘나누면서 키우자(성장-복지 동행론)’는 경제철학을 굳게 지키고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고 경이롭다. (…) 고집불통 정부 뒤에 꼭꼭 숨어서 야당의 헛발질을 즐기며 지난 2년여를 참으로 편하게 지내온 새누리당이다. 유 원내대표가 옳은지 그른지는 차치하더라도, 그나마 지금까지 새누리당에선 이런 정도의 자기반성도 없었고 뭔가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모색도 없었다. 앞으로 새누리당 내 역풍이 더 거세지길 바란다. 친박-비박이 아닌, 정책과 노선을 둘러싼 치열한 대결 말이다.”
-유승민 감상평(한국일보 ‘메아리’ㆍ이성철 부국장) ☞ 전문 보기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평등하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고 희생하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 흘려 노력하는 보수입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때 던진 출사표다. 그는 8일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 얘기를 또 했다. (…) 당명은 바뀌었어도 유승민의 꿈은 달라지지 않았던 거다. (…) 오늘날 저성장과 양극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그것을 해결하려는 좌파의 실험은 세계 곳곳에서 실패로 결론지어지고 있다. 결국 우파가, 자본주의로 해야 하는데 지금 보수의 얼굴과 그 천박한 자본주의 도구로는 감당해낼 수가 없다. 미안한 얘기지만 우리의 보수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공정한 경쟁을 해본 경험이 없잖은가 말이다. 그걸 바꾸자는 게, 공정한 시장을 가진 진짜 자본주의를 해보자는 게, 그래서 보수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자는 게 유승민의 ‘신보수’라고 내 귀에는 들리고, 반대할 이유가 없다. 흔히 보수의 가치로 자유와 책임을 든다. 하지만 공정함 없는 자유는 야생 정글을 의미하며, 나눔 없는 책임은 약육강식일 뿐이다. 그건 보수가 아니라 반동이며 그런 반동으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유승민의 신보수를 지지함(중앙일보 ‘이훈범의 생각지도’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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